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22 이르쿠츠크. 작별과 재회
밤새 열심히 삶은 꼬리찜 중에서 뼈가 많은 놈을 뜯는데 이건 완전히 뼈 덩어리라 고기가 얼마 없다. 그 아줌마에게 완전히 사기 당한 거다. 온전한 꼬리는 점심 때 낮술 안주용으로 남겨둔다.
빨래하고 퍼져 있다가 마트에 보드카 사러가면서 마그넷을 2개 더 산다. 시내보다 싸다고 좋아했는데 막상 계산을 보니 비싸네. 바로 환불하자 했더니 계산하던 여자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방금 산 물건도 환불해주지 않다니 참으로 지맘대로 장사하는구나. 유럽에서는 1개에 만원도 주고 샀으면서 여기서 고작 280루블에 떠는 내가 좀 우습기는 하다.
하루종일 둘이서 집안에서 버틴다. 친구도 도통 나갈 생각을 하지 않네. 점심은 남은 꼬리고기에 보드카로 낮술. 간만의 낮술에 낮잠이 맛있다. 저녁이 되어도 배가 고프지 않아 8시에 그냥 공항으로 간다.
공항에 가면서 마눌님이 오면 끓여줄 고기와 물, 요거트, 그리고 쌀을 산다. 국제선을 찾지 못 해 국내선 터미널에 들어갔다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물어물어 찾아간, 참으로 한심한 이르쿠츠크 국제공항. 시골 버스터미널을 연상케 한다. 입출국을 같은 공간에서 해결하고, 검색대를 통과해야 보딩패스 카운터가 있다. 입국문이 어딘가 했더니 대기실 옆 좁은 문이라, 간판이 있어도 설마 저게 입국문일까 싶을 정도다.
비행기는 예정보다 빠른 9시 10분에 도착했는데 언제 나오나? 다리가 아프도록 기다려도 나오지 않더니 10시 50분에나 나온다. 하필이면 동남아 단체관광객이 돌아오는 비행기와 겹쳐서 더 그렇다네. 숙소까지는 20여분. 배가 고파서 마눌님이 인천공항 라운지에서 챙겨온 컵라면 하나에 보드카 한잔으로 요기를 한다. 마눌님이 돌아오니 정말 좋네.
6시부터 내일 새벽 4시까지 비가 온다는 예보인데 6시 무렵에 정확히 비가 내린다. 끝나는 것도 맞추는지 궁금하네. 비가 미리 와주고 내일 짱짱하게 해가 나면 길이 마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