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110 레제크네 -모스크바 694km

나쁜카카오 2018. 12. 1. 10:38

호텔 규모는 매우 큰데 외부인도 쉽게 출입할 수 있는 1층 일반 식당에서 아침만 제공한다. 음식은 매우 션찮아 어제 폴란드 호텔과 매우 비교된다. 빵 2조각에 오이 토마토 등으로 아침먹는 시늉만 한다. 묽은 요거트가 맛있다.


7시 40분 출발, 국경에는 8시 44분에 도착해서 간단히 10분 정도에 유럽을 벗어난다. 5월 26일에 들어와서 8월 17일에 유럽을 떠나는구나. 2개월 22일만이다. 핀란드,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리히텐슈타인,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폴란드,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19개국. 거의 주마간산이라 뭘 봤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것이다. 유럽과 아시아는 우랄산맥으로 나뉘니 아직까지 유럽을 완전히 벗어난 게 아니긴 하다.

러시아 세관에서는 1시간 40분 가량 걸린다. 서류를 워낙 꼼꼼하고 찬찬히 보는 통에 시간은 한없이 더디게 흐른다. 차량 출입허가서를 다시 작성하느라 시간이 더 걸린다. 블라디보스톡 세관의 서류면 다 된다고, 꼭 가지고 있으라던 그 서류는 보지도 않고 새로 만드네. 서류 작업이 끝나고 출국 때 필요한 서류를 하나 주고는 짐검사를 하는데 매우 형식적이다. 앞뒤와 내부 사진은 열심히 찍네. 드디어 다 끝나고 입국이다. 이만하면 빨리 끝난 셈이다. 짐검사가 너무 쉬워서 발트3국의 맥주를 챙겨오지 못한 게 매우 억울하다.


싼 기름을 가득 채우니(43.5, 733원 60리터) 기분이 좋다. 러시아 경제가 어찌되든 말든, 환율이 그냥 이대로 쭉 유지되면 좋겠다. 그런데 내가 러시아에 언제 다시 오게 될까? 그린 카드를 구입한다. 입국 때와 똑같은 금액이다. 유심은 현금으로만 판다 해서 일단 포기.

배가 일찍 고프네. 마침 제법 클 듯한 마을이 보여 들어가다가 유심가게가 보여 어렵사리 유심 하나를 구입한다. 15기가 짜리가 50루블. 뭔가 좀 이상하다. 이 가격에 15기가가 나올 수가 없다 했는데 역시 큰길로 나오자마자 신호가 잡히질 않네. 모스크바에서는 잡히려나? 동네 마트에서 빵과 우유를 사서 요기를 하기로 하는데 빵이 너무 맛이 없어서 반도 못 먹고 버린다.

모스크바가 가까워질수록 차들이 많아진다. 모스크바를 100km 정도 앞두고는 고속도로가 뚫려서 시원한데 길이 갈수록 넓어져 3차선, 4차선으로 된다. 월드컵을 치뤘다고 좀 나아진 건가? 나가는 반대 방향 차선에는 역시 정체가 심하다. 60km 정도부터 차가 막히더니 30km 정도에 오니 끔찍하다. 이런 길을 어떻게 매일 출퇴근하나? 

나갈 때와는 길이 다르니 보이는 풍경도 당연히 다르다. 그때는 볼 수 없었던 최신 고층건물도 보이고, 새로운 아파트도 훨씬 눈에 많이 띈다. 키릴어가 이제는 눈에 쉽게 들어와 좀더 잘 읽을 수 있고 해서 마치 집에 온 느낌이다.


에어비앤비가 또 애를 먹인다. 더욱이 유심이 작동하지 않으니 집을 찾기가 매우 난감해진다. 에어비앤비에 처음 나온 주소를 찾아가니 여긴 아니다.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돌아다니다가 어떤 음식점에서 와이파이를 빌려서 폰을 보니 정확한 주소가 들어와 있다. 좀 빨리 넣어주면 안 되는 건가? 생각할수록 괘씸하네. 겨우 집주소를 찾아가 한참만에 나온 주인놈을 만나니 건물 안에 주차를 할 수 없고 유로주차장에 주차하란다. 이런 개같은 경우가 있나. 그것도 현금이 아니면 안 된다네. 은행에 가서 5천 루블을 인출해서 우선 400루블을 주니 이틀치는 1200이란다. 

배나오고 영어는 거의 못 하는 젊은 놈과 한참을 실랑이하다가 내가 진다. 배도 고프고 시간이 많이 늦어 어쩔 수가 없다. 젊은 놈이 아파트 앞에 와서도 한참을 헤매더니 겨우 집이라고 들어오니 정말 한심하다. 싸고 좋은 건 세상에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다시는 그런 짓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면서도 또 그 놈의 싸고 좋은 것 찾다가 이렇게 폭삭 망한다. 

오래된 아파트 3층. 바닥은 더럽고 가구들은 지저분하고 방의 침대라고 소파베드 하나에 주방의 소파가 또 침대란다. 그 침대라는 물건이 더러워 보여서 옷벗고 잘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옷입은 채로 잔다. 이런 개같은 경우를 또 당한다. 방에 신발은 벗고 다니란다.

배가 고파서 인근 마트에서 사온 피자를 전자렌지로 데우는 동안 맥주로 우선 깔딱요기를 하며 가스렌지를 켜보니 가스불은 켜지지도 않는다. 

며칠 동안 뒷좌석에서 놀던 채소들이 박살이 나서 국물이 흐르고 난리다. 밥 안 해먹은지가 오래 되긴 했구나. 베오그라드 허름한 숙소에서 밥해먹은 이후, 부쿠레쉬티, 이즈마일, 멜리토폴, 드네프르, 지토미르, 비아위스톡, 레제크네 모두 7일간 채소를 썩혔으니 당연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