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친구가 가져온 열무김치 덕분에 북어국이 더해진 아침상이 풍성하다. 10시 20분 경 숙소를 나서서 Tina가 알려준 대로 마트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기차를 탄다. 돌아올 때 알게 된 것이지만 이 기차는 코펜하겐 시내와 근교를 운행하는 S선 중의 E선. 지하철은 M이고 장거리를 운행하는 기차는 따로 있어서 좀 헷갈린다. 뭔가 매우 복잡한데, 타는 데는 별로 지장이 없다. 차내에서는 인터넷이 연결되어서 편하다.
이 노선은 거의 지상으로만 다녀서 구경하기에 좋은데 비용이 만만찮다. 1인당 60크로네, 만원이 넘는데 왕복 2만원이 넘는 차비를 하루에 써야 하니 이 동네사람들의 생활이 그리 여유롭지는 못할 것 같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자전거를 많이 타야 하나? 열차에 자전거 거치대가 충분히 구비된 걸 보면 장거리는 자전거에만 의존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인어공주를 볼 나이야 진작에 지났지만, 제 나이에는 볼 수가 없었으니 보러가야지. 하차는 외스테르포트역. 오래된 역을 단장하느라 외관 공사가 한창이다. 역사 밖으로 나오니 고풍스런 건물들이 거리에 가득이네. 요새의 해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인어공주 상 방향으로 가니 게피온 분수가 먼저 보인다. 멋지네. 하늘은 맑게 개어 햇살은 따가운데 그리 많이 덥지는 않아 구경하기에 딱 좋다.
곳곳에 꽃이 만발한 공원. 맑게 갠 하늘엔 멋진 구름이 떠다니고, 항구마다 보이는 대형 크루즈 유람선이 정박해 있는 바다 건너에는 오페라 하우스가 멋지다. 그간 여러 항구들을 봐왔는데 여기가 가장 예쁘다는 느낌이다. 이유는 모른다.
인어공주 상 앞에는 다행히 관광객이 많지 않아 느긋하게 사진을 찍고 바닷물에 발도 담근다. 원본을 보니 여의도 인어상이 너무 가짜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도 중국인 관광객이 많다. 지겹다. 인어공주 상은 바다를 등지고 있어서 거의 역관이라 사진으로는 잘 나오지 않아 아쉽네. 미운오리새끼 5마리를 거느린 고니 부부가 한가롭다. 사람들이 먹을 걸 주지 않으니 바다 가운데로 가네.
인어공주 상을 떠나서 마눌님이 좋아하는 요새(Kastellet요새. 17세기 초에 지어져서 2차대전에 코펜하겐을 방어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지금도 군인들이 사용하고 있다)를 반 바퀴 정도 걸어본다. 요새 앞 공원에는 처칠 공원도 있는데 뭔가 이유가 있겠지만, 처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이유를 알고 싶지 않다.
길거리 식품점에서 빵과 과일, 맥주 등을 사서 공원 풀밭에 앉아 점심을 먹는다. 90크로네로 3명 점심을 해결하는데 식당은 1인분이 보통 100크로네를 넘는데다가 맛이 없을 것 같아 아예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니하운 가는 길에 정문 공사로 지저분한 디자인 박물관에 들리니 마침 코펜하겐 재즈 페스티벌이 한창이다. 박물관 입장료가 115크로네여서 포기하고 무료인 박물관 뜰에 가니 마침 재즈 페스티벌 공연이 준비된다. 봐도 뭔지 모를 공연을 쉬는 셈치고 한참동안 앉아서 보고 나온다. 알고보니 이 페스티벌 공연은 왕립극장, 니하운 유람선 선착장 등 곳곳에서 펼쳐져 관광에 지친 관광객과 현지 주민을 즐겁게 해주는구나.
왕립극장 주변은 사람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긴 의자도 놓였는데 식당에서 뭐라 그럴까봐 앉아보지를 못 하는 이 소심한 한국인 관광객들. 어딜가나 활발하고 유쾌한 젊은 청춘들이 부럽고 보기 좋다.
니하운은 규모가 베르겐의 브뤼게와는 비교가 되지 않고 색깔도 더 예쁘다. 이곳이 이런 건물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곳이고 더욱이 안데르센이 거주했던 17번지도 있으니 당연하다. 본의아니게 짝퉁이 되어버린 브뤼게에 쪼끔 미안하다. 조그만 운하 양쪽으로 펼쳐진 중세건물들은 이제 식당이 되어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모은다.
한참을 즐기며 놀다가 호젠보르 궁전을 보러 가는 길에 150년 된 건물의 백화점에 가서 아이 쇼핑만 한다. 나와서 맥도날드의 아이스크림(각 10)을 먹는데 갑자기 매우 피곤해진 마눌님이 그냥 숙소로 들어가자네. 지하철 타고 S선으로 갈아타는 데 좀 헤매서 자칫하면 공항가는 기차를 탈 뻔 했다. 마트에서 물을 사는데 여기서도 수도물을 그냥 마신다고 해서 물은 반납. 돌아오는 길을 헷갈리는 실수를 한다. 이런 일은 없었는데 기분이 좀 그렇다.
맥주 한 캔을 비우면서 어제 도착한 멸치를 꺼내 고추장에 찍어먹으니 정말 맛있네. 할수없이 맥주 2캔을 더 비운다. 배가 불러도 밥은 먹어야지. 된장찌개 등으로 보드카를 조금 곁들인다. 마트에서 사온 오겹살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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