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88(7월 26일) 독일 로스토크 - 베를린

나쁜카카오 2018. 11. 27. 12:09

1층엔 사우나와 세탁실도 있다. 5층엔 식당이 있고 아침 뷔페를 판다. 13유로. 5시가 되니 배에서 모닝콜로 잠을 깨운다. 차례로 샤워를 하고 갑판에 올라가보니 해가 뜬다. 바람이 훈훈하다. 여름이 맞다. 6시 즈음에 배는 로스토그 터미널에 도착하고 별다른 수속없이 항구를 빠져나오니 바로 고속도로인데 제한속도가 130이다. 드디어 독일에 오긴 왔구나. 휴게소에 들러 라면을 끓여 아침을 해결한다. 휴게소 화장실이 깨끗하고 욕조가 있는 샤워실도 있어서 참 좋다 했는데 소변을 보고 나오니 0.5유로를 달라는에 유로 잔돈이 없어 주지 못 한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독일 물가가 생각보다는 비싸네. 물 1.5리터 한 병이 4유로 정도라, 물값이 좀 걱정되기도 한다. 기름을 가득 채우고, 친구에게 독일 아우토반 맛을 보라고 핸들을 넘긴다. 휴게소를 빠져나와 조금 가니 130 제한속도가 해제되고 드디어 속도 제한이 없는 독일의 아우토반이 펼쳐진다. 친구가 신이 나서 속도를 올려보는데, 아뿔싸 내 차가 140을 넘기지 못 하네. 내가 인수하고 나서 130 이상을 밟아보지 않았지만 이전 차주 녀석도 과속을 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운전대 잡은 친구 실망이 크다. 그럴 만도 하지.

베를린 시내에 진입하기 전에 핸들을 넘기라고 했는데 어느새 베를린 시내로 들어와 버렸다. 찍어둔 정비소를 찾아가니 길가 조그만  정비소인데 예약이 이미 꽉 차기도 했서니와 맞는 필터를 구할 수가 없어서 엔진오일 교환이 안 된단다. 정비소 앞에서 찍어본 엔진오일은 양도 좀 줄어들고 특히 색깔이 완전한 검정이라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데 여기서는 교환이 안 된다니 정말 걱정이네.

시내 기아서비스를 찾아 한참을 헤매다 겨우 찾아 들어갔는데, 예쁘장한 여직원이 마치 오늘 가능할 것처럼 말하더니 예약이 밀려서 결국 안 된단다. 이런 젠장. 내일 숙소인 Hof 동네 부근의 기아서비스를 어찌어찌 찾아서 일단 토요일 아침 7시 예약 신청을 하고 캠핑장을 찾아 나선다. 

베를린 시내를 남북으로 관통하면서 헤매는 구글을 달래 찾아간 Hotel & City Camping. 배가 고파서 캠핑장 리셉션에 있는 조그만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먹었다. 35유로에 샤워와 전기가 포함되는데 와이파이는 2유로를 따로 내란다. 쓰지 않기로 하고 텐트를 친다. 날이 덥지만 그늘이라 좀 다행인데 여기도 먼지가 많을 것 같아 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취사장이나 샤워장도 불편해서 독일 캠핑장은 실망이다. 


독일 캠핑장 실태를 알자 하고 찾아온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로 한다. 텐트를 다 치고 불편한 취사장에서 어렵사리 국수를 끓여 점심을 해결한다. 다시다 국물이 역시 맛있어서 큰일났다. 날이 너무 더워 좀 쉬다가 4시 반에 캠핑장을 나서서 버스를 타러가는데 햇살이 바로 내리 쬐는 버스 정거장이 너무 뜨겁다.

133번 버스를 탔다가 지하철로 갈아타고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로 간다. 무슨 건물인 줄 알았는데, 건물이 아니고 장벽 1.2km를 철거하지 않고 남겨서 베를린 장벽을 기념하게 하는구나. 각종 그림이 가득 그려져서 원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지만, 공산 치하의 동베를린에서 어떤 식으로 주민의 탈출을 막았는지는 알 수 있다. 약 3m 높이 장벽 2개를 약 3m 간격으로 설치한 걸 보니 가슴이 아프다. 블라디보스톡 가는 배에서 본 영화 한 편이 그대로 재현되는 느낌이다. 


날씨가 너무 뜨거워서 지친다. 그래서 체크포인트 찰리는 생략하기로 하고 저녁 학센을 먹으러 가기로 한다. 지하철과 트램을 타고 식당을 찾아가니 동네 식당인데 자리가 없다. 기왕 온 거 조금 기다리니 자리를 만들어 주네. 학센 하나, 연어 요리 하나에 맥주를 주문했는데 가지고 온 학센이 너무 작다. 그래서 하나를 더 주문하고 먹기 시작한다. 껍질이 고소하게 잘 구워지긴 했는데 예전에 먹던 맛은 아니라 좀 실망이다. 추가로 주문한 놈은 맛이 조금 낫긴 한데 이미 첫 번째 놈과 맥주로 배를 불린 터라 감흥이 덜 하고 양이 많아서 결국 남긴다. 추가로 가지고 온 사우어크라프크와 남은 학센은 포장했는데 나중에 보니 국물이 흘러 칼스버거 배낭 안이 흥건하다. 젠장이다. 그러고보니 바르샤바의 골롱카나 프라하의 꼴레노가 다 돼지 족발같은 요리다.


브란덴부르크 문을 보러 다시 지하철과 버스를 탄다. 이번에는 2층 버스다. 브란덴부르크 역에서 내리니 조명을 받은 문이 현란하고 늦은 밤인데도 구경꾼들이 광장에 가득하다.

열심히 인증샷을 찍고 놀다가 11시 18분에 캠핑장 가는 S선 전철을 타고 버스로 갈아 탄다. 구글이 알려주는 대로 내리기는 잘 했는데, 내가 방향을 잘못 잡아 약 1.5km정도 알바를 해야 했다. 텐트로 돌아와 샤워하고 1시가 넘어서 잠에 든다. 힘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