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79 올보르 - 힘멜탑 - 스벤보르 380km

나쁜카카오 2018. 11. 23. 09:23

또 누룽지국. 나흘째 아침과 점심메뉴가 똑같다. 달리 먹을 게 없으니 질리지도 않는다.


길가에 세워둔 차가 불안해서 서둘러 정리하고 출발한다. 그래도 10시 20분이다. 참 예쁘다는 느낌을 주는 도시라 약간의 아쉬움을 달래려고 올보르 시내를 다시 한번 돌아보면서 판도라를 찾아 기어이 연하 목걸이를 사고야 만다. 마침 세일이라 699크로네인데 나중에 세금은 89정도를 환급받는단다. 

운전을 좀 오래 하려 했는데 졸음이 와서 다시 핸들을 넘기고 잔다. 편하기는 하다. 오덴세를 향해 가다가 마눌님이 덴마크에서 가장 높은 곳을 찾아가자 해서 해발 147의 Himmelbjerget 탑을 찾아 고속도로를 벗어난다. 시골길을 한참 가다보니 수확이 끝났거나 한창 익은 밀밭이 나와 환상적인 경치를 보여주는구나. 마침 한가한 시골길이라 차를 길 옆에 세우고 마음껏 경치를 즐긴다. 밀은 익어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익으면 고개를 숙이는 쌀과는 다른 이런 자연적인 조건이 서양인 특유 성정의 바탕이겠지?


탑이 있는 주차장에 가니 사람들이 매우 많이 모였다. 아이들이 많은 건 방학이라 그런 건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듯한 공연이 신난다. 주차장에서 탑까지는 불과 300m. 탑 전망대에 올라서니 누런 밀밭과 호수 등의 전망이 좋다. 산이 없는 덴마크인데다 나름 역사성도 있는 탑이라 관람객이 많다. 탑에서 내려와 i옆 탁자에서 똑같은 감자샐러드로 점심. 나날이 조금씩 내용물이 변하기는 한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니 저멀리 비구름이 보이는데 마침 우리가 지나가는 길이라 모처럼 시원하게 비를 맞아 세차가 좀 됐나?

오덴세에 들어가 한참을 헤매다가 기어이 안데르센 동상이 있는 공원을 찾는다. 시청사 바로 옆 작은 공원인데 그걸 못 찾아서 그렇게나 헤매고 다니다니... 오덴세를 나오면서 기름을 채운다. 경고등이 들어온 후 가득 채우니 62가 들어가네. 그러니 경고등 이후에 100km는 무난하다는 건데, 무리할 일은 아니지?


스벤보르까지는 금방이다. 시간이 좀 여유있어 바다 건너 토싱에 섬에 들어가 바닷가에 가본다. 바다를 전용 해변으로 쓰는 듯한 주택들. 참 기가 막히네. 경치는 이때까지 봐온 북유럽 경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감동이 적다. 제법 큰 홍합 껍질이 널려 있어 눈에 띄면 주워볼까 했는데 눈에 띄는 놈이 없다. 아쉽다. 나오는 길에 들린 마트는 가격이 비싸다. 부자 동네라 비싼 거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숙소 동네로 들어와 마트에 가니 유통기한이 내일까지인 오겹살을 싸게 파네. 1kg가 넘는 덩어리를 욕심내어 사니 언제 그걸 다 먹겠느냐고 마눌님이 투덜거린다. 바닷가에서 줍지 못 한 홍합이 그리워서 혹시 냉동 홍합이라도 있나 살펴보니 그것도 없다. 

숙소는 겉보기도 허름하고 내부도 허름하다. 싼 숙소에서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어? 그냥 하룻밤 잘 해먹고 잘 쉬면 되지.

페리에서 산 돼지등갈비 남은 놈을 끓이고 피자 남은 것도 해치운다. 숙소 주인 녀석이 술을 아무 곳에나 놔둬서 스웨덴산 41도 짜리 진을 몇 잔 마셨다. 맥주도 한 캔 비우고, 술이 좀 모자라 친구가 면세점에서 사온 데퀼라도 두어 잔 해본다. 술맛은 그저 그렇다. 

코펜하겐 숙소와 마찬가지로 이 집에도 잡동사니가 엄청나게 많다. 이 비싼 동네에서 이렇게 그다지 필요해 보이지 않는 잡동사니들을 쟁여놓고 사는 걸 보면 참 신통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