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11 모스크바
4시 반인데 해가 뜨려는지 하늘이 부옇다. 시간이 해와 제대로 맞지 않는 거지? 8시인데 햇살은 따갑지만 낮 기온은 25도 정도라네. 나가지 않고 집에서 빨래하다가 마트에서 쇼핑이나 할 것이니 관계없다.
마트에서 담배 구입. 윈스턴을 종류별로 8갑을 사는데 940루블, 15,700원 정도이니 1갑에 2천원도 안 되네. 우크라이나 담배를 아쉬워할 게 하나도 없다. 전에 오면서는 상트 페테르부르그에서 비싸게 산 것 같은데 아닌가? 1포에 3만원 정도로 기억하는데... 다시 보니 그 담배는 바르샤바에서 샀다. 3만3천원.
마눌님이 29일에 오겠다니 둘이서 오붓하게 긴 여행의 마지막을 황량한 시베리아와 함께 장식하게 될 것이다. 알혼섬 도로가 좋아야 할 텐데 좀 걱정되기는 한다. 울란우데 구경도 좀 하고, 하바로프스크도 제대로 볼 생각인데, 뭐 볼 것이나 있을까?
모처럼 밥을 하고 신 김치 등으로 국도 끓이고 생전 처음 전자렌지에 달걀찜도 해본다. 물이 적어서 많이 딱딱하지만 먹을 만은 하다. 빨래하고 사진 좀 옮기고 하니 시간이 잘 간다. 점심은 라면. 달걀도 하나 넣었는데 맛이 없다. 반 좀 안되게 남은 건 버린다.
구글에 찾아보니 800m 거리에 Billa가 있다. 산책도 할 겸해서 슬슬 걸어가 오겹살, 보드카, 그리고 상추를 산다. 저녁에는 파무침하고 오겹살을 구워먹어야지. 러시아 마트에서는 거의 냉동 생선만 파는데, 여긴 모스크바라고 생물도 있다. 욕심은 나는데 조리하기가 겁나서 구경만 한다.
혼자 모스크바 관광을 보냈는데 오전까지는 별다른 연락이 없다. 무소식이 희소식이지. 4시 조금 지나서 돌아온다. 관광을 나름 잘 하고 온 모양이다. 크렘린도 250루블 짜리를 끊고, 올 때는 역무원에게 물어서 지하철도 잘 타고 왔다네. 혼자서도 해봐야지.
보드카 2종류를 마시면서 비교를 해봤는데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보드카 종류가 엄청나게 많고 가격대도 매우 다양한데,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알고 싶지만 모든 보드카를 다 마실 수가 없으니 방법이 없다.
날이 슬슬 어두워져서 야경보기 좋아졌다. 버스를 타고 나가볼 생각이었는데 구글이 여기서는 버스가 없단다. M7 지하철을 타고 3정거장 가서 내려 발쇼이부터 본다. 지난 번에 보지 못한 발쇼이 주변의 야경이 화려하다. 정작 발쇼이는 자체 조명을 하지 않는다. 관광객은 여전히 엄청나네. 전에 왔을 때는 생선축제를 하던 광장에서 오늘은 그냥 공연만 한다. 그 동네 작은 길거리 식당들은 여전하네.
밤인데도 붉은 광장에는 여전히 관광객이 바글바글하다. 그런데 무슨 페스티벌인지를 한다고 광장을 다 막아버렸다. 이런 개떡같은 경우가 있나. 이번에는 막히지 않은 붉은 광장과 바실리를 보려니 기대했는데 망했다. 굼 백화점에서 아이스크림이나 사먹자 했는데 여기서는 수박과 멜론 잔치다. 이것도 망했다. 끝으로 굼 옆 도로의 조명을 보자 했는데 그 조명이 다른 걸로 바쀠어 별로 예쁘지가 않네. 역시 망했다. 이렇게 망하는 경우도 있구나.
쁠로샤드 레볼류치 정거장에서 M3, M9, M7을 번갈아 타고 돌아와 맥주로 마감한다. 모스크바는 재미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