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121 리스트뱡카와 중앙시장 143km

나쁜카카오 2018. 12. 1. 14:17

이 동네에 오면 오물을 먹어야 하는데 어제 괜히 비싼 고등어를 샀다. 나도 참 멍청하다. 아침에 고등어는 조림으로 처리하고 리스트뱡카에 다녀오면서 중앙시장에 들러 오물이나 사와야지. 숙소에서 잘 구울 수 있을까?

12일에는 블라디보스톡에서 동방경제포룸 행사 때문에 배가 들어오지를 못 한다네. 이런 젠장. 예상치 못한 1주일 여유가 생겨버렸다. 일단 알혼섬에서 2박3일을 하고 울란우데 2박 후, 몽골이나 갔다와 볼까? 몽골 입국이 어렵다는 말들 하던데 어떨지 모르겠네. 입국된다면 왕복 포함해서 3박4일 정도, 그러면 또 바빠지려나? 그런데 알아보니 몽골은 비자가 필요하단다. 사진도 없어 비자를 받기가 어렵겠다. 그러면 남는 시간을 어떻게 때우나...

매일매일이 어드벤쳐라고, 오늘 또 사고가 생긴다. 어제 냉장고 코드를 뽑지 않아서 배터리가 방전된 것. 어찌어찌 사정을 해서 1층 사무실에서 전원을 얻어 연결했는데 속도가 무지 느리네. 당연하지. 혹시하고 30분만에 내려가 시동을 걸어보니 걸릴 리가 있나. 어쩌나 하던 차에 마침 점프케이블을 가진 사람에게 부탁해서 시동을 걸 수 있었다. 처음엔 잘 걸리지 않아 한참을 기다리다 몇 번을 다시 해도 걸리지 않아서 수리공을 부르려던 차에 시동이 걸리네. 배터리를 바꿔야 하나 싶기도 했다. 전에는 밤새 잘 버티더니 이번에는 빨리 방전됐다는 생각이라 아예 배터리를 바꾸면 어떨까 했는데 이렇게 걸리면 생각이 또 달라지지. 담배 2갑으로 때웠다.


그래서 출발이 좀 늦다. 시내를 관통해 리스트뱡카 고속도로에 올라서서 핸들을 넘기고 한잠 잘 자고나니 거의 누더기 길로 한참 들어왔네. 그런데 기름이 달랑거린다. 주유소가 있는데 일단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기름을 넣기로 하고 지난 번에 발담궜던 곳을 조금 더 지나 마을이 있는 곳까지 가본다. 여기는 물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초가을 날씨라 옷을 다 벗고 호숫가에서 책을 읽는 할배도 있다. 나도 온 몸을 담궈볼까 하다가 옷도 타월도 없는 상태라 그냥 발만 담근다. 물이 시원하다. 내가 왜 바이칼에 그토록 와보고 싶어했던가 이유를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렇게 발을 담그고 있으니 좋다. 돌도 좀 챙기고 물도 작은 병에 하나 담는다. 알혼섬에서 물을 다시 담겠지? 좀더 있고 싶었지만 물만 보는 건 좀 지루하기도 해서 돌아간다.



기름만 충분하면 좀더 깊숙이 들어가보고도 싶었는데 아쉽다. 마눌님이 오면 어차피 알혼섬에서 며칠 지낼 거라 물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이 관광촌 동네가 어찌 생겼는지는 좀 궁금하다. 돌아오는 길 중간중간에 관광버스와 시내버스나 택시도 많고 중국인 관광객 한 무리도 보인다.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곳에서 오물을 많이 파네. 지난 번에는 요리된 걸 먹기만 해서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알 수가 없었는데 이번에 오물을 확실히 보기는 한다. 다음에 보면 금방 알 수 있을까? 주유소에서 기름을 가득 채우니 60리터다. 

시내로 들어와 중앙시장을 찾아간다. 우선 현금이 필요할 듯 해서 은행을 찾아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버거와 피자에 모처럼의 맥주로 점심을 먹고나니 정작 은행은 가까운 곳에 있다. 배도 채우고 돈도 찾고 나니 시장도 금방 눈에 띄네. 여기 반찬가게에도 김치가 있다. 색깔은 내가 담근 수준인데 맛도 쉬어빠져 보인다. 

오물을 한 마리 330g 짜리(kg에 480루블)산다. 제법 큰데 이 동네 물가에 비하면 비싼 생선이다. 다니다가 정육점에서는 잡뼈 종류를 사려는데 사고보니 꼬리네. 한 덩어리 더해서 1.8kg 230루블. 잔돈 4루블은 받지 않는군. 찾다보니 차가버섯도 보여서 1kg을 사본다. 가루로 된 놈 하나, 덩어리 하나. 500g에 250루블이면 매우 싼 거다. 

그림을 보니 차가버섯도 자작나무에서 자라는구나. 이 나무에서 말굽버섯도 자라고 차가버섯도 자라고... 한때 암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대한민국이 들썩거리던 난리통에 비하면 매우 싸다. 그 효과가 기대 이하라 그렇겠지? 그 지독하고 똑똑한 암을 단순히 버섯 하나로 치료할 수 있겠어? 단지 사람따라 조금 차도를 보일 수는 있겠지. 시장을 돌아다니니 피곤하다. 바로 숙소에 들어와서 퍼진다.



저녁에 꼬리찜을 먹으려고 열심히 삶는데 고기가 물러지지를 않아 오물만 굽는다. 짜다. 아마 염장이 됐던 것 같은데, 그 아줌마는 소금이 없단다. 구우면서 혹시나 해서 소금을 아주 적게 쳤는데 적게 치기를 잘했다. 어쨌든 짜다고 거의 먹지 못 하는 친구 덕분에 내가 거의 한 마리를 다 먹었다. 밥을 다 먹고 좀 기다리다가 삶는 중인 고기 몇 점을 발라내어 맛을본다. 맛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