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에 일어났으니 푹 잔 셈이다. 하늘엔 구름이 잔뜩이다. 호텔의 주방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 하나로 아침을 때우고, 똑같은 놈을 점심으로 만들어 점심 준비를 마친다.
10시에 출발하면서 쿱에 들러 어제의 그 환상적인 오겹살을 산다. 800g에 8천원이 안 되니 비싸다는 북유럽도 고기, 버섯, 채소 등 식재료 물가는 싼 편이다.
구름은 많지만 스웨덴 구름은 노르웨이만큼 성능이 좋지 않아 비는 내리지 않는다. 여전히 나무만 가득해 러시아를 생각케 하는 도로를 열심히 달리다 순록이 보인다는 마눌님의 탄성에 속도를 줄였는데 지나칠 수밖에 없어 아쉽다. 역시 졸음이 쏟아져서 핸들을 넘기고 푹 잔다. 공사 구간에는 가끔 비포장도 있어서 북유럽에 들어와 처음으로 비포장 길도 달려본다.
요크모크 동네에 들어서기 전에 북극선 카페라는 이정표가 보여 들어가니 역시 북극선이 맞긴 한데, 카페 관리인 녀석은 북극선은 움직이는 것이라 여기가 정확하게 북극선이 아닐 수도 있단다. 어쨌든 그건 우리도 역시 모르는 것이니 기념으로 재밌게 생긴 트롤 마그넷을 50크로나나 주고 하나 산다. 어쨌든 두 번째로 북극권에 들어선다. 참 신통한 경로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네.
점심은 추워서 차 안에서 아침에 만들어온 샌드위치로 해결. 아침과 점심에 똑같은 걸 먹기는 생전 처음이지?
요크모크 시내에 들어가 북극선 역 (geographic arctic circle)을 찾아가니, 세상에 이런 기차역은 처음이다. 정말 기차역으로 가는 길이 맞나 싶게 길은 비포장인데, 도착해보니 역사는 커녕 역이라고 말하기조차 민망한 곳이다. 기찻길을 가로질러 하얀 돌로 북극선을 표시하고, 기차에서 내릴 수 있도록 계단만 만들어 두고는 역이라네. 재밌는 발상이긴 하다.
스웨덴은 노르웨이나 핀란드와는 현격하게 달리 북극선으로 장사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나 보다. 기차역을 만들어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게 만들 정도면 기념품점이라도 하나 만들어 장사하면 제법 돈이 될 텐데 그런 게 전혀 없이, 들어오는 길조차 비포장이라 책을 보고 자동차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긴가민가하게 만드니 정말 이해되지 않는 나라네. 잘 사는 나라라 그런가?
어쩌면 하루에 한번 왕복하는 기차이니 손님이 없어서 기념품점이 유지될 수 없을 정도일 수도 있겠다만, 아무리 나라가 부자라도 가난한 사람은 있는 법이고, 그런 사람들에게 이런 곳에서 돈을 벌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도 잘 하는 행정일 텐데 어쨌든 이해되지 않는 나라이긴 하다.
역에서 시내로 들어오면서 사미족 박물관이 보이길래 무료라서 들러서 봐주기로 한다. 박물관은 해당 전시물에 가면 바로 소리가 나도록 하는 등, 매우 세심한 배려가 부럽다. 세계지도에 어느 지역에서 왔는지 핀을 꽂게 만들었네. 핀 하나를 얻어 6개의 한국 표시에 하나를 보탠다. 뭔가를 사주고 싶었는데 마땅히 살 게 없어 그냥 나온다.
스웨덴 인구의 1%만 남아 있다는 사미족. 사라져가는 종족의 흔적을 남기는 건 필요한 일이지만 슬픈 일이기도 하지.
부근에 Alpine garden이 있다 해서 방향을 몰라 괜히 한 바퀴 알바를 하고 나서야 제대로 찾아갔는데 볼 게 없다.
숙소인 캠핑장을 향해 가면서 핸들을 넘기고 비몽사몽하는 중에 길 한가운데 양이 있다는 말을 듣고 눈을 뜨니 새끼 양처럼 보이는 작은 동물 한 마리가 우두커니 서있다. 조금 기다리니 녀석이 움직여서 자세히 보니 양은 아니고 순록 새끼인 듯 하다. 이렇게 가끔 순록이 나타나는구나. 그러니 조심은 할 일이다.
큰 길에서 3km 떨어진 곳의 캠핑장. 캠핑만큼이나 싼 코티지에서 1박한다. 바로 앞에 호수가 있지만 풍광이 그리 뛰어나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손님이 없어보인다. 늙은 부부가 운영하는 이 곳에는 주인이 기거하는 집 부근에서만 데이터 신호가 들어오고 리셉션과 조리실, 샤워장 등에서는 그냥 먹통이다. 인터넷 없는 세상에서 시간많이 남은 이 밤을 어떻게 보내나 걱정했는데 코티지는 주인집과 가까워서 신호가 들어오네.
조리실에서 아침에 산 오겹살에 버섯과 마늘을 함께 볶아 맛있게 소주 한잔. 밥은 불이 좋지 않아 약간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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