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또 비다. 모레 트롤베겐도 비가 내린다니 캠핑이 어렵게 생겼네. 비가 참말로 많이도 내린다.
오늘까지 바지와 티셔츠 각 2벌, 팬티 2개, 양말 3개로 버틴다. 많은 옷이 필요하지 않은데 우리는 그렇게 여행을 다녔으면서도 아직 여행을 모른다.
어제 저녁에 한 밥을 아침에 마저 다 해치운 다음, 점심 샌드위치를 준비해서 출발은 10시 40분. 집이 밖에서 보기엔 좀 구질하지만 내부는 깔끔하고 지내기 편하다. 주인 녀석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지만 그것도 편하지.
모조엔 명소 중의 하나가 네팔에서 이민온 셀파들이 만든 계단이라네. 마눌님의 주장대로 들러보기로 한다. 숙소에서 마주 보이던 산에 만든 계단인데 막상 보니 돌 크기가 상당해서 이 큰 돌을 짊어지고 올라갔을 사람들의 고생이 눈에 선하다.
어디든 오르면 오를수록 전망은 더욱 좋아지는 법. 약 30분 걸려 계단 600여 개를 오른다. 오를 때는 내가 좀 투덜거리는 편이지? 그래도 마눌님이 내 눈치보지 않고 올라가자고 밀어붙여서 오르게 되는 건 좋은 일이다. 하긴 마누라가 내 눈치를 볼 나이는 이미 지났지.
이 동네 피요르드 끝자락의 미동도 없는 물길이 멋진 반영을 만든다. 동네는 다니다 보니 자주 보게 되는 전형적인 노르웨이 도시.
노르웨이는 도시는 도시, 시골은 시골이다 싶게, 보이는 모습들이 전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위 흔한 풍경.
비는 계속 내리다 말다 한다. 그러다가 또 해가 나면 풍경이 완전히 달라지니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다닌다. 왠만한 경치는 이제 익숙해져서 이게 노르웨이다 하게 된다.
공사를 하면서도 통행료는 꼬박꼬박 받는 노르웨이. 시속 50으로 제한하는 곳 어디에서 53정도로 지나는 게 카메라에 찍힌 것 같아 내내 찜찜하다. 하필이면 그곳에만 속도위반 카메라가 있네. 머피의 법칙.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야 만다.
주가 바뀌는 경계의 휴게소에서 샌드위치를 해치운다. 비가 계속 추적거리고 기온은 떨어지고 해서 차안에서 먹는데, 이 동네 사람들은 이 날씨에도 반팔 차림으로 휴게소 탁자를 쓴다. 내가 이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것인가?
모조엔에서 트론헤임까지의 길은 노르웨이 도로 중에서 가장 밋밋하다는 느낌이다. 강도, 산도, 호수도, 피요르드도, 마을과 도시들도 거의 전부 밋밋하다. 하지만 이 정도라도 한국에 가져다 놓으면 절경이나 그림이 될 곳이 몇 군데는 된다. 더욱이 이 구간은 두 번째 지나는 길이라 처음 지나면서 이미 감탄을 끝내기도 했지.
트론헤임을 통과하고 부비카 가는 길에 지난 번에 들렀던 마트에서 저녁거리를 사던 중, 마눌님이 알아본 대로 연어회가 있어서 사본다. 기름도 좀 채운다.
숙소는 구글이 잘 알려줘서 제대로 찾아왔다. 꼬불꼬불 비포장길을 지나야 하는, 그야말로 시골이다. 공사장이 아닌 곳의 비포장은 아마 처음인 것 같다. Orkanger는 약간 도시, 이곳 Fannrem은 완전 시골.
지붕에 흙을 덮고 그위에 풀이 자라게 하는, 노르웨이의 전형적인 시골집. 에어비앤비에 나온 숙소 이름도 샬레였지. 통나무가 천장에 서까래로 쓰이는 집은 아마 처음이지?
1층은 거실과 주방에 방 하나, 2층에 방 2개. 이런 집이 470NOK, 약 6만 4천원이니 정말 싸지? 시설도 좋아서 그동안 밀린 빨래와 말리지 못한 빨래들을 다 해치우니 시원하다.
아비스코에서 주워온 왜놈 라면을 끓여 고픈 배를 우선 채운 다음, 연어회와 오겹살햄 등으로 소주. 연어회가 먹을 만 하네. 잠을 잘 자려면 술이 필요하다.
난로에 자작나무 장작을 넣고 불도 지펴본다. 화력이 트롬쇠 그 난로만큼 세지 않아 열기가 적당한 것이 신통하다.
'해외여행 > 유라시아 횡단' 카테고리의 다른 글
D+52 트롤베겐 - 트롤스티겐 - 게이랑에르 - 롬 203km (0) | 2018.11.13 |
---|---|
D+51 부안고르 -아틀랜틱 로드 - 트롤베겐 297km (0) | 2018.11.13 |
D+49 파우스케 - 산네스쇠엔 - 모조엔 378km (0) | 2018.11.13 |
D+48 파우스케 슐리텔마와 융케르달 국립공원 (0) | 2018.11.12 |
D+47 아비스코 - 노르웨이 파우스케 398km (0) | 2018.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