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린을 떠난다. 워낙 조그만 동네라 어제 3시간 남짓 구시가를 둘러보고 언덕에 올라 시가지 전망을 본 것으로 탈린을 끝내는 건 탈린을 너무 우습게 본 것인가? 그래도 어제 습지공원의 경치가 일품이었으니 탈린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어쩔 수는 없겠지? 밤 3시에 찍은 현숙 사진으로는 이미 백야다.
아침에 미역국, 어제 남은 오겹살을 버섯, 마늘 등과 볶고 달걀후라이도 2개. 이만하면 거창한 아침이지?
많이 느긋하지도 않았는데 출발이 10시 45분이라 아침에 언덕 전망대에 올라 탈린을 작별한다는 계획은 무산된다. 에케로라인 탑승 위치를 미리 확인해두지 않아 dock을 찾아 좀 헤맨다. 발트해 항구들에는 이 바다를 가로지르는 대형 페리가 많아서 부두에는 우리가 타는 에케로라인과 실자라인, 탈린크라인 등의 정기선 외에도 크루즈 유람선도 많아 선사별로 탑승 부두가 따로 있다. 그래서 미리 그 위치를 파악해두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다행히 오늘은 일찍 도착해서 부두를 찾을 시간 여유가 있었지만, 만일 늦어서 바삐 찾아야 했다면 마눌님의 지청구를 꽤나 들었을 것이다.
체크인을 하는데 오늘은 대기 차량이 별로 없어보인다. 11시 30분이 지나 배에 들어왔는데 언제 탔는지 배에는 차들이 그득하다. 신통하네. 이러니 오늘도 쓸만한 좌석을 차지하기는 다 글렀다. 선실에 올라보니 역시 좋은 자리는 1명이 차지한 곳이 많은데 같이 앉자는 말을 하지 못 하지?
배가 출발하기 전에 갑판에 올라가 이런저런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서인지 오늘은 배의 시간이 잘 흐른다. 명품 마켓에서 내 핸드백이나 하나 건져볼까 했는데 마땅한 게 없어서 포기하고 현숙과 면세점에 가서 화장품을 산다. 담배도 따로 파는 곳이 있는데 명색 면세점이라면서 세금은 별도로 계산해야 하고, 그마저 EU를 떠날 때 환급받는다니 약 10% 8유로 정도의 환급금은 아예 포기하는 게 낫겠다. 이러니 담배도 시중가와 다르지 않지. 러시아 담배가 참 쌌는데... 배의 진동이 진열된 술병에 그대로 전해져서 지속적인 땡그랑 소리가 재밌다.
2시 20분 경에 도착해서 하선하니 2시 반. 탈린 올 때와 마찬가지로 갈 때도 검색은 전혀 없는데 옆 dock에서는 검색을 랜덤으로 골라 하는 걸 보니 무조건 마음놓을 일은 아니지 싶긴 하다.
맡겨둔 가스를 잘 찾을 수 있을까 이틀 내내 걱정했는데, 주인 놈이 가스를 그 집에 그냥 두고 키는 전과 같이 놔뒀다 해서 가스는 한시름 놓는다.
배가 고프지만 구글이 바로 외곽도로로 안내하는 통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기로 하고 출발한다. 가는 길은 공사 때문에 좀 막히는데 들어오는 길이 막히는 이유는 모르겠다. 반대편 차선의 정체는 매우 길고 빈도도 잦다. 모스크바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모스크바 생각이 난다.
투르쿠 가는 고속도로는 여전히 좋은데 터널이 많다. 산도 없어 고도는 100m를 넘지 않는데 굳이 이렇게 낮은 곳을 터널로 연결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핀란드도 여전히 평원이기는 마찬가지인데 제법 높낮이가 있어 마치 깊은 산속을 다니는 듯 하다. 신통하다. 핀란드는 여러 모로 마음에 든다.
휴게소에 도착해서 결국 햄버거로 점심. 테이프 가격을 알아보니 조그만 거 하나에 4유로 정도. 놀랄 만큼 비싸다. 그래서 테이프 사는 거는 포기한다. 어디 라이터 기름이 없나 살펴보니 없다. 어디서 살 수 있기나 할까?
휴게소에서 쉬었는데도 잠이 또 온다. 할수없이 핸들을 넘기고 자다보니 어느새 투르쿠 시내다.
핀란드 도시들은 첫 인상이 모두 매우 정갈하다는 것. 사람들도 매우 여유가 있어 보여서 이런 곳에서 사는 것도 괜찮겠다 싶지만, 우리 식으로 사는 것에 비하면 이래저래 불편한 점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한번도 헤매지 않고 숙소는 금방 찾았다. 신통하다. 집은 방 1, 거실 1인데 그래서 침대는 방에 하나, 거실에 하나다. 싼 거니 하룻밤만 참아야지. 집을 정갈하고 아기자기 쓸모있게 꾸며서 재밌다. 집주인이 사는 집처럼 보이는데, 이렇게 살면서 통째로 빌려주면 어디서 사나? 지금은 라플란드로 여행갔다는구만.
우리가 너무 이것저것 다 갖추고 불편하지 않게 사나? 집이 깔끔해도 불편한 점은 많은데 또 창고 등등이 잘 관리되어 있어서 나름 불편하지 않게 잘 사는 것 같다. 우리가 너무 편하게 사는 거지.
투르쿠 성이나 보러 아우라 강(보다는 작고 개울보다는 크고)변을 걷는다. 식당이 즐비하고 유람선이나 식당배가 많은데 이 동네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식당에서 단체로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매우 좋아보인다. 헬싱키에서도 자주 본 것인데 여기 역시 자전거 타는 사람이 매우 많다. 자전거길이 좋아 자전거 타기에 매우 좋기는 하다.
강건너 마트를 발견했는데 마침 강을 건너는 나룻배가 보인다. 돈도 받지 않고 사람이 적당히 차면 바로 출발해서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게 매우 편리하다. 투르쿠 성을 보려고 출발했는데 어느새 성을 보는 건 까먹고 마트에서 오이 등을 사고는 바로 숙소로 돌아온다. 골뱅이 무침으로 간단히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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