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63(7월 1일) 드람멘 - 산데피요르드 - 바르샤바

나쁜카카오 2018. 11. 15. 14:23

여행객들이 거쳐가는 도시 드람멘. 션찮은 호텔 스칸딕 파크 드람멘에 중국인 단체와 또 다른 외국인 단체가 몰려서 아침 식당이 분주하다. 식단은 어제 비싼 호텔과 크게 다르지 않고 종류가 더 많아보여서 참 좋네. 배부르게 먹는다고는 하는데 빵 2쪽 정도가 내 한계이니 좀 억울하기는 하다. 나중에 와플 기계가 나와서 조금 먹어보는데 맛은 없다. 식당에 1시간 동안 있으면서 뭘 먹었는지 잘 모르겠다. 오늘은 점심을 준비하지 않는다.


12시 다 되어 체크아웃하고 나와 밝은 곳에서 짐을 좀 챙겨본다. 옷가지 두어 개와 촛불, 노트북, 세면도구 등등인데 나중에 공항에서 달아보니 13kg이나 된다. 뭐가 그렇게 무겁지?

공항까지 거리가 얼마되지 않아 시간이 매우 널널하다. 가다가 항구에서 요트 구경도 하고, 돌아올 때 묵을 퇸스베르그에서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사서 바닷가 그늘에서 느긋하게 먹는다. 고기는 없는데 고둥이 많아 따보려다가 발이 빠졌다.

이 동네는 기름값이 매우 싸다. 13대 후반이니 노르웨이 물가를 고려하면 거의 공짜라는 느낌인데 여기서

 기름넣을 일이 없으니 몹시 아깝다. 퇸스베르그에 들어오니 또 비싸져서 15대를 넘나든다. 도무지 알 수 없는 기름값 구조다.

산데피요르드 항구에 가니 먼저 고래잡이 조각분수가 우리를 맞이한다. 커다란 페리가 보여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노르웨이에서 오슬로를 거치지 않고 스웨덴으로 가는 길을 찾을 때 이 페리를 타기로 생각한 그 페리다. 규모가 매우 크고 성수기에는 하루 4번이나 다니는 건 노르웨이와 스웨덴 간의 이동이 매우 많다는 거네. 화물차는 없고 승용차 반, 캠핑카 반이다. 어쨌든 캠핑카는 부럽다. 그런데 바다에 왠 해파리가 이렇게나 많으냐? 세수대야만큼 큰 해파리들이 바다를 메우고 있네.


대합실 화장실에 갔다가 나와 부두에서 낚시꾼 구경을 한참 하다보니 뭔가 허전하다. 폰을 화장실이 두고 나온 거다. 급히 돌아가니 시간이 지나 문이 잠겨서 들어갈 수가 없네. 근무시간 4시가 지나니 직원들이 칼같이 다 퇴근하고 없다. 마침 어려보이는 부두일꾼 한 명에게 부탁하니 자기는 그 문을 열 자격이 없다며 다른 사람을 불러준다. 그래서 겨우 폰을 찾는다. 폰이든 뭐든 내 손에서 떨어지면 그 다음은 그걸 잊어버리니 정말 큰일이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없다는 보장을 하지 못 하니 더 큰일이다. 

마침 시간도 다 되어가고 맥이 풀려서 바로 공항으로 간다. 6시 쯤에 도착했는데 창구는 아직 열리지 않아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7시나 되어서야 겨우 체크인을 한다.

WIZZ Air. 지독한 놈들. 공항에서 체크인하면 350크로네를 받는다. 온라인으로 체크인하라는 말이 있었다는데 본 적이 없고 이럴 줄은 전혀 알 수 없었다. 결국 700을 낼 수밖에 없다. 수하물은 핸드캐리한다니 그냥 부쳐주겠다네. 내가 하도 어이없어 하면서 worst라고 말해서 그런가?

출국수속은 없다. 비행기 표 확인하고 검색대 통과하니 바로 면세점이다. 혹시 검색에서 젓가락을 문제삼을까봐 두고온 젓가락이 그리울지도 모를 정도로 검색도 간단하다. 쉥겐 조약국 내에서는 이렇게 이동이 자유로운 유럽. 난민 때문에 검색이 좀 복잡할 줄 알았는데, 스칸디나비아 내에서 이동할 때도, 이렇게 바다를 건너 다른 나라에 올 때도 난민 비슷한 걸로 복잡한 건 한번도 보지 못 했다.

흡연실도 없는 Torp공항. 이럴 줄 알았으면 담배라도 한 대  피우고 들어올 걸... 면세점은 당연히 비싸고, 출국장 내 식당들은 당연히 또 당연히 더 비싸고. 저녁이라 배가 고픈데 햄버거 하나에 최소 200크로네이니 먹을 수가 없다. 큰일났다. 그런데 누가 맥주를 마시네? 가보니 면세점에서 맥주를 매우 싸게 판다. 330ml 6캔을 60크로네에 사서 두 캔째 마시는데 경비가 와서는 여기서는 마시면 안 된다고 빼앗아버린다. 징그러운 놈들이다. 

공항은 연결브리지가 없이 활주로 옆 바닥에서 바로 타고 내린다. 출국장에서 나와 바닥에서 바로 비행기를 타보는 건 처음이다. 60년대식 풍경? 공항 홍보는 그럴 듯하게 하더니 오슬로에서 120km나 떨어지고 라운지도 없는 시골 공항도 오슬로 공항이라고 우기는 노르웨이 놈들이 정말 지겹다. 경치만 좋은 노르웨이. 아무래도 다시 오게 될 것 같은데 그때는 정말 캠핑카든지 뭐든지 돈이 적게 들 방도를 마련해야지.


비행기 출발시간이 25분 늦어진 9시 45분으로 바뀌었는데 게이트가 바뀐 것도 모르고 앉아 있다가 5번으로 간다. 45분에 출발한다는 비행기는 20분에 들어오더니 탑승객이 다 내린 후에 청소도 하지 않은 채로 바로 또 태워서 우리는 40분에 자리를 잡는다. 그래서 출발은 10시 20분, 1시간이나 늦다. 가뜩이나 늦은 밤에 도착해서 숙소를 찾아갈 일이 걱정인데 더 늦어버렸으니...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바로 잠에 곯아떨어져서 눈을 뜨니 바르샤바 상공이다. 

여기는 백야가 아닌 동네라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바르샤바는 깜깜하네. 이 놈의 항공사는 1시간이 늦은 데 대한 아무런 사과도 없는 것 같다. 저가항공이니 그 정도는 당연하다는 건가?  밤 12시에 또 바닥에 착륙해서 짐을 찾고는 역시 입국수속 없이 바로 입국이다. 구글에서 버스가 있다 해서 기다려 12시 48분에 N32번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와 한참을 걸어 겨우 숙소에 들어온다. 날이 많이 추워져서 기다리느라 혼났다. 그저께까지 30도를 오르내렸다는데 오늘은 17도란다. 바람까지 불어서 더욱 춥다.

숙소 아파트의 로비가 훌륭해서 기대가 컸는데 방은 개판이다. 배는 고프지만 먹을 게 없어서 맥주 2캔으로 허기를 달래고 잔다. 참 피곤한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