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140 블라디보스톡 타이거 호스텔

나쁜카카오 2018. 12. 4. 12:30

술을 마시지 않고서도 잠을 잘 자고 5시에 일어난다. 이러니 술은 저녁 고기반찬을 맛있게 먹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밥솥 등을 가지러 차에 가는데 기온은 낮지 않아도 센 바람 때문에 좀 춥다. 일기예보가 잘 맞아서 아침에는 하늘이 깨끗하고 해가 눈부시다.

오전 내내 사진을 정리하고 경비 정산도 해본다. 돈을 쓴 횟수가 워낙 많아서 일일이 결제금액을 맞추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누룽지국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고 났는데 주인 녀석이 버너를 쓰지 말라네. 밥솥을 렌지에 얹어봤더니 불이 오르지를 않는다. 할수없이 밥솥을 바꿔야 한다.



점심은 국수. 다시다 봉투를 비운다. 그동안 다시다로 끼니를 잘 때웠다. 예상보다는 조미료 냄새가 많이 나지 않아 다시다를 다시 보게 하지만 그래도 집에 가서는 감치미를 계속 쓰겠지.


예약한 세차장에 가니 입구도 찾기 어렵다. 물어물어 겨우 찾아 들어가니 물이 안 나온단다. 이런 젠장. 역 옆 처음 봐둔 세차장에 가서 세차를 맡긴다. 차를 닦는 아이가 엄지척하며 좋아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동네 사람들에 비해서는 760루블이 다소 비싼 가격일수도 있겠지만 한국의 세차비가 워낙 비싸니 그 정도라도 고맙기만 하다. 집에 가서 다 들어내고 한번 더 하게 될까? 40분이면 된다는 세차는 1시간 10분이 걸렸다. 수고한 아이에게 팁을 주려니 녀석이 굳이 사양한다. 왜 받지 않으려는지 모르겠다. 5월 19일 모스크바에서 세차하고는 처음이니 차가 반짝반짝한다. 기분이 좋다.


세차장에서 나와 멀리 동네에 있는 마트에 가서 토마토와 달걀을 사고 돌아오면서 기름까지 가득 채운다. 기름탱크 용량이 늘 헷갈리게 한다. 도심에는 주유소가 없어서 동남쪽 끝 동네까지 가본다. 어딜 가나 폐허는 널렸다. 구글과 유심 덕을 많이 본다. 가끔 엉뚱한 짓을 해서 애를 먹이기도 하지만 구글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싶을 정도로 구글에 많이 의존한다. 정말 대단한 구글이다. 한때 인터넷이 안 되는 곳으로 여행을 가게 되면 어떻게 하나 하고 고심을 한 적이 있는데 이제 그런 걱정을 할 이유가 거의 없어진 것 같아 마음이 홀가분하기까지 하다.


숙소로 돌아오니 5시가 다 되었네. 다시 부엌에서 컴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양파, 마늘, 토마토 등을 볶아 술과 밥 없이 저녁을 때운다. 주인 녀석에게 냉동고에 술은 넣어뒀지만 가능하면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으니 하루 정도는 참아야지.

저 아랫 동네에서 뭔가 행사를 하는지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올라와 약간 궁금하기도 한데 그냥 참는다. 젊은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하며 노는 것이겠지. 마눌님이 있었으면 내려가 봤겠지?


10시, 술을 마시지 않아도 잠이 잘 온다. 아마 새벽에 일찍 일어난 이후 낮잠을 자지 않아 그런 것 같다. 그러니 굳이 술을 마시려고 애쓰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