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 잠이 그리 편치 않다. 편한 베개를 찾지 못 한 탓도 있을 것이다. 밖에 나가보니 바람은 좀 불지만 구름 사이로 해가 떠서 좋다.
캠핑장 규모가 대단하다. 캐빈 종류의 숙소만 57개. 여기에 텐트 사이트와 캠핑카 사이트가 별도. 면적이 만 평은 훨씬 넘을 것 같다. 이렇게 큰 규모 캠핑장이 장사가 될까 싶은데 캐빈 손님도 여럿 있어서 노인 부부 2사람의 벌이와 소일거리는 되는 것 같다.
미역국을 끓이고 이상한 대구요리로 아침을 때운 다음, 오늘 추가 1박 계산을 한다.
이 동네의 국립공원인 술리톌마로 가는 길은 2km가 넘는 긴 터널 4개와 짧은 터널 하나를 지나고도 한참을 더 가야 한다.
꼬불 산길 중간에 공원안내소가 있는데 국립공원의 안내소라기보다는 그냥 카페 정도다. 4시에 퇴근한다는 관리인 혼자 모든 일을 다 하는 것 같다. 텐트사이트는 없고 카라반을 옆에 고정시킨 캐빈만 즐비한 캠핑장. 트레일 안내도 매우 부실해서 트레일 가이드 등의 책자는 아예 없다. 자기만 잘 아는 길을,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에게 말만으로 설명하니 우리가 어떻게 트레일 헤드를 찾아갈 수 있겠어?
차를 타고 길 끝까지 올라가보기로 한다. 약 6km정도 가니 이 골짜기에도 마을이 있다. 여기는 다른 국립공원이다. Junkerdal. 어쨌든 이 동네 이름들도 다 길어서 외우기가 참 어렵다. 여기에는 트레일 헤드가 있고 길 표시도 잘 돼있다. 사람들도 드물지 않네. 그 관리인 녀석이 이야기한 곳이 어쩌면 이곳일지도 모르겠네.
T자가 잘 표시된 길은 거의 경사가 없어서 걷기에 매우 편하다. 자그마한 폭포(하긴 노르웨이에서 이건 폭포 축에 끼지도 못 하는 거지만)도 있는데 규모에 비해 물소리가 매우 우렁차다.
길을 따라 쭉 걸어가니 아직 북극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산이라 아직 눈이 많이 남아 있어서 겨울을 즐기는 느낌이다. 중간 정도의 꼭대기에 올라 사방을 둘러싼 눈산들의 전망을 즐긴다. 참 경치 하나는 정말 대단하다. 이 세상의 경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방명록이 있어서 각자 이름을 남겨준다. 이곳에 온 최초의 한국인 팀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저멀리서 비를 인 구름이 막 다가오고 있어서 여전히 미진한 마눌님을 재촉해 하산한다. 약 4km, 2시간. 조금 더 높은 곳에 올라가보고 싶기만 했다.
오늘 이 트레일에서 본 사람은 모두 15명 정도인데 개가 7마리다. 개를 정말 좋아하나 보다. 어쩌면 사람들이 가까이 살지 않아 심심하니 개가 최고의 친구일 수도 있긴 하겠다.
돌아오는 길에 대단한 폭포를 만난다. 왠만한 경치는 대충 통과하는데, 이 폭포만은 어쩔 수가 없다.
마트에 들러 채소를 좀더 보충하고 바닷가 구경 갔다가 길이 막혀 그냥 텐트로 돌아와 잠시 낮잠으로 피로를 푼다.
저녁은 대구조림과 대구전 등으로 소주. 일찍 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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