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55 플롬 유람선과 트레킹

나쁜카카오 2018. 11. 14. 10:14

7시 기상. 푹 잘 잤다. 하늘은 흐리다. 캠핑장을 한바퀴 둘러보니 규모가 엄청나다. 대부분 캠핑카나 카라반인데 종류도 참으로 다양하구나. 여기뿐만 아이라 거의 모든 캠핑장에 갓난 아기들을 데리고 캠핑온 젊은 부부도 많다. 아침은 혼자서 라면. 현숙은 과일로 때웠다. 어떤 캠핑카에서는 할매는 자고 할배가 일찍 일어나 아침준비를 하기도 하네.


11시 크루즈를 탄다. 꼭 타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노르웨이 여행의 백미라는 피요르드 유람선을 그냥 통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생각에서 다소 비싸지만 쓰기로 한다. 이건 산악열차도 마찬가지다. 별거 아니거나 여기까지 와서 유명하다는 무엇무엇을 생략할 수 없어서, 그래서 그것들이 정말로 별 거 아님을 확인하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속이 쓰리다.


유람선의 경치는 역시 예상한 대로 별 게 없다. 유람선에서도 폭포 장사를 하는구나. 아무리 경치가 뛰어난 노르웨이지만 보여줄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으니... 마눌님이 배고파해서 유람선 안 매장에서 비싼 시나몬빵을 하나 산다. 39크로네.


구드방엔까지는 딱 2시간. 내려서 돌아오는 셔틀버스를 탈 때까지 30분의 여유가 있어 구드방엔을 돌아보는데 참 볼 게 없네. 볼 게 없으니 사람들은 우두커니 앉아 돌아갈 배나 셔틀버스를 기다리기나 한다. 마을이랄 것도 없고 그저 기념품점 정도. 매우 특이한 호텔이 있어 신기하다.


버스로 돌아오는 길은 내일 우리가 갈 길인 터널 2개로 끝인데, 지금까지 통과한 것 중에 가장 긴 놈인 11.5km 하나와 곧바로 이어지는 좀 짧지만 그래도 긴 5.4km. 많이 싱겁다.

우리가 아무리 이 산악열차나 유람선의 형편없는 가성비에 대해 불평해도 여기오는 관광객이 이 두 개를 무시하지는 못 할 것이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별볼일 없음을 확인하는 데 돈을 쓰게 될 것이니 노르웨이는 장사를 참 잘 하는 거다.


텐트로 돌아와 아침에 만들어둔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고 잠시 쉰 다음 기차길을 따라가는 트레킹을 잠시 해본다.

미르달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내려오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되니 걸어보기라도 해야지. 철도를 따라가는 길은 자동차길이라 재미가 없다. 마눌님은 길 옆에서 떨어지는 Brekke 폭포로 가고 싶은데 마침 입구에 사람들이 있어서 길을 알게 된다. 네팔인들이 공사를 마치고 내려오는 중이라 이야기를 좀 해본다. 엄홍길도 알고 박 머시기도 안다며 반가워한다. 올라가다보니 돌계단 공사 중이라 이 네팔인들이 혹시 모조엔의 그 돌계단을 만든 사람들이 아닐까 싶었는데 확인은 불가. 올라가는 길이 매우 가파른데 말처럼 갈기가 길고 온 몸에 털이 덮여 소처럼 보이지 않는 소가 풀을 뜯으며 온 동네에 푸짐하게 똥을 싸네.

폭포 앞까지 올라가니 일부는 가려진 플롬 동네가 보여서 전망을 즐기며 돌도 하나 줍고 한참 동안 놀다 내려온다. 





약간 미진한 마눌님이 어느 마을의 오랜 교회(아마도 플롬 교회)까지 가보자 해서 1.5km를 더 걷고 돌아오니 매우 힘들다. 노인 하나가 어느 무덤 앞의 화단에 정성스레 물을 주고 있다. 무덤이 가까이 있어서 무덤을 돌보기 참 좋긴 하겠다. 떠나간 사람을 늘 그리워하며 사는 것 또한 인생이겠지? 이 동네 교회는 죽은 자들을 위한 곳이라는 마눌님의 촌평이 매우 적절하다.


저녁거리를 장만하러 부두에 있는 coop에 가니 문을 닫았다. 평일에도 6시 정도가 지나면 문을 연 가게가 거의 없고, 일요일에는 대형 마트조차 문을 열지 않는 노르웨이. 일보다는 쉬고 노는 것을 더욱 중시하는 나라 분위기가 많이 부럽긴 하고, 노르웨이가 그런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전 세계에서 엄청난 관광객이 몰려와주니 이래저래 노르웨이는 복받은 나라다.

남은 돼지고기로 고추장찌개를 만들어 잘 먹는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