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41토스보튼 - 트론헤임 399km

나쁜카카오 2018. 11. 10. 17:22

이 골짜기에도 아침에는 비가 내리더니 10시쯤 해가 나서 반짝거리니 참 좋다.

대구조림으로 아침을 맛있게는 먹는데 좀 짜긴 하다. 아이슬란드를 포기하고 나니 매우 느긋해져서 12시 10분 전에야 출발한다. 여행이란 모름지기 이렇게 느긋해야 하는 법이다. 이번에 아주 큰 것을 깨달았다.


토스보튼 이 캠핑장 주변도 매우 아름다운데 이곳을 찬찬히 둘러볼 여유가 아직은 없다. 오늘 트론헤임의 숙소가 취소불가라 400km를 달려야 하니 어쩔 수 없다. 터널파기로는 세계 최고라는 노르웨이의 특이한 오르막터널 5.9km를 빠져나오니 멋진 풍경이 나타나 잠시 사진을 찍는다. 이런 경치는 이 노르웨이에서는 매우 흔한 풍경인데, 그걸 그냥 지나치기는 아깝다. 계곡이 어찌나 맑고 깨끗한지 핀란드와 매우 대비된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났으니 오늘은 잠이 일찍 오네. 약간 초록빛이 나는 계곡 옆에서 차를 세우고 사진찍는 인간을 기다리며 짜증과 함께 쉰다. 핸들을 넘기고 잠을 한 시간 가량 푹 잤다. 

오늘 길은 매우 좋다. 공사도 많이 없고 바닥이 매끈해서 차가 굴러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네. 이런 길도 있구나 싶다. 노르웨이의 전형적인 농촌풍경을 찍어보려고 잠시 고속도로를 빠져 보았지만, 그리 큰 수확은 없다.

휴게소 나무그늘에서 탁자를 펴고 점심을 먹는다. 3시가 지나서 배가 좀 고프지만 배를 가득 채울 반찬이 없어서 물에 말아 김과 먹었더니, 그것도 괜찮기는 하네.


마눌님이 심한 꼬불길 때문에 멀미도 좀 하는 것 같고, 시간도 널널한 것 같고 해서 오늘은 매우 얌전하게, 제한속도를 넘기지 않고 운전한다. 편하다. 트론헤임에 들어오니 대학도시라는 별명답게 젊은 아이들이 매우 많아 도시 전체가 활기에 가득찬 듯 하다. 시내관광을 잠시 하기로 하고 그놈의 대성당부터. 노르웨이는 주차가 편하기는 한 것 같으면서 늘 불안하다. 주차미터기도 영수증을 잘 뱉어내지 않아서, 둘이서 성당 구경을 간 사이에 불안해 하며 차를 지킨다고 말하는 건 생색용이다.


성당에서 나와 Kristiansten Festning(요새 또는 성)에 가본다. 주차장이 쉽게 찾아지고 더욱이 공짜라서 마음이 편해졌다. 언덕 위에 위치한 이 요새는 이 동네사람들의 매우 좋은 놀이터인 것 같다. 전망도 좋고, 맞은 편 언덕의 예쁜 집들이 만드는 예쁜 경치도 참 좋다. 한참을 놀다가 숙소를 찾아 간다.







요새로 올라가는 길 개천 옆에 덴마크 니하운과 매우 흡사한 풍경이 있었는데 놓쳤다. 다시 보게 될까?

고속도로의 카메라가 내 차를 인식하지 못 하는 게 그리 마음 편하지는 않다. 내일은 번호판을 바꿔볼까? 트론헤임 시내를 벗어나서 마트에 들러 저녁거리 소고기(어이없게도 나미비아 고기란다)를 사고 집을 찾아 길을 따라 쭉 갔는데 목적지에 도착하니 집이 없다. Airbnb의 가장 큰 문제는 숙소 위치를 알려주는 기능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 숙소를 찾아갈 때마다 불안해서 트롬쇠처럼 한번에 찾으면 마치 로또를 맞은 기분이 들 정도다. 마눌님의 맵스미를 잘 써서 숙소에 들어온다.

집은 주인이 같이 살면서 방만 빌려주는 것이라 지내기에 썩 편하지는 않다. 방도 작은데 침대는 이층침대 하나 포함 3개. 둘이서 방에 자라 하고 나는 거실 소파에서 자기로 한다. 프랑스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온 친구 하나가 이런저런 설명을 해준다.

고기를 굽고, 고추장을 볶고, 대구도 굽고 해서 맥주와 함께 저녁을 맛있게 먹는다. 저녁이 끝나니 12시네. 늘 이렇다.

11시 22분 경에 해가 떨어진다. 노르웨이에서 해가 떨어지는 건 처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