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47 아비스코 - 노르웨이 파우스케 398km
눈을 뜨니 5시. 바람이 거세고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하다. 노르웨이 날씨가 당분간 이 모양일 텐데 걱정이다.
10시 체크아웃인데 늦으면 150을 추가로 내야 한다 해서 서둘러 출발준비를 한다. 밥과 김, 북어국과 소고기고추장볶음 등으로 아침을 먹고 점심 김밥까지 준비해서 열쇠를 반납한 시간이 9시 40분. 열쇠만 미리 반납하고 다른 준비는 식당에서 천천히 해도 되는데...
10시 아비스코 국립공원을 출발해서 노르웨이로 향한다. 국경까지는 36km. 경치가 좋고 뒤돌아본 하늘엔 희한하게 생긴 구름이 보기엔 좋다. 국경에는 역시 아무도 찾지 않을 세관 건물만 덩그러니 있다.
산길샘을 시작하지 않아 늦게서야 출발을 찍고 노르웨이에 들어서니 역시 노르웨이는 멋진 경치와 비로 우리를 맞는다. 국경 하나 넘었을 뿐인데 경관이 이렇게나 달라지는 건 참으로 신통한 일이다. 비는 신나게 잘도 내려서 오랜만에 세차가 되겠다 싶고, 비가 와도 경치는 여전해서 단지 사진을 찍지 못 하는 것만 아쉬울 뿐이다.
나르빅에 도착해서 달랑거리는기름 탱크를 채운다. 역시 비싸다. 핸들을 넘기고 1시간 정도 자다 깨니 피요르드가 깊숙이 들어온 동네다. 하긴 나르빅 자체가 피요르드 안쪽의, 얼음이 얼지 않는 노르웨이 최북단의 부동항으로 스웨덴 키루나의 철강석을 수출하는 항구라 많이 번화한 느낌이다. 나르빅을 빠져나가는데 기아 딜러가 보인다. 노르웨이에서는 처음보는 것 같다. 반가운데 들려야 할 일이 없어 좀 아깝다.
비는 이제 좀 그치는 듯 해서 약간 비를 맞아도 사진은 찍을 수 있을 정도네.
E6번 도로에서 벗어나 827번 경관도로로 접어드니 다시 정신없게 만드는 경치가 펼쳐진다. 터널도 짧은 놈, 긴 놈, 안에서 S자로 굽은 놈, 고도 20에서 180까지 올라가는 놈 등등 다양해서 터널 최강국 노르웨이를 실감한다. 비는 거의 그쳐서 날씨가 좀 도와주는 것 같아 고맙다. 공사만 아니면 오스트리아 할슈타트보다 더 예쁠 마을도 하나 나와 어렵사리 사진을 찎어본다.
정신없이 경치를 구경하다 보니 길이 끊어지고 페리를 타야 한다. 표는 차가 배로 들어갈 때 카드로 계산. Kjosvik에서 Drag까지 45분 소요되는 페리인데 250을 받는다. E6으로 달려도 페리를 타야 하는데 거리가 좀 가까우니 돈은 좀 덜 들겠다.
피요르드가 워낙 깊숙이 들어온 지역을 통과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노르웨이에서 페리를 타는 건 필수다.
파우스케에 도착해서 찍어둔 캠핑장에 가니 바람이 너무 세고 매우 황량한 느낌이다. 그래서 국립공원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캠핑장을 찾아 약 30분 달렸는데 전혀 아니다.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왕복으로 54크로네나 냈는데 억울하다. 가다가 마트가 보여서 이틀치 식재료도 구입했다.
Sjunkhatten국립공원은 자동차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 것 같다. 지도를 아무리 찾아봐도 도로는 보이지 않고 등산로 또는 산책로만 조금 보일 뿐이다. 노르웨이 관광청에서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구나. 워낙 볼거리가 많은 나라이니 이렇게 숨겨서 보호할 곳도 있어야겠지만 안내는 해줘야지.
파우스케 캠핑장을 찾아내서 1박을 끊는다. 사이트 하나에 전기 포함 250크로나. 텐트치는 데는 약 30분 걸린다. 이 정도면 매우 양호한 거지. 걷는 건 힘도 들고 시간도 많이 걸려서 텐트를 치면 무조건 2박하기로 한 건 잘한 거다. 샤워는 동전 하나에 15인데 나중에 보니 5분만 준다. 5분만에 어떻게 샤워를 끝내나? 그러니 2개 정도를 써라는 말인데 샤워 한 번에 4천원이면 많이 비싸지? 3개만 사본다.
오울루 날리칼리 캠핑장과 마찬가지로 전원 연결 어댑터는 여기서도 소용이 없다. 모스케네스에서만 어렵게 구한 어댑터를 써먹을 수 있었다.
힘들게 구해서 지켜온 부탄 가스도 쓸 일이 없고 숯불을 피우기도, 장작으로 캠프화이어 해보기도 어렵다. 캠핑장마다 취사장에 전기렌지가 있는데다가 야외취사를 거의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저 많은 가스와 숯을 어떻게 하나?
마트에서 사온 소고기를 굽고 밥을 해서 저녁을 마친다. 맥주도 곁들인다. 술을 좀 덜 마시려고 노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