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하늘에도 구름 한 점 없다. 이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어디서 나타나는지 구름이 하늘을 가득 메우기도 하지. 그늘에서는 서늘하고 햇볕은 따갑고.
서너 시간 푹 고은 소뼈 국물에 라면 스프를 하나 넣었더니 국물맛이 제대로 난다.
이케아는 캠핑장에서 가까운 거리라 차를 가지고 가기로 한다. 북유럽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이 동네 이케아. 들어가니 이케아는 처음이라 도대체 뭐가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다행히 친구가 광명 이케아에 몇 번 다닌 경험이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전에 인터넷으로 찾을 때는 없던 앉은뱅이 의자가 많이 있다. 적당한 놈으로 하나 사본다(69크로나). 2층 입구 식품가게에서는 마눌님이 젤리를 사길래 초콜릿도 같이 산다. 북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이 매장이 광명보다 규모가 훨씬 작다네. 도대체 뭐냐?
캠핑장에 차를 두면서 냉장고는 켜두고 떠나는데 주차방향이 하루종일 마음에 걸렸다. 다시 중앙역에서 내려 시청사. 일행을 시청사 투어보내고 나는 밖에서 빙빙 돈다. 이런 건물의 내부를 보는 게 이제는 그다지 흥미가 없고 돈까지 내라는 건 더욱 싫다. 투어의 마지막은 황금방이라는데 마눌님이 사진을 잘 찍고 왔네. 서울 시청도 이렇게 잘 지어서 돈받고 투어하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두 사람은 연신 감탄이다. 그 말은 맞다. 건물을 그따위로 지어 도시 한복판에 흉물을 하나 앉힌 5세훈이. 참 한심한 놈들이지.
Sergels 광장에 가서 버거킹으로 점심을 먹고 감라스탄 가는 길에 마그넷도 하나 사고 스톡홀름 시 비지터 센터에 들린다. 우리는 4박5일 있으면서 마지막 날 비지터 센터를 들리는, 이상한 관광객들이다. 재밌게 생긴 Ericson Globe 포스터를 보고 일단 오늘 코스에 포함해 둔다. 손님이 많으니 번호표를 뽑아야 하는 비지터 센터. 친절하고 스웨덴 캠핑가이드도 하나 얻었다. 언제 쓰려고...
감라스탄으로 건너가는 다리에서 스톡홀름 앞바다가 바다가 아니라 호수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원래는 바다였을 텐데 둑을 막아서 호수로 만든 것 같다. 겨울에는 얼어서 스케이트도 탄다네. 동쪽이야 섬 사이가 좁아서 둑으로 막을 수 있을 텐데 서쪽 넓은 섬 사이는 어떻게 했을까 쓸데없는 궁금증이 생긴다.
왕궁 뒤 노벨 기념관에 가니 사람들이 바글바글하고 한국인 패키지도 3팀이나 되네. 여기 광장이 마눌님이 찾던 피의 광장이라고 한국인 가이드에게서 확인한다. 16세기 초, 당시 덴마크 국왕이 스웨덴 귀족 80여명을 학살한 곳. 오랜 옛 이야기라 그 흔적이 많지는 않다. 여기가 바로 구시가다. 유럽 어느 구시가나 마찬가지로 기념품점과 식당 천지인데 역시 관광객들이 바글바글이다. 진열된 상품들이 재밌기는 하다만 그걸 전부 다 살 수는 없지. 그래서 하나도 사지 않지... 구시가까지 끝내니 어쨌든 오늘에사 스톡홀름 관광을 제대로 하는 것 같다.
감라스탄 역에서 호숫가 니하운 비슷한 동네에 가보기로 하고 지하철을 타는데 젠장 지하철이 운행 중단이라네. 도대체 알 수 없는 동네다. 역무원에게 물어보고 갈아타는 차를 확인하다. Fridhemsplan 역에서 내려 Vasterborn다리를 건너가니 그 동네와 함께 시청사 등 스톡홀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다리가 여기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라 하는 이유가 다리 자체가 아니고 여기서 보이는 경치 때문이구나. 롱스홀멘 섬의 귀퉁이에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도 보이고 바위 위에서 혼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도 보인다. 다리를 거의 다 건널 즈음에 섬으로 들어가는 오솔길이 나오자 마눌님이 성큼성큼 들어가네.
길이 잘 나있다. 조금 들어가니 아까 다리 위에서 봤던 풍경들의 현장이 나타난다. 아이들이 몇 명 모여서 수영을 준비하거나 그냥 누워 있거나 하는 바위. 건너 편 경치가 좋다. 다시 좀더 들어가니 여긴 아예 수영장이다.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사람 수도 적어 즐기기에 매우 좋다. 단지 물이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은 게 흠이라고 생각되는데 여기 사람들은 그리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경치 구경을 더 하고 돌아오다가 보니, 첫날 우리가 숙박을 거절당한 롱스홀멘 오토캠핑장이 나온다. 캠핑장 뒤로 넓은 잔디밭이 있어 여기서 캠핑을 해도 되겠다 싶기만 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그 션찮은 니하운 비슷한 동네에 가보니 이건 더더욱 아니다. 멀리서 볼 때는 뭔가 볼 만하더니 가까이 오니 바로 앞에 주유소, 카페 등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풍경이다. 실망.
이미 2만보를 넘게 걸어서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중앙역으로 갈까 했는데 마눌님이 마지막 힘을 내서 걸어가잔다. 가는 길 부두에 오래 된 배들이 정박해 있고, 그 배들의 연혁을 일일이 소개해둔 게 매우 특이하다. 배 하나는 1868년에 건조된 철선인데 아직도 멀쩡하게 운항이 가능하다네. 참 대단하다. 그 외 100년이 넘은 배가 수두룩하다.
다시 시청사로 간다. 스톡홀름 여행의 시작과 끝이 마눌님이 좋아하는 시청사라 다행이다. Bredang역 앞 마트에 가니 오늘은 살 필요가 없는 얼음이 있네. 사람 사는 게 늘 그렇지. 어제처럼 또 소뼈고기를 산다. 저녁은 국수. 국물은 다시다로 만들고 고명은 호박, 소고기 조금, 버섯 등을 볶으니 맛이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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