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 20분 기상, 많이 서늘해서 마눌님이 두고간 패딩도 걸친다. TMB를 종주하고 오늘은 여기서 체르마트까지 걸어가본다는 도보꾼을 새벽부터 만나 부러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듣는다. 말이 많은 건 자랑할 게 많은 탓이겠지? 달빛이 비치는 눈산과 아침햇살에 붉게 불드는 눈산도 본다. 어제 내린 비로 텐트 입구 부분에서 물이 좀 새지만 이너텐트에 물이 새지 않아 다행이다.
카드 해결이 가장 급선무다. 제네바 대표부에 가보나 어쩌나 하다가, 알펜로즈 주인이 송금되는 돈을 찾아줄 수 있나 물어보러 가니 주인이 없다. 결국 마눌님이 한구에서 새 카드를 만들어 DHL로 이 캠핑장에 보내기로 했다. 그러면 빨라도 일요일에나 도착할 테니 샤모니에서 시간보낼 일이 걱정이다.
카드 해결하느라 시간이 많이 지나 브레방 전망대로 11시 20분에나 출발한다. 날은 뜨거워 땡볕을 걸어야 하는 게 정말 고역이네. 어제 만난 여자들은 같이 가니 어쩌니 하더니 따로 가기로 했나보다.
1999 플랑 플라즈에서 2525의 브레방 전망대까지 곤돌라는 밑에서 보기에는 까마득한 봉우리 사이를 가로질러 무서워 보이지만 막상 타면 그리 무섭지 않다. 여기서 보는 몽블랑 산군의 경치도 참 일품이다. 이곳까지 걸어서 올라오는 사람들이 많아 또 놀라고 부러워한다. 높은 곳이라 땡볕이 따갑지 않아 좋다. 한참을 놀다가 내려온다. 다음 코스는 그랑 몽떼 빙하.
버스를 타느라고 시내를 한참 헤맨다. 보이지 않는 버스 정류장은 정말 찾기 힘들다. 결국 갔던 길을 되돌아 내려와 캠핑장 부근, 내가 아는 정류장에서 2번 버스를 타고 간다. 나중에야 안 것이지만 배차간격이 30분인 버스는 조금 기다리니 금방 와서 다행이다. 버스비나 국경까지는 열차삯도 받지 않는다는데, 차비를 내지 않으니 괜히 불안하기는 하다. 고도 1034인 샤모니 시내도 32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인데, 버스에는 에어컨이 없나보다. 덥다.
그랑몽떼 정거장에 내리니 아르장띠르 곤돌라 탑승장이 금방이다. 여기서도 중간 1972의 Lognan에서 곤돌라를 갈아타고 3275의 그랑몽떼에 올라간다. 도착하니 높이가 높이인ㅔ다 바람이 불어 춥다. 얇은 등산티셔츠 하나만 입었으니 더 추울 수밖에.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빙하가 아직 살아 있는 이 알프스 몽블랑. 사방을 둘러싼 눈산과 그 산을 오르는 산악인들. 게다가 여기서는 빙하 위에서 바로 패러글라이더가 뜬다. 부럽다. 여기는 빙하도 밟을 수 있게 해뒀다. 전망대에서 놀다가 아래 빙하 눈바닥으로 가서 신난 친구 사진을 몇 장 찍고 내려온다. 추운 곳에 있다가 더운 곳으로 내려오니 살만하네.
곤돌라 안에서 한국 인간 둘을 만나 내 여행을 부러워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한 놈의 말끝이 짧네.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탄다는 게 반대방향으로 올라가는 버스라 뜻하지 않게 Le Tour의 곤돌라도 타고 또 위로 올라본다. 여기는 주로 산악자전거를 위한 코스라 경치는 별로 없다. 이런 곳에서도 어린 아이들 손을 잡고 가파른 트레일을 오르내리는 동네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을 참으로 끔찍하게 위하는 유럽의 젊은 부모들. 그 아이들이 커서 또 자기 자식들을 그렇게 위하겠지.
위로 올라가는 리프트는 시간이 없어 포기하고 내려가는 곤돌라를 타고 탑승장에 내리니 난간에 모자가 하나 걸려 있다. 주워서 이리저리 살피는데 곤돌라 직원이 웃으면서 Yours라며 가져가란다. 내 모자가 보이지 않는 터에 잘 됐다 하고 모자를 하나 챙긴다.
시내로 오니 또 덥다. 스파에 가니 시원하게 냉장된 맥주가 어제 까르푸보다 딱 2배다. 그래도 비싼 건 아니라 한 캔씩 따서 스파 앞 화단에 앉아 목을 축인다.
캠핑장으로 돌아오니 옆 텐트 도보꾼이 구이닭을 앞에 두고 보드카를 한잔 하잔다. 그렇게 시작된 자리가 세계일주 중이라는 젊은 부부와 함께 하는 저녁으로 이어진다. 결혼 3년차라는데 1년 6개월 목표 중에 9개월째라네. 아이들이 우리 음식을 맛있어 해서 좋다. 밥을 해먹기가 쉽지 않나보다.
이 캠핑장에는 한국인들이 매우 많다. 첫날 저녁에 친구가 안면튼 울산팀은 내일 돌아가야 하는데 픽업 차량 시간이 맞지 않다고 연결을 도와달라 해서 문장 몇 개를 써줬더니 매우 고마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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