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28 이르쿠츠크 - 울란우데 462km
새벽부터 비가 좀 내린다. 비가 와서 차를 좀 씻어주면 했는데, 당장은 좀 씻기겠지만 도로에 나서면 그 흙탕물이 차를 다시 엉망으로 만들 테니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지. 여기 사람들도 왠만하면 비를 그냥 맞고 다니네.
엊저녁 된장찌개로 국을 끓이고 달걀후라이와 함께 아침. 출발은 10시 40분이다. 마트에 들러 물이나 사갈까 하다가 울란우데에 도착해서 사기로 하고 나서니 이르쿠츠크를 벗어나는 길이 바로 나온다. 길은 꾸준히 고도를 높여 900을 훌쩍 넘긴다. 지난 번에 올 때도 600을 기준으로 눈이나 비가 내렸다고 마눌님이 알려준다. 오늘은 고도에 관계없이 약한 비가 끊이지 않는다.
점심은 길가 카페에서 밀가루 전병. 어제 이 전병의 이름이 블린인 것을 확인하고 주문하니 쉽고 좋다. 동네 사람들은 이 전병 속을 여러 재료로 채워서 먹는 것 같은데 우리는 어떤 게 들러가는지 모르니 가장 기본적인 연유나 찍어먹는다. 그래도 커피와 함께 한 끼 식사로 괜찮다. 가격도 싸네. 300루블.
이 구간은 원래 경치랄 게 거의 없는 구간인데 비가 내리니 사진도 찍을 게 더욱 없어 오늘은 사진 남길 게 없다. 갈 때는 바이칼을 보느라 시간이 매우 지체되었지만 알혼섬까지 보고 온 우리에게 비내려서 우중충한 색깔의 바이칼은 이제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지난 번에 가면서 들렀던 길가 카페가 보이지 않아 매우 신통하다. 그새 길 만드느라 그 지역을 없애버렸거나, 길이 새로 만들어져 그 구간을 우회했거나이겠지.
슬류단카에서 바이칼을 따라가는 길이 매우 좋아졌다. 그새 공사를 많이 했는지 길이 새 길이네. 일부 구간은 아직 공사 중이지만 그 구간이 매우 짧다. 바이칼 호안을 따라가는 길은 약 200km, 비가 와서 경치가 꽝이니 길이 지루하다. 공사구간이 매우 긴 곳도 있는데, 벌써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이 동네에서 땅이 얼기 전에 공사가 마무리될까 걱정도 해본다. 도로 옆을 크게 넓힌 구간이 많은데 확장을 준비 중인지 그냥 갓길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확인하러 다시 올 수도 없으니...
바이칼을 벗어나서도 길은 여전히 좋고 비도 여전히 그치지 않더니 울란우데에 가까이 가니 하늘이 개는 것 같아 내일 일정이 순조롭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도도 낮아져 500전후를 유지한다.
6시로 도착예정을 알렸는데 시간이 좀 지체되니 주인 여자가 기다리다가 간다네. 동네 조그만 마가진에서 고기와 물을 사고 집을 간신히 찾아 기다려서 여자를 만난다. 숙소를 찾아가다가 보니 조그만 구멍가게 옆에 바로 큰 마트가 있다. 울란우데도 큰 도시인데 너무 우습게 봤다. 러시아 2달의 학습효과인가? 역시 집은 허름하고 지저분하다. 싼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돼지고기 김치찌개로 늦은 저녁을 끝내고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