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6 루이지애나 미술관 - 크론보르 성 - 프레데릭스보르 성
누룽지를 만들어서 끓여 아침식사. 김치 등등의 반찬이 있으니 무엇을 해도 밥이 잘 넘어가서 좋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라는 별칭이 붙은 루이지애나 미술관에 간다. 바닷가에 면한 미술관. 입구는 소박한데 주차장부터 대단한 규모다. 125크로네를 내고 내부로 들어가 안내판을 보니 우선 실내 전시장 규모가 매우 큰데, 눈에 먼저 들어오는 건 대형 유리창 밖의 잔디밭과 바다다. 여기는 현대 미술작품이 주로 전시되는 곳이라 우리가 익히 아는 이름들은 거의 없다. 그러니 별로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은 매우 당연하지. 하지만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서 생각이 좀 바뀌기는 한다. 내가 전혀 상상하지 못 하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고, 그런 작품을 작품이라고 인정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미술이라는 분야가 인류 전 역사를 통해 지속되는 것이겠지. 무엇을 표현하려는지 작가의 의도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미술은 이해하지 말고 그냥 느끼라는 말도 있으니 그냥 재밌다 생각하면서 지나친다.
넓은 전시장만큼 작품 수가 엄청나게 많아 돌아보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다리도 아프다. 일부 공간에는 아이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고 그걸 전시해주는 곳도 있어서 좋네. 국내에서는 미술관에 절대로 가지 않으면서 해외에 나와서는 곧잘 미술관에 들리는 이런 행태는 이제 그만 둬야겠지? 국내에서도 기회가 되면 미술관에 가보자는 뜻인데 잘될지는 모른다.
이곳에 오는 관람객이 매우 많아서 놀랍다. 바다에 면한 전시장 외부도 전시공간으로 활용해 신기한 조각들도 많네. 이 외부공간도 매우 넓고 잔디밭 등으로 조경이 잘 돼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와서 재밌게 노는 사람들도 많다. 전시장 안에는 제법 규모가 크고 제대로 된 음식을 파는 식당도 있어서 사람들이 여유있게 식사를 한다. 우리도 만들어온 햄버거로 맛있는 척 점심을 해결한다. 이곳은 하루 일정으로 와서 점심도 먹고 구경도 하면서 보내도 되겠다 싶은데, 시간이 난다 해도 아마 내가 그렇게 하지는 않겠지. 나중에 그럴 날이 오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미술관을 떠난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라는 평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음 코스는 첫날 잠시 들렀던 크론보르 성. 점심먹으며 곁들인 맥주 1캔에 졸려서 성 주차장에서 혼자 차에 앉아 잠을 잇는다. 운전을 하지 않으니 이런 불편도 있다. 한 30분 쉬고나서 밖에 나가 주변을 둘러본다. Street food를 파는 실내공간도 있다. 한국의 트럭식당 같은 걸 한 건물 안에 몰아넣고 이곳 관광객들에게 음식을 판다. 물론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식사를 하지. 맛도 그렇고 가격도 그래서 둘러만 보고 나와 성으로 향한다. 해자를 건너 입구로 들러가니 성 외부를 한 바퀴 보고나오는 마눌님을 만난다. 내부 박물관은 들어가지 않기로 했지. 성들의 내부는 전시물이나 그 역사성이 성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고 그래서 나름의 관람가치는 있겠지만 그런 차이를 무시하고, 그간 몇 번의 관람경험으로 공짜가 아닌 모든 성의 내부관람을 대체한다. 성 외부는 매우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외부만으로도 여기에 온 보람을 느낀다.
시간이 잘도 흐른다. 다음 코스인 프레데릭스보르성을 향해 출발. 주차장에 도착하니 마감시간 5시가 다 되어 주차증은 생략하고 성 관람에 나선다. 우선 성 뒤쪽 정원을 먼저 보니 참으로 감탄을 금할 수가 없을 정도네. 연못을 사이에 두고 바로크 양식으로 조성된 정원과 연못, 그리고 건너 편 주택들까지 그림이 따로 없다. 성 정면 광장의 분수와 성 구내의 그림도 참으로 예쁘지만 보통의 성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는 것 같다. 성 앞으로는 성문을 나서는 길이 약간 꺾인 것이 다른 성들과는 차이가 나는 듯.
다시 성 뒤 정원으로 올라가 멋진 풍광을 만끽하기로 한다. 덴마크가 북유럽 다른 곳보다 훨씬 예쁘다는 생각이 들게 하네. 디자인 왕국이 덴마크였나? 유럽 거의 모든 성들은 베르사이유를 모델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성은 그보다 먼저 지어진 것 같으니 그 당시 덴마크인들의 조경감각이 이만큼 뛰어난 것이었을까? 아니면 정원은 나중에 추가되었을까 궁금하지만 그냥 궁금해하기만 하기로 한다.
숙소로 돌아와 오겹살을 굽고 소주로 마무리. 운전을 하지 않으니 편하기도 하고 심심하기도 하네.
돌로미티에 목매던 산악회 친구들이 오지 못할 사정이 생겼다네. 마눌님을 어렵게 설득해서 돌로미티 숙소까지 예약이 끝났으니 그들이 못 온다고 해서 돌로미티를 취소할 수도 없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러시아를 다시 횡단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