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83 비스뷔 - 뉘네스함 - 스톡홀름 브레이댕 캠핑장

나쁜카카오 2018. 11. 24. 08:40

아침이슬이 거의 내리지 않아 텐트걷기가 편해졌다. 11시에 체크아웃이니 2시 배를 탈 때까지 시간이 참 애매하게 남을 것 같다. 어젯밤에 봐둔 융프란 라우카르 동네를 찾아가서 시간을 보내면 적당할 것 같아서 10시 30분에 체크아웃하고 캠핑장을 떠난다. 이제는 텐트를 걷는 게 많이 익숙해지기도 했고, 더욱이 손이 많으니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어제 저녁에 친 빨랫줄은 마눌님이 걷었다. 비스뷔에 다시 올 일은 절대 없겠지만 만일 그런 일이 생긴다면 이 먼지투성이에 샤워마저 엉망인 이 캠핑장은 절대로 아니다. 

Jungfran 라우카르가 있는 Lickershamn 마을에 도착하니 여기도 관광객들이 좀 있네. 이곳 라우카르가 가장 높기는 하지만 수량이 많지 않아 어제 거기보다는 사람이 적다. 약 10분 정도 걸어가니 높이 27m로 이 동네에서 가장 높다는 돌덩이가 딱 하나 있다.  이러니 손님이 없지. Jungfran은 young maiden인데 젊은 처녀와 얽힌 전설이 있네. 어디서나 바위에는 전설이 붙는다.

나오는 길에도 라우카르 돌덩이 몇 개가 있는데 기묘한 모양새이긴 하지만 이 놈들은 그냥 마을 옆 산 속에 있어서 그리 눈길을 끌만한 풍광은 아니다. 우리도 간단하게 사진 1장씩만 찍고 떠난다.

이 마을 역시 옛 어촌인데 어업은 끝나고 그냥 사람들이 사는 마을인가 보다. 조그만 포구에는 요트만 가득하고 바닷가 어부들의 집은 그냥 관광용인 듯 하다. 박물관도 있는데 늘 하던 대로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비스뷔로 돌아오니 시간이 역시 애매하게 남는다. 우선 터미널을 확인하고 번화가 동네의 맥도날드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간편메뉴가 버거킹보다 비싸서 앞으로 맥도날드는 안녕이다. 점심을 먹으며 페리 온라인 체크인을 한다. 올 때 죽였던 좌석을 살려서 자리 4개를 확보했다. 누가 뭐라겠어. 


식사를 마치고 5분 거리의 터미널로 가니 차가 주차장 가득이다. 4줄로 들어가는데 우리 줄만 움직이지 않아 땡볕에서 왠 고생이냐 했는데, 페리 문이 열리지 않은 탓이었다. 1시 50분, 올 때보다 두 배는 커보이는 페리 2층에 램프로 올라가 차를 싣는다.

큰 배 가득 사람이 탔는데 우리 좌석이 비싼 좌석이구나. 올 때보다 3배는 비싼 이유가 거리도 거리이지만 좌석이 좋은 탓이었다. 이코노미 석은 좌석 지정이 없어 아무 데나, 주로 식당 앞 테이블 등에 앉으면 되는 거다. 갑판에 나가보니 갑판 바닥에 자리를 깔고 버티는 할매도 있다. 햇빛과 바람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자리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개를 싣는 케이지 칸도 있지만 그냥 의자 옆에 두거나 데리고 다니며 산책하는 사람도 많다. 아이들이 매우 많고, 아이들의 행동을 단속하지 않는 문화라 아이들의 놀이방이 따로 있어도 선실 내부 전체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게다가 꼬맹이들이 말이 많아서 몹시 시끄럽지만 아무도 나무라는 사람이 없다. 부럽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고 그렇다.

잠을 좀 채우고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다 보니 배는 뉘네스함 항구에 도착한다. 배에서 내려 항구 바로 옆에 있는 마트에 들어가 채소와 생선 등을 사고, 아마도 베스테르비크에서 잃어버렸을 면도기도 산다. 무언가를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리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스톡홀름으로 가는 고속도로는 시속 110. 길이 좋아 편하게 스톡홀름 시내로 들어왔는데 초입부터 대단한 지하도로를 통과해야 해서 구글이 아니었으면 고생을 많이 할 뻔 했다.

Longshelm 캠핑장에 도착하니 우려했던 대로 캠핑카 전용 캠핑장이다. 맵스미가 알려주는 10 minutes 캠핑장이라는 곳을 찾아가니 이건 캠핑장이 아니고 그냥 동네사람들이 간단하게 텐트나 치는 곳 정도네. 웃기는 맵스미.

10여km를 달려 Bredang(a는 움라우트) 캠핑장을 찾아간다. 전기 사이트는 이미 없고 텐트는 아무 곳이나 편한 대로 치란다. 샤워 포함 하루 305크로나인데 후불이란다. 취사장 바로 앞에 자리를 잡는다. 화장실 건물에는 샤워장이 3개 밖에 없어 기다리는 경우가 많지만 이 정도면 매우 훌륭해서 비스뷔 Strandby 캠핑장이 더욱 괘씸하다. 조금 떨어진 캠핑카에게서 전기를 같이 쓰자고 마눌님에게 부탁하라고 해서 전기도 쓸 수 있게 되었으니 좋다. 왜 그런 부탁을 내가 직접 하지않고 마눌님에게 하라고 할까? 크게 불편하지 않으면 4박5일 여기서 버틸 수도 있겠다 싶다.


저녁은 다시 대구조림에 오이피클. 데킬라를 비웠으니 당분간 독주는 없기로 하자.

스스로 북유럽의 수도(1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동네지만 물 수자 수도가 아니다)라 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그 별칭을 인정한다는 스톡홀름. 한때 스칸디나비아 반도 전체를 지배한 스웨덴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지배국에 대한 반감이 거의 없는 것 같은 스칸디나비아의 분위기는 왜놈과 매우 대비되는데 그만큼 지배의 격이 다른 것이겠지.

한국 차를 알아보고 반가워하는 사람이 많아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