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여전히 좋다. 오늘 일정을 이야기하다가 기왕 에스토니아에 온 것, 탈린말고 다른 곳도 가보기로 한다. 탈린은 동네가 워낙 작아서 어제 3시간 동안 본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된다.
에스토니아 제2도시라는, 200km 남짓 거리의 타르투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라헤마국립공원을 들러보기로 하고 아침을 라면과 누룽지로 간단하게 해치운다.
11시 13분에 호텔을 나서서 남쪽으로 떠난다. 고속도로가 매우 좋다. 탈린을 어느 정도 벗어나자 편도 1차선으로 좁아지지만, 오가는 차량이 많이 없어 매우 편하다. 아무리 통행량이 적어도 주요 도시를 잇는 고속도로는 있어야겠지.
여기 지형도 여전히 대평원이다. 유럽 대륙은 알프스를 제외하고는 산이 없다. 불쌍하다. 에스토니아는 국토면적은 남한의 반 정도에 인구는 130만 명 정도밖에 안 되고 땅은 전부 평원이라 매우 넓어 보인다. 좋겠다.
타르투에 도착해서 대성당이라는 곳을 들러본다. 성당이라는데 십자가도 없고, 건물은 퇴락해서 거의 무너질 듯 하다. 성당 주변에 각각 악마와 천사라는 이름이 붙은 다리 2개가 있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발음이 비슷해서 그렇단다. 재미있다. 그래도 그 이름으로 전세계 관광객을 불러모으니...
주차가 어려워서 주차료를 2유로씩 두 번이나 낸다. 점심 식당도 마눌님이 잘 찾아서 특이한 분위기의 식당에서 모처럼 제대로 된 이 동네 음식을 먹어본다. 생선구이 맛은 그저 그렇다. 나는 어떤 음식을 먹어야 탄성을 지를까? 45유로.
시청사 앞의 키스하는 동상 분수로 간단하게 타르투 관광을 끝내고 라헤마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에 제대로 색깔이 나오는 넓따란 유채밭을 만난다. 세계 어디서나 유채꽃이 이렇게 모여 있으면 경치는 기막히다.
습지지역 입구를 어렵사리 찾아 전망대까지 가벼운 트레킹을 해본다. 작은 호소들이 이렇게 모이는 지형도 있구나. 마침 해질녘이라 호소의 반영이 기막히다. 전망대 2층까지는 휠체어도 오를 수 있게 경사로로 만드는 배려가 부럽다. 시간이 충분하면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길을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 제법 규모가 큰 늪에서는 나이든 친구 하나가 옷을 훌훌 벗더니 물에 뛰어든다. 물색깔이 시커멓지만 더러운 물은 아닐 것이다. 시원하고 좋다네. 아쉽지만 이 정도로 라헤마 국립공원의 비루라바 습지지역을 마친다. 마눌님이 매우 뿌듯해해서 좋다.
돌아오면서 대형 마트에 들러 오겹살(kg에 7.29유로)등등 구입. 마눌님은 짧은 청바지도 하나 산다. 돼지고기가 참 싸고 맛있다. 상뜨 뻬떼르부르그에서 먹은 고기와 가격이나 맛이 비슷하다. 고기만으로 배를 채우며 늦은 저녁을 마친다. 드럼세탁기 사용방법을 몰라 한밤중에 고생한다. 해외 여행을 위해서라도 드럼세탁기로 바꿔야 하나 싶다. 젠장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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