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51 부안고르 -아틀랜틱 로드 - 트롤베겐 297km

나쁜카카오 2018. 11. 13. 11:22

밤에 비를 내린 구름이 새벽에는 가득하더니 걷히면서 해가 나면서 세상이 반짝거린다. 해가 나면 더운 지역에 이제 왔다. 그런데 스프로 아침을 때우고 10시 20분에 출발하려니 하늘엔 그새 구름이 가득해졌다.






시골길을 벗어나 크리스티안순과 올레순으로 가는 E39번 도로에 진입하니 드디어 비가 내리는데, 그동안 노르웨이가 보여줬던, 잠시 내리고 마는 비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하루종일 내릴 태세다. 오늘부터 제대로 된 관광이 시작되는 셈인데 비가 내리는구나.

할사에서 카네스트라움까지 페리로 바다를 건너가는데 신통하게도 돈을 받지 않는다. 돈받기를 지독하게 좋아하는 노르웨이에서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이 바다 부근의 경치가 밋밋하기도 하거니와  비바람이 몰아쳐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네. 페리에서 나오면서부터 섬으로 들어가는 길의 경치는 그야말로 그림인데 비바람 때문에 차에서 나갈 수가 없다. 바람 세기가 이때까지 겪은 바람과는 아예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거세다. 


올레순가는 길과 헤어져 섬으로 들어가는 초입부터 해저터널이다. 왜 돈이 훨씬 많이 드는 해저터널을 뚫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다리 가설에 돈이 더 드나? 크리스티안순 동네로 들어서니 여타 도시와는 색깔이 다르다. 알록달록한 색깔이 아니라 희고 검은 집들이 많아 매우 정돈되고 세련된 느낌이다. 그렇다고 그간의 알록달록들이 세련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잠시 헤매다가 아틀란틱 로드로 가는 길을 가니 또 해저터널이다. 입구는 4.9?이더니 이번에는 5.7km. 참 터널은 잘도 뚫는다.

아틀란틱 도로가 시작된다는 지점에 오니 통행료를 받는다. 참 기가 막힌다. 길 하나 만들어 두고 걸어가는 사람까지 돈을 받다니... 그래서 차와 기사 98, 사람 둘에 80. 지독하다. 

바람이 더욱 거세어져서 차가 흔들리는 느낌이다. 작은 섬들이 점점이 떠있는 바다의 풍경이 절경인데 나가볼 수가 없다. 산책로도 만들어두어서 비만 아니면 걸어볼 수도 있는데 정말 아깝다. 

그 다리가 가물가물 보이는 쉼터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운다. 차창을 열면 바람에 날리는 파도가 정말 멋진데 그냥 안타까워하기만 한다.

이 다리는 바람이 불어서 파도가 세게 치는 풍경이 나와야 제격이다. 그래서 바람은 반가운데, 비 때문에 어떻게 해볼 수가 없네. 다리 주변으로도 산책로가 조성되어 비만 아니었으면 돈내는 게 아깝지 않을 수도 있겠다.

비바람 속에서 어떻게든 해보려고 열심히 노력하다가 일단 다리를 건너보기로 한다. 건너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비바람 방향이 반대라 사진을 찍을 수는 있지만 비가 웬수다. 다시 다리를 건너본다. 사정이 나아지지 않아 아쉽고 서운하지만 다리를 포기하고 다시 다리를 건너 갈 길을 간다. 그런데 비슷한 다리가 또 하나 나온다. 그놈보다는 못 하지만 괜찮다. 다음에 이 원수를 갚을 날이 있겠지?


몰데에서 또 해저터널을 지난다. 이어지는 길은 또 페리. 이번에는 돈을 받는구나. 그래야 노르웨이지. 비는 여전히 그칠 줄을 모르는데 앞쪽 하늘이 조금씩 걷히는 느낌이라 트롤베겐은 사정이 훨씬 나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하면서 오늘 숙소를 열심히 검색해보는데 마땅한 놈이 없네.


온달스네스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온 롬달스 피요르드를 따라 빙 돌아가는 도로에서는 무지개도 본다. 온달스네스에 들어서니 트롤의 벽이 보이는데 숨이 턱 막힐 정도다. 비가 그치고 해가 나와서 캠핑을 할 수 있는지 우선 캠핑장을 둘러보니 땅이 많이 젖어 캠핑은 어렵다. 캠핑장은 트롤의 벽 바로 아래 절묘한 곳에 자리를 잡아서 사방를 둘러싼 1,500~800m 고산들의 위용에 말을 잊게 한다. 설악산 높이의 절벽이 바로 눈앞에 우뚝 솟은 이 기막힌 지형. 캠핑장 옆으로는 개울이 흐르는데 이 산들에서 내려오는 물들이 합쳐져서 수량이 매우 풍부하니 물소리도 우렁찰 수밖에 없지.


하지만 시설은 좀 열악한 편이다. 그러니 별이 3개밖에 안 되지. 그래도 워낙 장소가 좋아서 휘떼는 비싸기만 하다. 텐트를 칠 수 없어서 너무 억울하다.

다른 숙소도 마땅찮고 해서 할수없이 휘떼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침구도 주지 않고 990이나 받는데 어쩔 수 없지. 트레킹이나 할 수 있는 곳이면 이틀 정도 묵을 예정이었으나 날카롭고 깍아지른 직벽만 가득한 곳에서 트레킹은 어림도 없으니 하룻밤만으로도 충분하다. 굳이 올라가서 볼만한 전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밑에서만 봐야 하는 곳.

온달스네스 마트로 가서 저녁거리를 장만하고 돌아오는 길에 캠핑장을 지나 길을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가본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지형이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직벽들이 줄을 서있고, 아직은 물이 남은 바위에는 폭포들이 현란하다. 토왕폭보다 낙차가 커보이는 놈이 정신을 빼앗고, 그 주변으로 실같은 놈들이 줄줄이 바위를 장식한다. 그간 이런 바위에서 내리는 물줄기 폭포를 노르웨이 여기저기서 많이 봐왔지만 일단은 압권이다.




숙소로 돌아와 밥을 하고 소고기를 구워서 소주 한잔. 소주도 이제 다 떨어져간다. 내일은 아침에 출발하면서 예쁘게 생긴 트롤베겐 안내소에 들러야 한다. 게이랑에르를 거쳐서 브릭스달 빙하 대신에 마눌님이 추천하는 Nigards 빙하를 보러갈 예정이다. 가이드 없는 빙하 트레킹은 위험할 텐데 어찌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