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1일 미줄라 - 아이다호폴스 515km
모텔 본채의 로비에 식당처럼 생긴 공간에서 빵과 커피로 간단한 아침식사를 마치고 아이다호폴스로 출발. 몬태나 주로 들어서니 산 동네가 나온다. 비가 내리다 말다 하는데 10여 분 동안 쌍무지개가 내내 우리를 따라온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게 실제로 가능한 일일까 싶은데, 어쨌든 쌍무지개는 계속 우리 옆을 지키고 있어서 커다란 행운을 만날 것 같다는 예감을 가지기만 한다.
몬태나 주에서 아이다호 주를 거쳐 유타 주를 잇는 15번 고속도로는 고도를 높여 해발 약 2천 정도에서 끝없는 지평선을 보여준다. 하긴 이런 지형이 여기만 있는 건 아니었지. 재작년 그랜드캐년 길의 감탄을 똑같이 되풀이하게 만드는 이 복받은 땅. 사람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자연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 기막힌 땅. Valley, 즉 계곡이라는데 양쪽 산과 산 사이의 거리가 1km는 족히 되어보이는, 계곡 같지 않은 계곡의 휴게소에서 잠시 쉰다.
점심을 찾아서 Merlose라는 아주 조그만 시골동네에 들리니 우리가 갈 만한 식당이 눈에 띄지 않아 시골동네 구경만 하고 좀 큰 마을인 딜론에서 서브웨이. 채소를 마음껏 채울 수 있는 서브웨이가 우리 취향이다.
매우 괜찮은 호텔 캔들우드 수트. 오후4시, 우리의 여행에서는 매우 드문 조기 체크인을 하고 시내구경을 나선다. 현숙이 아울렛에서 신발을 사야 한다해서 지도를 보고 찾아갔는데 망한 쇼핑몰이라 아울렛은 없어졌다. 동네가 한쪽은 깔끔하니 부자 동네같고 한쪽은 매우 한산하고 지저분해서 가난해 보인다. 이 도시의 이름이 유래된 폭포에 가니 참 한심하기 그지없다. 폭이 상당히 넓고 엄청난 수량과 속도로 사람을 놀래키는 스네이크강의 보가 만든 폭포. 좀 어이없다. 포천의 직탕폭포보다는 수량도 많고 유속도 매우 빠르고 규모도 크지만 직탕처럼 자연적인 폭포가 아니라 이렇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폭포가 도시의 이름이 된다는 건, 참 이해하기 어려운 작명법이다.
대형마트인 알버슨과 월마트를 거치면서 기름도 채우고 저녁거리도 준비한다. 알버슨보다는 월마트가 싸네. 소 등심, 갈비, 소꼬리에 돼지등뼈 등등. 이 고기들로 옐로스톤에서 잘 해먹긴 했지. 주방시설이 있는 호텔이라 흑소와 일반 소 등심을 굽고 밥을 해서 저녁식사. 고기굽느라 연기를 냈더니 연기감지기가 어제에 이어 다시 소란을 피운다. 렌지후드에 당연히 밴틸레이터가 있는데 그걸 돌릴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이유는 뭘까? 창문을 열어 열심히 연기를 빼는데 어제와는 달리 프론트에서 전화가 와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했다.
저녁먹고 잠시 쉰 다음 다시 폭포 야경을 보러 나간다. 조명이 설치되긴 했지만 밤에는 더욱 볼거리가 없는 폭포라 실망만 안고 돌아온다.
도시도 이쪽 지역은 한적하고 예쁘다. 그런데 비는 오지 않았다. 일기예보가 잘 맞지 않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인가?
운행거리 5,928-6,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