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9일 미국 옐로스톤을 향해. 시애틀 - 이사콰 - 스노퀄미 211km
오늘은 출국자가 없는 날인지 검색대 입구마저 한산해서 출국절차가 매우 빨리 끝났다. 그래서 느긋하게 아시아나 라운지에서 와인 등을 즐긴다. 모름지기 이 정도의 여유는 있어야지.
델타 DL198편은 20분 늦은 6시 50분에야 이륙을 시작한다. B767-300, 이코노미 좌석이 그리 불편하지 않고 USB전원마저 있어서 잠시 행복해졌다. 식사도 괜찮고 중간에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에 아침으로 간단 샌드위치도 제공해서, 저가항공과는 확연한 차이가 난다며 현숙도 좋아한다. 그런다고 우리가 저가항공의 그 싼 가격을 모른 체하지는 못 하겠지. 가는 내내 아래로 구름이 가득해 경치는 없다. 하긴 구름이 없어도 보이는 건 바다와 하늘뿐이니... 라운지의 와인과 기내 와인으로 잠을 적당히 잔다. 그래봐야 2시간 정도 잤나? 이후 내내 잠을 이루지 못 한다.
12시 55분, 시택의 브릿지에 연결되었는데 이후 2시간 20분 동안 입국심사를 기다리느라 몹시 짜증이 났다. 자동입국기계를 만들어 두고도 다시 세관원을 대면하게 하는 이 무지막지한 절차. 미국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대자연이 아니라면 다시 오고 싶지 않게 만드는 불쾌한 절차와 시간낭비로 미국이 더 싫어진다.
셔틀버스로 약 15분 정도 이동해 렌터카 대여소로 왔는데 이번에는 Europcar 창구가 보이지 않는다. 물어물어 대행회사 창구에서 수속을 하는데 비상사태를 대비해 140달러를 추가하면 타이어 펑크, 기름부족 등등에 대비할 수 있다네. 하지 않아도 되는데 괜히 돈을 더 쓴다. 다음부터는 이런 바가지는 절대로 쓰지 않을 것이다.
소나타다. 늘 그러려니 하지만 이카나미카렌탈의 이 엉터리 렌터카를 재고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속담을 실감해하는 이 엉터리 렌터카.
공항에서는 4시 50분에야 H마트를 향해 출발할 수 있었으니 도착 이후부터 무려 5시간이나 걸렸네. 끔찍하다. H마트에서 필요한 것만 산다면서 바베큐 화로도 사고, 기어이 던지네스 크랩을 산다. 파운드에 12.95달라인데 2마리를 다니 46달라나 된다. 아직까지는 괜찮은 가민을 따라 숙소에 도착하니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기다린다.
주인할머니 아들놈이 예약을 마음대로 취소해버려서 방이 없다네. 기가 막혀서 한동안 억울해 하다가 이 크랩을 해먹을 수 있는 다른 방을 알아보니 적당한 가격의 방이 없다. 그래서 시애틀을 포기하고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하고 출발한다. 그런데 가민이 또 잠들어버렸다 구글에 의지해서 이사콰라는 곳으로 간다. 가다가 몇 번이나 길을 놓쳐서 시애틀을 헤맨다. 시애틀이 날 놓아주기가 매우 싫은 모양이다.
겨우 길을 잡고 30분 거리의 이사콰에 1시간이나 걸려 도착해보니 여기도 방이 없다. 일단 고픈 배를 서브웨이 샌드위치로 채우면서 지갑을 그 민박집에 두고 온 걸 발견한다. 결국 다시 시애틀로 간다. 멋진 노을과 함께 불을 밝힌 시애틀의 경치는 감탄을 부르는데 숙소는 못 찾고 두고온 지갑이나 찾으러 1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내 신세가 참 딱하다. 그래도 갈 때는 SK 데이터로밍 덕을 잘 봤다.
지갑을 찾고 다시 길을 떠나 스노퀄미라는 산골의 숙소를 향해 간다. 날이 이미 어두워진데다 지난 밤에 못 잔 잠이 졸음을 부르는 듯 해서 좀 겁이 나기도 했다. 다행히 Edgewick Inn에서 방을 잡아 시름을 던다. 결국 그 던지네스 크랩을 여기서 해먹는다. 재작년부터의 숙원을 푼 결과는 역시 가성비가 매우 떨어지는 음식이라는 것. 게다가 매우 짜다.
다시 긴 하루. 2시간 반이나 걸린 입국수속 더하기, 숙소가 취소되는 해프닝, 거기에 지갑을 두고와서 1시간을 알바하는 멍청한 짓까지. 그래서 중간에 길을 헤맨 건 양반이다 싶음.
스노퀄미라는 산골에서 하룻밤. 별은 없다. 현숙은 첫날 징크스라네. 매번 여행할 때마다 첫날은 무슨 사고가 생겨도 생겼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