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67 바르샤바 빌라누프 궁전 - 산데피요르드 - 퇸스베르

나쁜카카오 2018. 11. 17. 21:01

하늘은 맑다. 부엌 창문 밖에 달린 온도계는 햇빛을 받은 탓인지 29도를 가리킨다. 낮에는 좀 덥겠다.

어제 사온 빵에 남은 치즈와 햄 등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때운다. 깔끔하게 짐을 싸서 출발은 9시 50분. 중앙역에서 산 마눌님의 산양크림이 캐리어에 잘 들어간다.


180번 버스를 타고 빌라누프 궁전으로 가는데 아무 거나 눌러서 버스비를 많이 줬다. 75분은 4.4즐로티인데 왜 8즐로티 짜리를 눌렀을까? 종점에 내려서 한참을 걸어가는데 캐리어가 무겁고 배낭에 든 컴퓨터도 무거워 힘들다. 도시 여행 또는 관광은 참 힘들다. 목요일은 무료입장이라 40즐로티를 번다.

Wilanowie, Wilanow. 이 동네는 하나의 고유명사를 여러가지 이름으로 표기하는 관습이 있는지 매우 헷갈리게 한다. 어제 쇼팽도 Chopin, Chopinsky?, Chopinske? 좌우지간 좀 복잡하네. 노란 색 벽면이 매우 이채로워서 예쁜 궁전. 작은 베르사이유라고 자랑하는데, 말그대로 작아서 규모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외관은 예쁘다. 유럽에는 수많은 빠리가 있는 것만큼 수많은 베르사이유 궁전이 있지.

clockroom에 짐을 맡기고 궁전 내부를 슬슬 둘러본다. 캐리어에 이제 정이 들만하니 바퀴가 거의 다 망가져서 이번 여행이 끝날 때까지 버틸 수 있으려나 싶다. 이 궁전에 온 건 내부의 각종 전시물을 보러온 게 아닌데, 공짜라 그냥 봐주기로 한다. 당시 왕족의 생활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각 방들을 주마간산으로 훑어본다. 이런 궁전 내부를 노이슈반스타인 성에서 처음 봤을 때는 신기했지만 그간의 여행이 이 정도는 그저그런 것으로 만들었다. 어쩌면 내 무식이 탄로나지 않게 하려는 억지일 수도 있고.




밖으로 나와 정원을 둘러본다. 뒤에 작고, 물이 맑지 않은 연못이 있어 보트도 탈 수 있게 하는데 오리들이 모여 사람이 주는 모이를 기다린다. 이 동네 새들은 사람이 주는 먹이에 너무 길들여져 있어 좀 안쓰럽다. 삶아온 달걀 등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시간이 많이 이르지만 바로 공항으로 가기로 한다. 별로 할 일도 없고 볼 것도 별로 없고, 무엇보다도 무거운 캐리어가 힘들다.


버스를 타니 동전으로만 표를 살 수 있네. 난감해하다가 갈아타는 곳까지 그냥 타고 와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고 표를 산다. 버스마다 다 카드로 표를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트램에서도 카드 구입이 안 되는 게 많아 그간 2번이나 탔다가 그냥 내린 적이 있었지. 바르샤바는 좀 불편하네. 우리 여행의 특징이 주마간산이긴 하지만 4박5일이 짧다는 느낌을 받는다.

바르샤바 쇼팽공항은 작다. 검색대를 통과하면 바로 출국장. 역시 출입국 심사가 없으니 좀 허전하기도 하다. 

라운지는 좋다. 마눌님 말대로 별로 먹을 건 없는데 술이 종류별로 다 있어서 비행시간만 길다면 술을 좀 많이 마셔도 될 만큼 안주도 좋다. 아깝다.. 특이하게도 초컬릿 종류가 매우 많다. 우선 맥주 한 병을 해치우고 적어도 10종은 될 것 같은 각종 초콜릿과 치즈, 닭고기 등을 안주로 스파클링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마시니 좀 취한다. 그러다보니 탄수화물은 거의 먹지 못 했군. 편한 의자로 옮겨서 잠을 좀 자고나니 약 3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면세점에서 보드카 싼 놈으로 하나 챙기고 기어이 담배를 산다. 덴마크에서 합류할 친구에게 담배를 사오라 했지만 혹시 하는 마음과, 또 약간 싼 담배를 챙겨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인데 윈스턴은 너무 맛이 없어서 비상용으로나 쓰게 되겠다. EU간에는 담배값을 비싸게 받기로 했나보다. 노르웨이는 EU가 아니라 20% 정도 싸다.

WIZZ 에어. 탑승게이트 앞에서 가방갯수를 검사하고는 내 작은 배낭도 허용할 수 없단다. 캐리어에 쑤셔넣으니 들어가네. 무게를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해야 할 듯. 브릿지 없이 버스를 타고 비행기를 타러 간다. 비행기에서 잠이나 자자 했는데 라운지에서 잠깐 붙인 눈이 다시는 붙질 않아 2시간 정도 바깥 구경이나 한다. 폴란드 상공을 벗어나 잠시 발트해를 날더니 금방 스웨덴 상공이다. 


산데피요르드 토르프 공항 역시 출입국이 쉽지. 입국 면세점에서 다시 맥주를 산다. 이번에는 깡통처리비를 1크로네씩 받는다. 내내 걱정했던 자동차 배터리는 5일 동안 쉬었어도 전혀 문제가 없어 시동이 잘 걸린다.

노르웨이로 돌아오니 풍광이 달라졌다고 눌님이 매우 좋아한다. 마치 노르웨이가 집인 것 같네. 물가가 비싸지만 않으면 사람이나 시스템이 좀 미흡하긴 하지만 노르웨이가 좋은데...


호텔은 오래된 것 같지만 깔끔하게 관리가 잘 된 느낌이다. 프론트 여직원이 매우 명랑하고 상냥한 데다 전용욕실이 있는 방으로 바꿔줘서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라운지에서 때운 것으로 저녁은 대신하는데,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마눌님은 배탈이 나서 하루종일 설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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