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30 헬싱키 - 탈린 페리, 구시가

나쁜카카오 2018. 11. 7. 16:10

잠을 4시 반에 깨서는 더이상 잠을 잇지 못 하니 출발 준비나 해야지. 출발은 7시 11분. 좀 서둔 덕분에 일찍 나온 셈이었는데 갈림길에서 자주 헷갈리는 통에 부두에는 15분 전에 도착한다. Check-in 안내판을 따라가니 게이트에 잘 도착하네. 여권만 건네주면 금방 확인되어서 좋다.

 

 

 

 

 

 

옆에 커다란 크루즈선이 정박해 있어서 좀 부럽긴 하지만 크루즈가 지겨울 것도 당연하겠지? 조금 후에 도착한 배에서 승객과 차가 다 내린 다음, 바로 출발하는 차들이 올라간다. 쉬지 않는구만.

예상한 대로 배에서는 짐을 검사하지 못 한다. 그 많은 차를 일일이 검사하다가는 오늘 중으로 배가 출발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혹시 샘플로 검사할 수도 있겠지만 그 역시 그리 쉬운 일은 아닐 터. 괜히 쓸데없는 예상을 하고 확인해서는 일만 더 복잡하게 만든다.

4층에 주차하고 8층인 선실로 올라가니 전 좌석이 리클라이너라는 선사의 안내는 거짓말이다. 지정 선실이 없는 일반 승객들에게는 한층이 온통 술집이거나 밥집인 데크만 해당되는군. 9층은 상갑판인데 여기는 아예 술집이다. 햇빛을 좋아하는 이 동네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나 보다. 어쨌든 참 대단한 장삿속이다. 8층에는 카페테리아와 뷔페도 있다. 뷔페가 15유로이면 가격은 착하지만 내용을 모르겠지?

7층 선수 부분에서는 밴드가 있다. 연주를 시작하자 노인네(정말 노인네들만)들이 나와서 춤을 추는 게 참 보기 좋다. 우리는 그게 절대로 안 되지. 마눌님은 무대에 나가보고 싶어하지만 내가 전혀 준비가 되지 않는 걸 어떡하겠어?

내가 탄 배 중에서는 가장 큰 배라 어느 정도의 시설로 우리를 즐겁게 해줄까 약간 기대를 했는데 의자가 편치 않아서 그저 그렇다. 면세점은 화장품과 술에 과자 약간.

 

 

 

 

 

 

탈린에 도착하니 배에서 나와 바로 입국. 아무런 검색이 없어 허탈하다. 이럴 걸, 그 가스를 가지고 그렇게 속을 끓이고 헬싱키 돌아가서 또 그 놈 만나려고 돌아야 하고...

시간이 일러서 우선 기아서비스에 간다. 탈린은 작은 도시라 지도에선 멀어보여도 금방이다. 교환이야 간단하니 문제는 없는데 수리 일정이 나오질 않는다는 상담 엔지니어.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하고 밖에 나오니 현숙과 이야기하던 어떤 친구(Martin Koonik)가 한국에서 멀리까지 왔다고 반가워하며 자기가 해결해주겠단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처음에는 2-3시에 오라더니 점심시간이 끝나는 1시에 오면 된다네. 한 20분 걸어야 하는 철길 건너편 쇼핑몰의 식당가 맥도날드에서 주문하다가 나 혼자 먼저 센터로 돌아오니 12시 40분. 마침 Martin을 만나 바로 수리를 시작한다. 기다리는 동안 현숙이 사온 버거로 점심을 해결한다. 맥도날드는 처음인데 양이 많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수리가 다 끝났다. 브레이크 패드가 많이 닳긴 했지만 그리 걱정할 정도는 아닐 수도 있는데,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잘 바꿨다. 내친 김에 연료탱크도 봐달랬더니 전혀 문제가 없단다. 이제 차에 관한 문제가 다 해결돼서 홀가분하고 기분이 매우 좋다. 엔지니어도 함께 Martin과 기념사진을 찍는다.

멀지 않은 숙소에 도착하니 1시 55분이라 바로 체크인한다. 방에 올라가니 방이 좋다. 하긴 주차비 포함 하루에 15만원인데 이 정도는 되어야지? 짐을 풀고나니 차로 인한 긴장이 풀려서인지 몹시 피곤해서 일단 퍼지기로 한다.

5시 반에 시내 투어를 시작한다. 숙소가 구시가와 가까워서 슬슬 걸어가기에 충분한 거리. 인구 40만정도의 탈린 구시가 관광의 시작이라는 비루게이트를 지나 구시가로 들어가니 여느 중세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좁은 골목길에 온통 식당과 기념품점. 식당구경을 하는데 마침 인터넷에서 우리말을 공부했다는 여자 아이가 반갑게 우리말로 인사를 한다. 아마도 드라마나 노래 덕분이겠지? 사진이라도 같이 한장 찍을 걸 그랬다 싶다. 

 

 

 

 

 

 

 

 

 

 

 

 

 

 

 

 

 

 

 

 

 

 

 

 

 

 

 

 

 

 

 

 

 

 

전망대가 있다는 톰페아 언덕으로 슬슬 걸어가며 내가 봐온 중세도시 중에서는 가장 중세다운 분위기라는 느낌을 받는다. 여러 전망탑들이 있는데 다 개방시간이 지났고, 저녁에는 문을 열지 않는 걸 보면, 야경은 별 볼일이 없다는 뜻이지? 

구시가 방향으로 시계가 트인 전망대에 올라가니 붉은 지붕의 색깔이 예쁘다. 마침 독일에서 회사에 다니며 탈린에 출장을 왔다는 젊은 처자를 만나 기분좋게 우리 여행을 자랑할 수 있어서 좋다. 독사진도 찍어주고, 우리와 인증샷도 찍는다.

여행을 다니며 사람을 만나는 게 참 좋은데 늘 주마간산이라 그런 기회를 잘 만들지 못 하는 건 늘 아쉬운 일이었는데, 이제부터는 그런 만남도 자주 있을 것 같다. 말이 좀 안 통하면 어때?

 

 

 

 

 

 

 

 

 

약 3시간 정도의 구시가 관광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미리 해둔 김치찌개와 엉망인 밥으로 맥주와 저녁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