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42 트론헤임 - 스웨덴 외스테르순드 312km

나쁜카카오 2018. 11. 10. 18:19

소파에서 잠을 잘 잤다. 일어나니 7시, 하늘엔 구름이 가득하다.

오늘은 스웨덴으로 넘어가보기로 했지. 스웨덴 북부를 한 바퀴돌고 트롬쇠에 다시 들렀다가 이곳으로 내려와 남은 노르웨이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는데 길이 좀 지겨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스웨덴 북극선에서는 어떤 장사를 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외스테르순드에서 보트니아만의 순스발로 갈지, 아니면 북쪽으로 바로 올라가 버릴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프랑스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온 옆방 친구에게 내 여행 자랑을 좀 하니, 역시 미친 짓이라는 반응이다. 재밌다. 녀석은 트론헤임 시내관광을 일찍 나서네. 

느긋하게 미역국, 대구와 어묵구이, 오이무침 등으로 아침먹고 놀다가 11시가 넘어서 샤워하며 준비하는데 체크아웃 시간이 지났다고 주인여자가 난리다. 황급히 빠져나오느라 물건을 제대로 챙기지 못 한 것 같다. 왜 이리 정신이 없고 여유가 없을까?

일단 스웨덴의 외스테르순드를 향해 출발한다. 하늘이 맑게 개어 경치가 좋네. 숙소 주변의 노르웨이 농촌풍경을 카메라에 담으며 여유를 즐긴다.

무료도로로 지도를 잘 받았는데, 구글이 갑자기 위성을 잡지 못 해 또 유로도로로 들어선다. 혹시 해서 번호판을 바꿔봤는데, 인식하지 못 하는 건 마찬가지네. 카메라를 한번 지나고는 다시 우리 번호판으로 바꾼다. 나는 할 건 다해봤으니, 나머지는 노르웨이 도로공사 책임이다. (이때 바꾼 영어 번호판이 인식돼서 3개월 뒤에 청구서가 날아왔다. 우리 번호판도 언젠가는 찾아내서 청구할 것이다.)

스웨덴으로 가는 E16도로는 그냥 국도라 편하다. 동쪽으로 갈수록 산은 낮아지면서 순해진다. 높고 험한 산들은 주로 서쪽과 북쪽에 다 몰려 있다.

국경 부근의 쉼터에서 시냇물과 잠시 놀고 국경에 도착하니 아예 아무 표시가 없는 건 아니네. 그래도 국경이랍시고 안내판은 있어, 여기가 국경임을 알려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좀더 가니 세관 건물이 있는데, 사람이 아예 근무하지 않는 것 같다.


스웨덴의 첫 일정은 국경 바로 옆에 있는 마트. 물가조사 차 들어가보니 노르웨이보다는 좀 싼 듯 하다. 훈제오겹살과 냉동피자를 사본다. 냉동피자를 저녁에 먹었는데 맛이 괜찮다. 그래서 마눌님은 앞으로 자주 애용할 생각이란다.

스웨덴 길은 처음이라 숙소까지 그냥 가볼 욕심이 있었는데, 졸음에 쏟아져 할수없이 핸들을 넘기고 1시간 가량 푹 잔다. 풍광이 좀 변하긴 했어도, 국경 부근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 한다.

스웨덴은 세계 3위의 부국이라지만 농촌 풍경은 최근에 북해 유전 덕분에 잘 살게 된 노르웨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바가 세금 때문에 국적을 버렸다니 좀 놀랍긴 하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받지 않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해진다. 노르웨이만 통행료를 알뜰하게 챙기는구나.

외스테르순드의 명소가 뭐 있나 하고 론리플래닛을 보니 호숫가 Jamtli라는 곳을 놓치지 말란다. 가봤더니 일요일이라 그런지 아무 것도 없네. 호숫가에는 캠핑카를 끌고 온 노인부부들이 진을 치고 햇빛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오늘은 좀 일찍 숙소에 들어가자 해서 바로 26km 떨어진 숙소로 향한다. 

알림문자가 2시 경에 온 것을 발견하지 못 하고 보이지 않는 숙소를 찾아 온 동네를 헤매며 동네 사람들에 물어도 보고 하며 막 찾으려는 참에 주인 여자가 전화를 한다. 왜 그 메시지를 보지 못 했을까? 데이터는 다 소진되어 인터넷은 안 되지만 통화와 문자는 계속 쓸 수 있는 3sim이 참 신통하다. 이 놈 덕을 낭패와 함께 많이 본다.

동네는 완전한 스웨덴 시골마을이라 매우 한적하고 편안하며, 집들도 여유있는 뜰과 함께 매우 예쁘다. 마당에 식탁을 내놓고 햇빛을 받으며 식사하는 모습이 매우 좋아보이기는 하지만, 미세먼지 많은 한국에서는 아무리 집이 넓어도 어려울 터. 우리는 이런 집에서 살 기회가 없지? 저녁에 먹을 채소를 사는 것도 포기해야 할 정도로 마트조차 너무 멀리 떨어진 한적한 곳인데, 그래도 초등학교와 유치원이 있을 정도로 아이들은 많다. 아이들에 대한 각 가정의 세심한 배려는 참 부럽다.


숙소는 임대용으로 갓 치장이 끝난 상태라 새집 냄새가 난다. 착하게 생긴 젊은 부부가 잘해 주려고 매우 애를 써서 기분이 좋다. 신선한 달걀도 가져다주고, 와이파이도 자기네가 집에서 쓰던 놈을 떼와서 달아주네. 우리가 두 번째 손님이라는데 아직 커튼을 달지 않아 그 공사도 마무리한다. 백야인 이 시기에 커튼없이 숙면을 취하기는 좀 어렵긴 하지.

피자와 맥주로 때운 저녁이 10시에나 끝나, 내일과 모레 등 스웨덴에서의 숙소예약을 마무리한다. 인란드바란이라 부르는 내륙철도가 지나가는 길을 따라 아비스코 국립공원까지 가는 일정인데, 하루에 평균 300km가 안되는 운전거리라 좀 편해지겠지. 국립공원의 숙소는 도미토리 주제에 1인당 362크로나(SEK, 45,000원 정도)나 받아서 좀 불쾌하네. 캠핑을 할 수 있나 열심히 검색했는데 캠핑장을 찾을 수가 없다. 아마 그 동네에 가면 캠핑장이 수두룩하게 보일 것인데, 미리 예약하는 버릇을 버리지 못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