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엔 구름이 하늘 가득이더니 점차 걷혀서 마음이 가벼워진다. 밥과 김치볶음만으로 아침을 해결한다. 어제 장을 보지 못 해서 먹을 게 정말 없다. 반찬이 없으니 밥이라도 많이 먹어야지. 그래서 점심 밥이 조금밖에 남지 않는다.
열심히 텐트를 걷고 준비를 해도 11시 출발이다. 비싼 배를 타지 않고 육로로 프레이케스톨렌에 가는데 거리가 멀지 않아 여유있어 좋다. 주차장 관리인 녀석을 다시 만나 사진을 찍고 올 때 신통방통하게 생각했던 고원지대 바위 동네를 다시 지나가는데, 금방 끝나버린다. 이 고개를 자전거로 올라오는 사람이 또 있다. 사람이 아니라 괴물들 같다.
이제는 너무 익숙해진 노르웨이 길. 산, 호수, 꼬불길과 터널.
길을 잘 가다가 구글이 이상한 곳에서 옆길로 빠지라 해서 빠졌더니 통행료를 피하는 길이다. 샛길이 끝나는 곳에 바로 통행료 징수간판이 있는데 48크로네나 한다. 신통한 구글이라고 칭찬했는데 길 끝이 막혔다. 이리저리 궁리를 해봐도 자물쇠로 막혀서 소용이 없다. 결국 차를 뒤로 굴려서 오다가 방향을 어렵사리 바로 잡아 다시 원래 길로 들어선다. 우측 휀더만 조금 잡아먹었다. 젠장이다. 길이 좋아서 통행료을 받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불쾌하다.
어느 식당 겸 기념품점 옆 그늘에서 컵라면과 조금 남은 밥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 밖에 나가기가 겁난다.
길을 따라 가다보니 또 바로 Nauvvik 페리 선착장이다. 뤼세보튼에서 오는 페리의 종착점이지. 우리가 갈 곳은 Oanes. 건너는 데는 10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페리를 바로 탈 수 있는 건 좋은데 장을 볼 곳이 없다.
캠핑장 입구를 지나 4km 정도 가니 마을이 나오고 마트들이 많은데 아뿔사 오늘이 일요일이라 모든 마트들이 노는 날이네. 내일 아침에 나와서 장을 보기로 하고 캠핑장에 들어간다. 아마도 프로이케스톨렌 덕분에 먹고사는 마을일 외르펠란. 배후도시면 뭐하나, 일요일이면 마트고 뭐도 다 쉬어서 식재료를 살 수도 없는 걸...
프레이케스톨렌 캠핑장은 취사장은 없지만 오다나 뤼세보튼보다 훨씬 낫다. 가격은 중간 정도인데 무엇보다 샤워비를 따로 받지 않아 정말 좋다. 샤워장도 여럿이고 화장실도 충분한 편이라 시설도 좋다. 하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이 이 정도 시설은 되어야지. 접수받는 녀석이 한국에서 차를 가지고 왔다니 엄지척하며 우리말 몇 개를 묻는다. 장사를 잘 하는 녀석이네.
캠핑장이 굉장히 넓어 이 곳이 노르웨이에서 첫손가락을 꼽는 관광지임을 실감케 한다. 플롬 역시 엄청난 숫자의 캠핑카들이 몰려 있는 곳이지만 여기는 우선 부지가 매우 넓어 캠핑카 등의 수용에 거의 제한이 없을 듯 하다. 텐트자리를 잡는데 뤼세보튼에서 만났던 독일 친구가 아는 척을 한다. 이야기 거리도, 언어 능력도 부족하니 그냥 인사만 하고 끝난다.
텐트를 다 치고나도 시간이 널널하게 남는다. 마눌님은 그새 빨래나 하고 나는 할일이 별로 없어 담배를 많이 피우는구나. 텐트 안에서 편히 앉을 수 있는 앉은뱅이 의자가 절실하다.
밥먹기 전에 맥주 2캔을 비우고 햄김치볶음으로 밥을 먹으면서 폴란드에서 싸게 사온 보드카를 딴다. 금방 취해서 씻지도 않고 뻗는다. 샤워장이 아무리 무료면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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