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 day. 4월 29일 드디어 출발. 동해에서 블라디보스톡 DBS페리

나쁜카카오 2018. 5. 15. 10:59

아이체크현진호텔의 아침식사는 그야말로 간단. 햄조차 없다. 그나마 완숙달걀이라도 있다는 걸 고맙게 생각해야 하나? 모닝롤 4개와 안 먹던 시리얼까지로 배를 채우고 9시에 호텔을 나서니 동해항 여객터미널에는 5분만에 도착한다. 

크루즈 직원의 설명을 듣고 밖에 나오니 스쿠터로 횡단하는 여자 아이가 있네. 그것도 혼자 러시아를 건너 조지아, 터키, 아일랜드 등지를 간단다. 참 대단하다. 그외 환갑기념으로 오토바이 횡단하는 친구 2. 차는 우리밖에 없다. 평소에도 자동차는 1대 또는 2대 정도라네. 하긴 자기 차를 가지고 러시아를 횡단하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그래서 양쪽 세관검사는 매우 간단하겠다 싶었는데 역시 금방 끝난다. 

차를 출국장까지 옮겨 차에 있는 캐리어는 다 내려서 엑스레이 검사를 하고 나머지 자질구레한 짐들은 차에 둔 상태에서 육안검사로 끝. 예상보다는 간단하게 끝나서 좋다. 배 안으로 차를 싣는 것도 내가 직접 하게 하니 편하네. 노동절 연휴 때문에 2-3일 늦춰지긴 했지만 블라디보스톡에서도 시간이 걸릴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앞으로 일정을 다소 안도하게 한다.

10시 반이 안 되어 자동차 입고가 다 끝나서 시내로 쇼핑 겸 점심먹으러 나가기로 한다. 시내가는 버스를 타고 호텔 옆 보건소에는 10시 50분에 도착, 다이소(우산, 슬리퍼 등)와 이마트(맥주와 안주. 냉장고에 잘 얼려둔 소주를 그냥 두고 와서 할수없이 맥주를 산다)를 거쳐서 해송회센터. 물회와 횟밥을 각각 주문했는데 회 양이 많아서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돌아올 때는 택시를 탄다(5천원). 버스가 많지만 일요일에는 운행이 많지 않다네. 그래서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는 포기. 버스가 보이질 않으니...

동해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도착하니 12시 50분 경. 차를 넣고 나올 때 대합실에 많이 모여 있던 승객들이 다 들어가 버렸는지 우리밖에 없네. 오늘은 배를 타는 사람들이 매우 적은 편인가 보다. 표를 사는데 식권은 차주에게만 3장을 준다. 동행은 사먹어야 한다네. 몰랐다. 

무료로 업그레이드해준 선실은 온돌 4인실인데, DBS에서 편하게 가라고 우리 둘만의 공간으로 만들어드렸다 해서 침대가 없는 불편을 참기로 한다. 그런데 방이 매우 덥다.

면세점에 가니 전에 없던 담배도 파는데 디스플러스가 무려 5천원이나 싸다. 횡재했다. 그래서 2포만 산다.

5년전과 마찬가지로 배에서는 정말 할 일이 없네. 맥주를 미리 마셔버리자니 아깝고 해서 우선은 참으며 무료한 시간을 잠도 자고 하며 죽이다가 6시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저녁식사를 한다.5년전과 달라진 게 거의 없는 식단. 배가 조금 고팠다. 마침 해가 진다. 구름이 단순해서 석양 사진은 그저 그렇다.

맥주 1캔이 영화 2편을 보는 동안을 비몽사몽하게 만든다. 어찌어찌 시간은 잘도 흘러서 11시 반에 자리에 폈다. 블라디보스톡에 굳이 배를 타고 가야 할 이유는 차를 가지고 갈 수 있다는 오직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비행기보다 싼 것도 아니고, 시간은 10배나 더 걸려서 지루해 죽지 않으려고 갖가지 궁리를 해야 하고, 선실을 비롯해 음식, 휴게공간, 화장실 등 선내 모든 시설은 불편하기만 하고...

망망대해 한복판의 밤하늘에는 별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