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74 문케달 - 덴마크 코펜하겐 459km

나쁜카카오 2018. 11. 19. 20:46

5시 반에 잠이 깨니 오늘 운전도 좀 힘들겠다. 날씨가 계속 좋아 아침햇살이 따갑다. 밥 반찬을 어떻게 하나 했는데 마눌님이 오겹살을 버섯과 볶아서 맛있게 만들어준다. 

정리해서 출발은 10시 20분. 집주인에게 인사를 할까 하다가 그냥 나온다. 방명록도 쓰다가 그냥 두기로 한다. 좋은 말을 쓰는 분위기인데 마냥 좋은 말만 하기엔 건물이 너무 나빠서 좋은 말만 할 수가 없네. 이런 집을 숙소라고 내놓는 사람들의 뱃속이 좀 궁금하다. 사람들은 참 좋아보이던데...


집에서 나오면 바로 시속 110의 고속도로를 제한속도에 관계없이 차들은 마음껏 달린다. 지난 번에 스웨덴 갔을 때와는 매우 다른 느낌인 건, 우리가 그동안 노르웨이에 익숙해진 탓일까? 아니면 동네가 좀 달라서일까?

졸음이 슬슬 몰려오는데 쉴 만한 그늘을 찾기가 어렵다. 할수없이 예테보리까지 그냥 간다. 다른 건 알지 못 하니 우선 어제 찾아낸 오페라 하우스만 보기로 한다. 이 동네 오페라 하우스들은 무슨 약속이나 한 듯 전부 바닷가에 있다. 시내로 들어서니 립스틱 빌딩이 보인다고 마눌님이 좋아하네. 빌딩 위쪽에 빨간 색을 칠하고 약간 경사를 줘서 정말 립스틱처럼 보이기도 하네. 길을 잘 몰라 같은 길을 몇 번 돌면서 다리도 건너는 등 헤매다가 맵스미 도움으로 오페라 하우스 옆에 주차한다. 주차장만 보면 주차료를 어떻게 내야 하나 싶어 불안하다. 

스웨덴 제2의 도시인 예테보리는 그간 소설 등에서 매우 익숙해진 도시인데, 막상 와보니 어디서 무엇을 즐겨야할지 모르겠다. 일단 차를 잠시 세우고 오페라 하우스 주변을 둘러본다. 항구 바로 옆이라 립스틱 빌딩이 바로 보인다. 재밌게 만든 동상 주변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시끄럽다.


예테보리에 들어서면서는 고속도로에서 통행료를 징수하려고 카메라와 숫자판 등을 설치해 둔 것 같은데 숫자판에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아 통행료를 받는지 안 받는지 알 수가 없다. 나중에 뭐라고 통지가 올까?

예테보리를 빠져나와 다시 널널한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점심은 휴게소에서 해결하기로 한다. 어제 오면서 본 휴게소에는 대형마트까지 옆에 있더니 오늘은 그런 휴게소는 보이지 않네. 덴마크 기름값이 어떨지 몰라 약간 싸다는 느낌을 주는 스웨덴에서 기름을 가득 채우고 버거킹에서 미끼 상품인 싸고 작은 버거로 점심. 마눌님은 채소버거가 좋다네.

다시 길을 떠나는데 또 잠이 온다. 이번에는 시원한 그늘을 잘 찾아서 한 30분 잘 자고나니 좀 개운하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니 이제는 제한속도가 120으로 오른다. 마음 편하게 120을 밟아보는 게 얼마만이냐. 비도 좀 와줘서 세차를 조금 했다. 좀더 와도 되는데 아깝다.

헬싱보리 페리 항구에 도착하니 마침 배 시간에 딱 맞는다. 그런데 세상에, 뱃삯이 538SEK, 7만원 돈이다. 말뫼 건너가는 다리 통행료가 50유로라 그걸 피하려고 배를 타는데, 더 비싸다니 어처구니가 없네. 겨우 20분 가는 배삯을 이렇게 비싸게 받는 이유는 어쩌면 말뫼 다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는 건 내 추측. 어쨌든 불쾌하다. 

이 배에 면세점은 아니지만 매장이 있어 화장품, 과자와 술을 판다. 술 판매장은 문을 좀 늦게 여는데, 어쩌면 가격 비교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한 얄팍한 상술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싸게 판다는 맥주 칼스버거 330ml 24캔 2박스에 299크로나인데 나중에 덴마크 마트에 가보니 더 싸다. 그런데 덴마크 물가를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싼 술을 만났으니 어쩔 것이냐, 우선 사고 봐야지. 종잇장 같은 배낭도 하나 주긴 하더군. 계산대에 서는데 배는 거의 도착 직전이고 마침 크론보르 성이 보이네. 맥주 2박스를 낑낑거리며 차에 싣자마자 배 문이 열리고 하선이다.


바로 공항으로 갈까 하다가 시간도 좀 남고 해서 바로 옆 크론보르 성을 둘러만 본다. 햄릿의 무대 또는 배경이라는 성이야 그저 그렇다 친다. 내가 뭘 잘 모르지. 여전히 요트가 많아 부럽고, 약간 더운 날씨인데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도 많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통행료는 없고 제한속도는 110이다. 빨리 가고 싶지 않아서 그냥 100 정도로만 달린다. 덴마크에서는 물을 사먹어야 한다 해서 가다가 동네 마트에 들러 물 2리터 병 2개를 사면서 양송이버섯과 토마토도 산다. 

마트 물가는 비싸지 않고, 배의 상점보다 더 싼 맥주를 보니 배가 아프네. 기름값도 덴마크가 싸서 스웨덴에서 가득 채운 기름이 아깝다. 도대체 누가 물가 비싼 북유럽 4국 중에서도 최악이 덴마크라고 그랬나? 아직까지는 노르웨이가 최악이구만.

공항에 들어서니 시간이 7시 10분, 시간은 거의 맞췄는데 주차장에 들어갈 수가 없을 정도로 차가 많다. 할수없이 공항 내부를 빙빙 돌면서 시간을 맞춘다. 


공항에서 숙소까지는 약 20분. 잘 찾아져서 좋다. 사진으로는 똑같은 집들이 나란히 있어서 무슨 모텔 같은 것이구나 했는데 집을 이렇게 지어서 분양하거나 한 형태다. 내부가 시원하게 넓고 깔끔하고 주방 시설도 좋다. 주인 동생이 사는 집이라 각종 식기나 양념들이 푸짐하다. 뒤쪽으로는 테라스와 조그만 정원도 있네. 나중에 더 돌아보니 이 동네에 이런 집 수십 채가 모여 마을을 이루고 있구나. 그런데 동네가 너무 조용해 마치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느낌을 줄 정도다. 

짐을 풀고보니 침대만 4개 있는 방 하나 짜리를 예약했구나. 이런 엉터리가 있나.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뭘 보고 이런 집을 예약했을까? 할수없이 새 친구는 거실에서 자기로 하고 나중에 온 주인 동생(나중에 알고보니 이 동생이 이 집에 살면서 실질적으로 운영하는구만)에게 양해를 구하니 선뜻 허락한다. 물은 수돗물을 그냥 마셔도 된다. 북유럽에서는 물을 사지 않아도 되는구나.

오겹살, 양송이, 햄버거 패티 등을 구워서 아껴둔 러시아 맥주 등으로 간단하게 합류 축하파티를 한다. 새로 합류한 친구가 김치를 가져와서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시간이 금방 12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