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먹은 게 어디에서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새벽부터 배가 많이 아프다. 담배 탓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지기는 하지만 혹시 모르니 아침은 흰쌀죽으로 때워본다. 마눌님도 속이 그리 편하지 않다네.
발맞춰 나란히 샤워하러 가는 노부부를 보니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불쑥 든다.
바람이 잔잔해지고 구름없는 하늘의 햇살도 적당해서 텐트 걷기가 편하다. 힘이 들지 않는 건 아니지. 10시 40분 경 캠핑장을 나서니 Oanes에서 Nauvvik간 11시 페리를 시간맞춰 탈 수 있어서 좋다.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데 116크로네 약 15,000원이면 너무 비싼 것 아닌가? 노르웨이의 물가만 생각하기로 하지만 노르웨이가 끝나는 이 시점에서도 여전히 억울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를 못 한다.
그저께 오면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그냥 지나쳤는데 오늘도 여전히 사람들이 몰려 있어 뭔가 하고 차에서 내려보니 그냥 트레킹 헤드네. 이 동네 트레킹은 별로 재미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길이 험한 편도 아닌 데다가 무엇보다도 나무가 없어 땡볕을 걸어야 하니, 햇빛이 무서운 우리에게는 별로 좋아보이지 않는데, 햇빛을 무지무지 좋아하는 이 동네 사람들에게는 딱일 수도 있겠다. 어딜 가든 이 사람들은 따가운 햇살 아래, 우리는 어떻게든 그늘을 찾으니...
운전이 매우 힘들다. 중간중간 많이 쉬면서 피로를 풀려고 해보지만 그리 쉽지는 않다. 경치가 괜찮은 호숫가에서 점심을 먹으려니 먹을 게 빵과 커피밖에 없네. 좀 한심하기도 하다.
중간에 점심으로 먹을 맛있는 빵을 사보려고 시골 마을 한 곳에 멈췄는데 빵 사는 건 실패하고 예쁜 동네만 본다. 노르웨이 시골 마을들은 정말 예쁘고 깨끗한 데다 사람들도 매우 여유가 있어보여 모두 윤택한 생활을 즐기는 것 같다. 물가가 비싸도 그걸 충분히 감당할 수 있게 소득이나 생활수준이 보장되는 걸까?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길을 떠나다가 쏟아지는 잠을 한 30분 잘 채우고 나니 많이 나아진다. 배도 많이 편해졌다. 식중독은 아닐 테고, 도대체 배가 왜 아픈지 모르겠다. 유로도로를 피하는 코스라 그런지 길은 하루종일 꼬불길이다. 어떻게 200km가 넘게 계속되는 꼬불길이 있을 수 있는지 정말 신통하다.
목적지 호텔을 10여 km 앞두고 구글 대신에 맵스미를 택했더니 호텔 100m 앞에서 통행료 구간이 나온다. 많은 금액이 아니라 참는다. 하긴 참지 않고 어떻게 하겠어? 그래도 통행료내는 걸 피해보겠다고 하루종일 꼬불길를 달렸는데 마지막에 걸리니 좀 허탈하기는 하다. 하긴 어쩌면 중간에 통행료 구간이 몇 개 더 있을 수도 있었겠지.
항구에 바로 붙어서 여기서 배를 탄다면 매우 편리하겠지만 전체 건물도, 방도, 서비도도 매우 션찮은 호텔에 짐을 푸니 몹시 피곤하고 배도 고프다. 하지만 내일 일정을 정해야 할 일이 남았다. 여기서 바로 배를 타고 덴마크로 가면 뱃삯 110유로. 배는 아침 8시나 오후 4시 반. 산데피요르드에서 스웨덴 스트룀스타드로 가면 뱃삯 18유로에 육로 200km. 시간은 오후 3시 20분. 싸게 가느냐 편하게 가느냐 중에서 결정해야 한다. 어쨌든 노르웨이 28일의 마지막 날을 그냥 호텔에서 밥이나 해먹으며 보낼 수는 없지. 일단 밖으로 나가본다.
크리스티안산은 별로 볼 게 없는 그냥 그런 예쁜, 흔한 노르웨이 도시이지만 항구라 수산물시장이 있다네. 이미 베르겐에서 실망을 해본 터라 이 동네 수산물시장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는 않지만 혹시나 하고 방향을 잡는다. 10분 정도 짧은 시내 구간을 지나니 목적지가 나온다. 바닷가라고 모래로 멋진 조각상을 만들어 참 신통하다.
그런데 마치 축제라도 열리는 듯 신나는 음악소리가 매우 시끄럽다. 수산물시장은 조그만 운하를 건너는 다리 부근, 식당들이 몰려 있는 곳인데 제대로 된 팝송 콘서트같은 공연이 한창이다. 온 동네 사람들과 관광객이 다 모인 것 같다. 게다가 운하가 있으니, 배를 가진 사람들이 배를 타고 그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매우 부럽다. 주변을 둘러싼 식당의 야외 좌석은 맥주를 마시며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식당 한곳을 찾아 들어가서 먹어볼 생각도 있었는데 그냥 빠져나오기로 한다. 수산물 시장이 있기는 한데 시간이 늦어 다들 문을 닫았다. 베르겐과 마찬가지로 식당이 생선 매장을 운영하는 시스템이라 생선만 사기는 좀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산다 해도 요리할 방법이 없다.
정신없는 공연장을 빠져나와 시내 괜찮은 식당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고 찾아들어간 Big Horn Steakhouse. 꽤 비싼 집일 것 같지만 어쩌면 이 동네의 평범한 식당일 수도 있는 곳. 소등심, 돼지등갈비, 닭날개에 새우요리 등이 함께 나오는 2인분 세트요리를 주문했더니 양이 너무 많다. 이럴 줄 알았지만 이렇게 양이 많을 줄은 예상하지 못 했다. 시원찮게 구워나온 스테이크를 바꾸고 돼지갈비 등을 열심히 먹어도 양이 줄지를 않네. 게다가 오늘은 오전의 배탈도 있고 해서 맥주도 잘 들어가질 않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음식이 식으니 맛이 더욱 없어진다. 결국 반도 채 먹지 못 하고 식당을 나선다. 노르웨이에서 처음으로 그럴듯한 식당에서의 식사였는데 좀 아깝다. 하지만 이런 음식을 2인분에 720이나 주고 먹어야 하는 노르웨이 사람들이 매우 불쌍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마눌님은 그런 공연장 분위기를 매우 좋아하면서도 선뜻 그 분위기에 휩싸이지 못 하는 편이다. 그러면서도 그 분위기를 즐기지 못 하고 이런 맛없고 비싼 식당에 온 걸 아까워하곤 하지. 앞으로는 좀 달라지겠지?
호텔로 돌아와 내일 출발을 오후로 확정한다. 산데피요르드에 가서 페리를 타고 스웨덴으로 건너가기. 페리 삯이 18유로밖에 하지 않는 탓도 있고, 여기서 페리를 타면 오후 4시 반 그 시간까지 시간을 보낼 일이 막막하기도 한 탓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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