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73(7월 11일) 크리스티안산 - 산데피요르드 - 스웨덴 문케달 317km

나쁜카카오 2018. 11. 19. 20:04

어제는 몹시 피곤한 덕분에 푹 잘 잤다. 6시에 일어나 스웨덴 airbnb를 예약한다. 600스웨덴 크로나. 캠핑장보다야 비싸지만 편한 걸 생각할 때다.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다 아침은 맨 빵에 토마토와 커피. 이렇게 아침을 먹기도 한다. 어제 빵과 커피만으로의 점심보다는 그래도 낫지? 10시 10분에 체크 아웃하고 고속도로에 들어섰는데 호텔 키를 가지고 온 걸 이제서야 안다. 돌려주러 갈 수도 없고 참참참이다. 기념품으로 쓸 수도 없을 정도의 평범한 물건이니 가지면 쓰레기인데 어쩔 수 없지. 

싼 주유소를 목적지로 정하고 가는데 구글이 고속도로를 빠지라는 걸 무시하고 가도 통행료는 나오지 않아 빠르게 간다. 고속도로에서 나와 주유소로 가는 도중에 앞 트럭의 뒷바퀴 2개가 차에서 빠지는 사고를 목격한다. 차에서 빠진 바퀴가 그 속도 그대로 굴러가다가 맞은 편에서 오는 테슬라 범퍼에 부딪히니 범퍼가 그대로 떨어질 정도로 힘이 세다. 나중에 오면서 보니 벤츠 트럭인데, 벤츠도 이런 사고를 내는 차를 만드는구나 싶다. 참으로 신통한 사고를 다 보는구나.

주유소에 도착하니 기름값이 그새 많이 올라버렸다. 도대체 알 수 없는 기름값 구조네. 레마에나 들어가 점심거리를 사려했는데 그나마 입구를 놓쳐서 그냥 산데피요르드를 가기로 한다.

조금 전에 사고난 지점에 다시 가니 사고처리하느라 길이 조금 막히지만 심하지는 않다. 아직까지 황당한 표정으로 서 있는 테슬라 여자 운전자.

주유소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40크로네에 판다는 간판을 보고 들어가니 그건 너무 작은 놈이다. 그래서 좀 큰 놈 2개, 178크로네. 노르웨이 마지막 식사가 햄버거라니 좀 우습다. 그것도 주유소에서.


국토면적이 32만㎢인데 인구는 500만이 좀 넘는 노르웨이. 핀란드와 비슷한 면적에 비슷한 인구라 역시 길에는 현지인보다 관광객이 더 많아보인다. 1970년대 초, 북해 유전에서 석유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북유럽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였는데 이제는 이 동네에서 가장 부자나라가 되었다던가? 그렇지만 아직 가난한 시절의 추억을 간직하고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어쨌거나 안녕 노르웨이. 28일간 노르웨이에 있었는데, 물가나 도로 등 여러 면에서 마음에 쏙 들지는 않지만 미진하다. 다음에 한번 더 와서 좀더 제대로 이 나라를 즐겨보고 싶은데, 가능할까?

스웨덴으로 건너가는 Fjordline 페리는 매우 크다. 탈린 가는 페리보다는 좀 작은데 지난 번에 본 Colorline 배도 크기가 비슷했다. 가까운 거리인데 이렇게 큰 배가 하루에 몇 번이나 다닐 정도로 이동인구가 많은 게 신통하다.

그런데 다 이유가 있는 듯. 배는 아예 대형 상점이다. 내부 면세점에서 거의 대형마트 수준의 식품, 과자, 술, 담배, 화장품 기타 생필품 등을 파는데 세금이 없는 가격이니 사람들이 이 면세점에서 구매하는 것으로 배삯은 빼고도 남겠다. 우리는 자동차 포함해서 18유로인데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일 테니 이 물가비싼 북유럽에서 일종의 노다지인 셈이다. 


면세점 외에도 각종 식당, 그리고 카지노 등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만만찮을 것이니 선박회사는 좋겠다. 면세점 장사를 더 하느라고 배는 30분이나 늦게 접안한다. 영악한 놈들. 우리도 덴마크 등에서 먹을 햄버거패티, 양념등갈비, 피자, 안주용 치즈에 내 초콜릿까지 좀 산다. 개인당 계산량이 많아 줄이 매우 길어서 계산하는 데만 시간이 20분 이상 걸린다. 그러니 도착시간을 늦출 수밖에.

배에서 내려 E6 고속도로에 올라서니 바로 시속 110km이고 통행료도 없는데 산과 들의 풍경마저 부드러워서 더욱 편안한 느낌이다. 스웨덴에 비하니 더욱 두드러지는 노르웨이의 인색함은 지형이나 옛날 가난했던 시절의 잔재이겠거니 한다.


Airbnb 숙소에서는 회답이 없어서 일단 약도를 보고 찾아가는데 처음에는 비포장도로를 5km나 가는 시골이다. 그런데 아니다. 돌아나와 다시 사람이 살 것 같지 않은 길로 들어서니 또 아니다. 정말로 징그럽네. 마지막으로 에어비앤비 사이트의 주소를 찍고 가니 그제서야 제 길이 나와 집을 찾는다. 주인 할매가 친구들과 노느라고 메시지를 못 봤다네. 이런 개x 같은.

친절하게 대하는 통에 화는 못 내고(말이 안 되니 화내기 어렵기도 하지) 그냥 힘들었다고만 한다.

그런데 숙소라고 정해준 집이 너무 엉망이다. 침실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빠지질 않는다. 할매가 건너편에 있는 큰 집이 비었으니 써도 된다네. 큰 집은 좀 낫다. 일단 작은 집에서 저녁을 해결한다. 닭날개를 마저 굽고 양념해둔 오겹살도 구워서 간을 본다. 전기곤로에서 하는 냄비밥은 늘 어렵다. 술도 잘 들어가지 않아 보드카 한 잔을 다 비우지 못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냄새 때문에 잠자기 어려울 것 같아 잠만 큰 집에서 자기로 한다. 인터넷도 잘 연결되지 않으니 저녁먹고 할 일이 없네. 시간도 11시가 다 되었다. 잠이나 자야지. 이런 집을 airbnb에 내놓고 손님을 받는 머리가 참 대단하다고 마눌님은 감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