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45-1 백야트레킹

나쁜카카오 2018. 11. 12. 16:00

자정이 지나도 해가 넘어가지 않는 위치를 이은 북극선. 그 북극선 위에 위치한 이 국립공원의 앞 1,138m의 산에는 겨울에 오로라를 보고 여름에는 트레킹으로 올라갈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것 같다. 우리는 걸어서 올라가 해가 지지 않는 이 밤을 기억 속에 꼭꼭 남겨보기로 한다.

11시 정도에 시작하면 정상에 올라, 넘어가지 않고 버티는 해를 볼 수 있겠거니 하고, 밤이지만 낮만큼 환한 11시에 숙소를 나선다. 리프트 타는 곳에서 등산로는 시작되는데 초반 길 오르막은 완만해서 좋다. 해는 산에 걸릴 듯 말 듯 해서 걸리기만 하면 건너편 눈산이 발갛게 물들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오를수록 달라지는 경치가 정말 환상적이다. 이런 경치를 백야트레킹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냐. 내 인생에서 이런 백야트레킹의 기회가 있다는 것도 큰 행운이지.

해가 좀 떨어지라고 비는데 해는 더이상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 동쪽으로 이동하기만 하니 건너편 눈산이 붉어지기는 다 글렀다. 백야의 해는 이렇게 움직인다는 걸 확인하는 것도 참 재밌다. 그런데 동쪽으로 이동해가는 해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해 매우 아쉽다. 뭔 정신으로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지... 쯧쯧쯧.

정상 리프트 종점의 카페는 당연히 영업을 하지 않는다. 하긴 아래에 문닫았다고 써있었지.

건물 위 전망대에 올라 한참을 즐기다가 하산한다. 어찌하다보니 길을 놓쳐서 리프트 길로 내려오게 되었다. 경사가 급해서 마눌님의 무릎이 아프다는데 걱정이다.

도착은 2시 20분. 3시간 동안 약 7km를 걸었다. 남은 맥주로 자축하고 백야트레킹을 끝낸다.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