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에 출발하기로 하고 일찍 일어나 부산을 떠는 중에 주인 여자가 내려와 남편이 찍은 사진으로 만든 그림엽서 몇 장을 건넨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자기 집에 온 손님이라고 매우 반겨서 참 좋다. 같이 기념사진도 찍는다. 냉장고를 정리하면서 냉장고 안 받침유리를 깼다고 신고하니 문제가 없다네. 하긴 어쩌겠어?
7시 20분 출발해서 돌로미티를 작별한다. 정말 멋진 곳이라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다시 와서 트레킹을 하면서 트레킹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던 마눌님의 소원도 풀고 싶네. 고속도로로 들어서는 길이 좀 멀어 지루하지만 가는 길의 이탈리아 마을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니 관광삼아 슬슬 달린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니 여전히 130이지만 그 속도로 쌩하고 달리는 차들이 별로 없다. 이탈리아 고속도로에서 무서운 속도로 달리는 차들 때문에 힘들었다는 어떤 블로거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
베니스 공항은 조그맣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세금도 환불받는다. 카드로 신청하면 카드로 돌려준단다. 9시 50분 현숙이 출국장을 들어가고 우리는 베니스를 향해 출발한다. 공항을 나오면서 주차요금 내는게 어려워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카드로 결제한다.
베니스까지는 일반 도로. 베니스로 건너가는 다리가 매우 복잡하네. 철로가 하나밖에 없는 트램이 자동차 도로와 함께 달리고 그 옆으로는 4개 선로 정도 넓은 철도도 있다. 주차장이 3개 있는데 시내와 가장 가까운 산마르코 주차장에 들어가니 내 차가 높아 실내주차장이 아닌 외부 주차장으로 보낸다. 하루에 29유로 정도를 받는 실내주차장이 좀 비싸다고 생각되던 차에 잘 됐다 하고 차를 세우고 주차요금을 지불하려니 동전이 없다. 1시간만 세울 수 있는 주차장인데 카드도 먹히지 않고 단지 30분 무료주차권만 뺄 수 있다. 날씨는 뜨거워서 정신이 없고 시간도 30분밖에 없으니 산마르코 광장과 리알토 다리나 보고오자는 간이 관광마저 불가능하다. 입구에서 맛만 보자하고 동네로 들어선다.
곤돌라가 거의 다니지 않고 모터보트가 물길을 가득 채우고 있네. 이제 베니스 곤돌라도 희귀물이 됐나 싶다. 곤돌라가 없는 건 아닌데 많이 비싸서 그런가?
20분만에 베니스 관광을 끝내고 샤모니를 향해 고속도로에 올라선다. 밀라노를 관통해서 국경까지 약 500km라 통행료가 만만찮겠다고 걱정을 좀 했는데 밀라노에서 일단 정산을 하네. 그래도 200km 정도에 25유로가 넘는다. 휴게소가 매우 자주 있는 이탈리아 고속도로에도 대형 트럭이 줄을 이어 운전이 좀 불편하다. 매점과 식당이 같이 있는 휴게소에 들리니 마침 점심시간이 되어서인지 사람들이 매우 많다. 어디서나 먹는 게 가장 큰일이다. 빵, 샌드위치와 우유를 사서 차안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샌드위치는 참 맛없다. 이탈리아는 피자와 스파게티를 빼고는 먹을 만한 음식이 없나보다. 옛 성들이 많이 보이는 이탈리아 북부지방. 돌로미티를 벗어나니 없어진 산들이 밀라노 가까이 오니 다시 나타난다. 높지는 않다. 고속도로는 계속 편도 3차선인데 대형 트럭이 줄을 잇는다.
각종 도자기류와 와인을 파는 휴게소가 있다. 유럽은 어디서나 휴게소에서 술을 파는데 여기는 와인매장이 거의 전문 술집 수준이라 매우 신통하다.
밀라노를 한참 벗어나서 다시 고속도로는 돈을 받는다. 프랑스 국경이 가까워질수록 마을들은 더욱 가난해 보이는데 곳곳의 언덕에는 꼭 성이 하나씩 있다. 국경이 가까워질수록 산이 높아지더니 드디어 알프스가 다시 나타난다. 도로 옆을 흐르는 빙하물이 어디서 발원하나 했는데 그게 알프스 빙하물이구나.
국경 마을 Aosta에 들리니 지금까지와는 달리 좀 부티가 난다. 까르푸에 들러 쌀과 내일 점심용 빵과 우유, 기타 식재료를 사고 맥주도 2병 쟁여둔 후, 주유소에 가서 기름도 채운다.
아오스타를 나와 고속도로에 들어서는데 이탈리아 마지막 요금소에서 또 돈을 내란다. 현금 넣는 곳을 몰라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10유로 넣고 1.5유로 거슬러 받는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니 알프스가 눈 가득인데 2-3km 터널이 줄을 이어 10개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마지막 터널은 11.7km의 몽블랑 관통 터널. 정체가 심해서 여권 확인까지 하나 했는데 그냥 요금만 받으면서 그렇게 차들을 기다리게 만든다. 통행료가 편도 44.4유로인데 왕복은 55.4유로라 많이 억울하네. 징그러운 놈들이다. 터널은 시속 70이 넘지 못 하게 통제하는군.
터널을 빠져 나오니 프랑스 영토이고 눈덮인 알프스가 눈 앞이다. 잠시 쉬면서 몽블랑 맛을 본다.
몽블랑 정상이 보이는 Les Arolles 캠핑장에 도착해서 예쁘장한 여직원이 안내하는 대로 자리를 잡고 텐트를 친다. 현금만 받는 캠핑장. 가격은 싸서 좋은데 시설은 매우 열악한 편이다. 취사장은 없고 설거지 세척장에 휴지가 없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화장실에 화장지가 없는 건 정말 너무하다. 샤모니에 캠핑장이 2개 있었는데 좀더 시설이 좋은 한 곳은 올해 문을 닫았다네. 샤워가 무제한인 건 마음에 든다. 전기는 쓰지 않고 버텨보기로 한다.
둘이서 먹는 첫 저녁식사. 우선 맥주로 목을 축이고 밥과 생선구이로 저녁을 때운다. 캠핑장에는 한국인 팀이 많고 친구가 여기저기 안면을 튼다. 눈산에 오르는 전문 장비를 갖춘 각국의 젊은이들이 매우 많아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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