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카카오 2018. 11. 8. 21:58

전기요 온도를 최고로 올렸는데도 약간 뜨거운 정도로 적당하다. 4시 반에 잠이 깼다. 해는 이미 떴네. 지지 않았으니 뜨지도 않는 거지?

해변까지 가볍게 산책을 하는데 이 새벽에도 모기에게 물린다. 모기는 정말 징그럽다. 시커먼 발트해(여기는 보트니아만)를 기념하기 위해 해변에 나가 시커먼 바닷물을 닮은 돌을 건져보려고 애만 썼다. 돌 2개를 줍긴 했지만 나중에 제대로 기억이나 할까 싶기는 하다. 



샤워장, 사우나, 화장실 등을 둘러보고 밤 9시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지만 아직 잔열이 남아 따뜻한 사우나에서 어제 기록을 정리한다. 아침 기온이 낮아서 자켓 하나만 걸치고 그냥 다니니 등짝이 서늘하다.

라면으로 아침을 간단히 해치우는데, 라면을 자주 먹을 일은 아니다 싶다. 샤워장도 그럭저럭 쓸 만 해서 밥먹고 시원하게 샤워도 한다. 모기만 아니면 꽤 괜찮은 캠핑장인데, 그 놈의 모기 때문에...

어쨌든 1박을 더 하기로 하고 리셉션에 가서 연장을 신청한다. 35유로. 자세히 보니 전기 없는 텐트는 20유로 정도면 되겠는데, 그렇게 지내기는 정말 어렵겠지?

성수기가 아닌 탓인지 캠핑카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매우 다양한 캠핑카들이 주차해 있어서 눈요기는 된다. 캠핑카가 거의 집이라 화분에 울타리까지 친 캠핑카도 많다.





해변에서 돌아와 오울루 시내 관광을 나선다. 버스를 탈 수도 있는데 3명 왕복 버스비보다 주차료가 쌀 것이니...

오울루 관광의 시작은 마트부터. 내가 옛날에 혼자 써보겠다고 사둔 1인용 에어매트리스는 바람넣기가 너무 불편해서 새로 사야 한다. 프리스마(어쩌면 종합 쇼핑몰)에서 두툼한 매트 2개(30유로, 역시 비싸다)를 사고 시내 뚱보 순경 동상을 찾으러 나선다. 


시청사 옆에 주차하는데 이 동네 주차료는 헬싱키 등지보다 많이 비싸서 2유로에 46분밖에 주질 않는다. 징그러운 놈들이네. 어쨌거나 북유럽 물가에 적응되어야 하는데 적응하기 참 어렵네. 아이스크림 콘 하나에 4-5천원, 작은 스카치 테이프 하나에 4천원 등등. 이 물가에 어떻게 적응하나? 식당의 맥주값은 한국보다 조금 비싸서 그럭저럭 납득되는데, 기타 생필품에는 아직 어렵다. 북유럽에서 그나마 물가가 싸다는 핀란드에서 이러는데,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하려고 이러는지 모를 일이다. 어떻게 되겠지?

동상 주변이 거의 시장이고 식당 동네인데 구경하다보니 주차시간이 다 되어 혼자 차를 빼서 지하주차장에 넣는다. 지하주차장이 엄청나게 넓어서 진작 여기를 찾았으면 편했을 텐데 그걸 몰라 고생한다. 모르면 언제나 고생이지 뭐...


마눌님을 찾아 노점 같은 식당에서 점심을 각각 주문해 먹는다. 멸치튀김 같은 볶음, 감자, 양배추, 삼겹살, 소시지 등을 한꺼번에 한 접시에 얹어 12유로. 이게 핀란드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인 모양인데, 현지식을 먹어본다는 욕심이 아니라면 다시 먹고 싶지는 않다. 마눌님은 케밥. 오늘 점심에 맥주는 없다. 잘 됐다 싶기도 하다.

광장을 떠나 대학에 가보자 하고 가다가 가는 길에 성이 있다는 말을 듣고 길 옆을 보니 참으로 희한한 구조물이 하나 있다. 성처럼 생기긴 했지만 이걸 성이라고 한다면 오울루는 관광객을 너무 무시하는 거다. 대학이라고는 운동장도 없이 건물만 있네.

돌아오다가 분수가 설치된 강에 잠시 가서 쉰다. 어떤 녀석이 수중보 위를 잘도 걸어가길래 우리도 해볼까 갔더니 진짜 수중보라 보기만 한다.


일찍 캠핑장으로 들어와 돼지고기 양파볶음으로 정말 이른 저녁을 해치우며 오울루를 마감한다.

일찍 들어오니 사우나할 시간이 나온다. 사우나에 가니 벌거벗은 남자들이 서넛 있다. 아래는 가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 전기로 데운 돌 위로 물을 뿌려서 뜨거운 수증기가 온 몸을 감싸는 느낌이 좋다. 여기에 자작나무로 몸을 마사지하는 게 진짜 핀란드 사우나일 텐데 자작나무는 보이질 않는다. 그건 러시아 식인가?

네델란드 사람이 말을 거는데 핀란드 인상만 물어봐서 핀란드 이야기만 한 게 좀 미안하다. 짜식이 처음부터 네델란드에서 왔다고 하지. Dutch나 Holland를 이 사람들은 더 좋아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미국 때문에 네델란드라고만 알고 있지. 덕분에 내 여행을 자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여유가 있는 건 좋은데 너무 볼만한 게 없는 도시에서 하루를 보내는 건 좀 억울하다. 한때 핀란드를 먹여살리다가 스마트폰에 적응하지 못해 망한(줄 알았는데 지금은 글로벌 통신장비업체로 살아났다네) 노키아의 본산 오울루. 헬싱키보다 좋다는 어떤 블로거 때문에 여유만 있고 남는 건 없는 하루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