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35 오울루 - 로바니에미 - 무오니오 488km

나쁜카카오 2018. 11. 9. 09:09

스프와 빵으로 아침을 일찍? 해먹고 철수 준비를 한다. 지난 밤에는 구름이 약간 있어 텐트에 물기가 적어 좋다. 어제 아침에는 텐트 내외부 모두에 물기가 상당히 많아서 오늘 아침에 철수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겠다 싶었다.

철거에 40분 정도 걸리지 않았나 싶은데 시간을 재지 않아 얼마나 걸렸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 좀 아깝다. 그래서 출발은 10시 5분.


일단 로바니에미로 향한다. 산타마을보다는 북극선(Arctic circle. 북위66도 32분 85초, 66.25도가 아니네) 표시가 우리를 이 도시로 향하게 한다. 한때 세계 최북단에 위치한 맥도날드로 이름을 날렸는데, 이제는 무르만스크에 그 이름을 뺏겼다지만 엽서는 준단다.

가는 길에 민들레 밭이 있어서 잠시 놀고, 대단한 규모의 강이 있어서 그 옆 주차장에서 또 놀고 했는데다, 로바니에미 권역에 들어와서 구글이 막힌 길을 안내하는 등의 실수로 로바니에미 맥도날드에는 예정보다 40분 늦은 1시 40분에 도착한다. 햄버거로 점심. 알고보니 버거를 먹지 않아도 엽서는 가질 수 있군. 내일이나 모레는 트롬쇠에 있는 버거킹 세계 최북단 매장에서 또 버거를 먹을 예정이라, 북유럽에 와서 북유럽 음식보다는 버거를 더 많이 먹게 생겼다.


로바니에미 시내에서 약 7km 떨어진 산타마을로 가서 북극선을 확인한다. 산타클로스라는 허황된 인물을 약삭빠르게 활용하는 상술은 참 대단하다. 무뚝뚝해 보이는 핀란드 사람들에게 이런 얄팍함이 있다는 건 놀랍다. 북극선은 하지에 해가 지지 않는 위도를 이은 선이라 지역에 따라 위치가 변해서 66.25도의 위도에 일정하게 그어진 게 아니란다.



내 차도 인증샷을 찍는다. 이름을 '바람이'라 짓기로 혼자 결정하지만 '튼튼이'는 어떨까 싶기도 하다.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한산한 도로를 졸려하면서 신나게 달리는데 갑자기 순록 한 무리가 나타난다. 이 녀석들이 차소리가 나니 느긋하게 도로를 횡단하네. 도로를 건너는 녀석들의 느긋한 모습을 찍지 못해 많이 아쉽다. 도로에 순록을 주의하라는 표지는 매우 많은데 다시 나타나지는 않는다. 


이 동네 주유는 노즐을 먼저 빼서 넣는 방식이 아니네. 먼저 카드로 계산을 하고나서 노즐을 빼야하니 이래저래 헷갈린다.

숙소가 있는 무오니오 근처에 오니 북극에 더 가까워져 북위 67.912의 고도를 자랑하듯 비도 오고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매우 춥다. 트롬쇠(북위 69도 40분 33초)는 더 춥다니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다. Sarkijarven(a에 움라우트) Majat 산장은 이 동네 국립공원인 Pallas-Yllastunturi의 호숫가에 자리잡아 경치가 매우 좋은데다 시설도 훌륭해 핀란드의 마지막 밤을 좋은 곳에서 지내게 되었다며 현숙이 좋아하니 기분이 좋다.



사우나도 있어서 나중에 마눌님도 사우나를 한다. 대형 건조기가 매우 편리해서 빨래가 잘 마르네. 세탁기가 없어서 좀 아쉬운데, 탈린에서 세탁기 사용방법을 몰라 헤맨 게 생각나서 그리 많이 아쉽지는 않다. 글자를 해독할 수 없어서 더욱 힘들었지.

부킹닷컴에서 예약할 때 3명이 아닌 1명만으로 예약해서 2인분 24유로를 더 낸 건 좀 아깝긴 하다.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 이런 걸 아까워하는 게 좀 어이없기는 하다.

핀란드 마지막 저녁을 제대로 된 핀란드 음식을 맛보며 보내자 했는데 숙소에 자리를 잡으니 생각들이 변한다. 마눌님과둘이서 식당을 찾아 나섰는데 마땅한 식당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시골이라 한 바퀴 빙 둘러보기만 하고 그냥 들어온다. 혼자서 김치 소시지 볶음인지 찌개를 만들고 고기에 라면사리만 따로 삶아 소주를 한잔 했는데 좀 아쉽기는 하다. 나중에 맥주 1병을 보탠다.

핀란드가 이렇게 여유있는 나라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 했다. 그냥 노르드캅을 가는 경유지로만 생각했는데, 헬싱키 투르쿠 오울루 등의 도시에서 지내다보니 이들의 왠지 모를 여유가 참 부럽다네. 경치도 좋고 공기는 당연히 맑고 운전도 얌전하고...

핀란드. 인구는 약 550만 명 정도인데 면적은 34만㎢로 남한의 3배가 넘으니, 도로에서 사람을 보기는 매우 힘들다. 국토는 거의 평지이고 북부 라플란드에 산이 약간 있다. 호수는 187,888개가 있다는데 그 숫자를 어떻게 다 세었는지 몹시 궁금하다. 스웨덴의 지배를 오래 받아 이제는 스웨덴어 사용인구가 약 5%밖에 되지 않는다는데도 스웨덴어가 핀란드어와 함께 공용어이고, 모든 도로 표지판에 두 언어가 나란히 적혀 있다. 어떤 종류의 인간들이 지배하느냐에 따라 피지배국의 느낌이 이렇게나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