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주룩거려서 오늘 하루를 어쩌나 했는데 금방 그치고 해가 난다. 어제 저녁에도 해가 비치다가 비가 뿌리다가 별 변덕을 다 부리더니...
또 소시지 김치국에 달걀후라이 등등으로 아침을 해치우고 느긋하게 오전을 보낸다. 마눌님도 숙원인 빨래 해결.
시내버스 타기가 만만찮아 차를 가지고 시내 관광을 나선다. 관광객들로 가득한 성당을 다시 보는데 이번에는 우박이 쏟아지면서 기온도 뚝 떨어지는 것 같다. 추워서 다리를 걸어서 건너보는 건 결국 포기했다. 좀 아쉽다. 날씨가 참 기막힌다.
다리를 건너고 트롬쇠이아섬을 관통하는 지하터널을 지나니 공항과 버거킹이 바로 나온다. 최북단 버거킹이라는 아무런 표식이 없어 매우 싱겁다. 여기가 최북단이 아닐 수도 있을까? 기념으로 커피 한잔 마시며 공짜 인터넷을 잠시 즐기다가 남쪽 도로를 타고 시내로 들어온다.
트롬쇠는 작은 마을이라 주차만 쉽게 되면 모든 곳을 걸어다니며 볼 수 있는데 글을 읽을 수 없으니 주차가 너무 어렵다. 북극박물관 앞 아문젠 동상에서 인증샷을 찍고 어렵사리 관통터널과 연결된 지하주차장에 주차한다. 시내를 헤집고 다니는 노란 관광기차가 귀엽다.
점심은 시내의 버거킹. 이 동네와서는 가격으로는 버거가 가장 무난해서 그냥 버거만 줄창 먹어댄다. 마눌님이 이제는 버거킹이 맛이 없다며 먹지 않겠단다.
도서관 내부에 들어가본다. 관료주의 냄새가 가득하고 엄숙한 분위기인 한국의 도서관과는 달리, 사람 중심으로 책을 읽든 잠을 자든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만든 배려가 매우 부럽다. 책 반납도 기계에 본인이 직접 넣으면 자동으로 분류가 되어 직원들이 편하게 서가에 책을 다시 넣을 수 있게 돼있다. 도로든, 이런 시설이든 뭐든 사람 우선인 이 나라가 참 부럽다. 그런 배려가 유지되도록 기본 질서를 위반하는 경우는 매섭게 처벌한다 싶다. 건물 디자인도 매우 멋있어서 아마 전세계 도서관 중(전부 다 가보지는 당연히 않았지만)에서 가장 멋진 건물이 아닐까 싶다.
트롬쇠는 작고 오랜 건물이 많은데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면서 예쁜 건물이 많아 보는 눈이 매우 즐겁다.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중심거리는 아예 보행 전용으로 만들었다. 참 좋다. 그런 배려 덕분인지 오로라와 북극 관광이 주로이지만 겨울이 아닌 이 시기에도 거리는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여기도 섬을 관통하는 지하도로에 주차장을 만들어 둬서 출입구만 알면 편하게 주차할 수 있어서 좋다.
도서관에서 나와 시내를 배회하다가 i에 가면 북극인증서를 발급해준다 해서 서둘러 간다. 종이 한 장에 이름써주고 50크로네. 실상 북극은 여기서 한참을 더 올라가야 하는데도 북극인증서를 고안한 상술이 놀랍다.
i에서 알려준 Ersfjordbotn에 가본다. 다시 관통터널을 지나고 동쪽과 같은 디자인의 섬 서쪽 다리도 건너서 꼬불길 끝에 있는 피요르드와 눈덮인 산을 본다. 날이 많이 추워져서 오래 있을 수는 없어 아쉽다. 남쪽으로 내려가면 피요르드는 많지만 눈덮인 산이 만드는 이런 경치를 앞으로는 거의 볼 수 없을 것이니 있을 때 열심히 본다.
돌아올 때는 섬 북쪽 도로. 섬이 작아서 커다란 크루즈 유람선 2척이 정박한 부두까지는 금방이다.
숙소로 돌아와 우선 난로에 불을 피운다. 자작나무 장작의 화력이 어찌나 좋은지 겁이 날 정도다. 불길이 맹렬한 난로를 사진찍지 못한 게 좀 아쉽네. 왜 그때그때 필요한 생각이 나지 않을까? 마트에서 산 대구를 구워 맥주와 함께 저녁을 맛있게 해결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언덕 전망대에 올라가보지 않은 건 점 아쉬우나 날씨가 이래서 전망이라고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진다. 케이블카 탑승료가 25,000원 정도라네. 이래저래 안 타길 잘 했다는 핑계가 된다.
트롬쇠는 기름값도 올라서 16.5크로네 정도. 아래로 내려가면 좀 싸질 것이라 기대는 해보지만, 여기는 노르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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