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39 로포텐 스볼배르 왕복

나쁜카카오 2018. 11. 10. 11:48

밤새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자다가 4시 반에 눈을 뜨니 비가 그쳐서 잠시 산책을 했는데 다시 내린다. 오늘은 제발 햇살이 나와줘야 하는데...

남은 밥을 누룽지로 만들어 끓여서 아침 해결. 레이네 마을에서 배를 타고 어디 섬에 가면 기막힌 전경을 볼 수 있다 해서 9시 반에 배를 타러 출발한다. 마침 비는 그치고 해가 나기 시작하니 경치는 반짝반짝 빛이 난다.

레이네 마을 입구를 무시했더니 선착장에는 10시 1분 전에 도착하는데 배도, 표파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디서 배를 타는 것이냐? 할수없이 돌아나와 오우 동네로 가본다. 길 끝 주차장 옆의 언덕에 올라 잠시 경치를 감상하고나니 시간 12시가 다 되었다.


마눌님이 Svolvaer 부근 산에 올라가면 작은 섬들이 점점이 박힌 기막힌 경치를 보는 곳이 있다 해서 120km를 달린다. 해가 나서 빛나는 경치를 여전히 놓칠 수는 없는 데다 도로공사까지 겹쳐서 시간은 하염없이 늘어진다.

로포텐 제도를 다시 와보자고 마눌님과 이야기해본다. 그때는 내차를 차박에 적당하도록 개조를 하든지, 캠핑카를 빌리든지 해서 하루에 2-300km만 달리는 느긋한 일정으로. 실현이 될까?


스발붸르의 i에서 정확한 위치를 물어보고 점심은 피자. 피자 한판이 이때까지 본 적이 없는 엄청난 크기라 놀랍다. 셋이서 먹고도 남아서 싸온다. 가격도 적당하네. 노르웨이에서는 피자만 먹어야 하나 싶다. 술은 맥주 500cc에 90크로네. 비싸서 한 잔만 주문했다.


등산로 입구를 어렵사리 찾아서 산행을 시작한다. 초입부터 경사가 대단하다. 중간에 잠시 쉴 때 머리가 어지러운 건 너무 빨리 오른 탓인지, 오랜만의 산행이어서인지 모른다. 중턱 약 300m 정도의 높이에서 보는 전망이 멋지긴 하지만 예상했던 로포텐의 전형적인 경치는 아니라 약간 실망스럽기는 하다. 산에 오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고 특히 젊은이들이 많아서 좋아보인다. 

정상의 절벽 꼭대기에 마주보는 바위 2개가 멋지고 그곳을 암벽등반하는 젊은이들이 부럽다. 어떤 사진에는 그 바위을 건너뛰는 모습도 보이는데, 우리는 그걸 보면 미친 짓이라 한다.


산에서 내려와 캠핑장으로 향하는 중에 마을이 예쁘고 거기서도 약간 높은 곳에 올라가면 섬들이 점점이 박혀 있는 경치를 볼 수 있다 해서 찾아갔는데 그저 그렇다. 중간에 물색이 예쁜 바다 사진을 찍는 중에 지나가던 프랑스 여자가 내 차를 보고는 한국에서 차를 몰고 왔냐며 대단하다고 엄지 척이다. 이렇게 알아봐주니 고맙지. 저녁에도 취사장에서 네델란드 아이들에게 자랑할 기회가 있어서 좋았다.


돌아오는데 몹시 피곤하다. 혹을 하나 달고 다니는 것 때문에 더더욱 피곤하다. 내 여행이 이렇게 망가져도 되나 싶다. 내 인생에 후회는 없다고 그렇게 장담하며 살아왔는데 이번에는 정말 어이없고 한심하다. 중간에 잠시 쉬고 마트에 들러나오면서 핸들을 넘기고 잠으로 피곤을 좀 푼다.

취사장에서 컵라면과 맥주로 저녁을 때우고 일찍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