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는 예보인데 아침하늘은 맑기만 하다. 9시 시간을 맞춰서 비가 내리려나? 비가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햇볕은 뜨겁기만 하다. 오늘은 그동안 다니던 길을 피해 고살도 마을을 지나는 뒷길로 간다. 돌아오는 시간을 4시로 정했지만 길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경치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리기는 할 것이다. 일단 세체다 곤돌라를 향해 가보기로 한다. 구글은 2시간 40분을 찍는데 그 시간에 도착할 리가 없지.
가는 길은 호수가 있는 Alleghe 동네까지는 똑같다. 볼차노 가는 갈림길에서야 새로운 길로 들어서는데 풍광은 거의 똑같네. 산, 예쁘게 단장한 집들과 호텔, 식당 그리고 관광객들. 폭포가 있다는데 길에서는 보이지 않아 그냥 높은 곳에 걸린 다리만 무서무서하며 지나본다.
한참을 가니 해발 2057의 파소 Fedaia. 이 동네는 고갯마루마다 숙박업소를 겸하면서 대피소라는 식당이 있다. 용도를 알 수 없는 저수지가 크다.
가는 길에 파소 Sella가 있는데 이 시기에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네. 마눌님의 통지가 늦어 permit을 받지 못한다. 이러면 올라갈 수가 없네. 구글을 찍어보니 돌아가는 길은 매우 멀다. 일단 포기하고 가는 데까지 가면서 경치구경이나 하다가 돌아가기로 한다. 이 동네는 별로 재미가 없다. 날씨는 뜨거워 차문을 나서기가 겁날 정도다.
Soraga라는 동네의 i에 들어가 물어보니 조금 위쪽 Mazzin의 i에서 퍼밋을 준다네. 금방 도착해서 신고하니 별말없이 2시간 여유의 퍼밋을 끊어준다. 이렇게 쉬운 걸 왜 그냥 포기했을까 싶고 이렇게 쉬운 걸 왜 퍼밋이니 뭐니 해서 일을 복잡하게 만드나 싶다. 시간이 좀 남아 점심 때우려고 식당에 들어갔다가 마땅한 음식이 없어 그냥 나와 바로 고개를 올라간다.
길은 중간에 파소 Podroi로 갈라지는데 일단 목표했던 Sella를 오른다. 역시 여전한 꼬불길. 우리를 걱정시키고 우려해서 일정를 포기하게 만든 퍼밋을 보자는 놈도 없고, 지키는 아이들에게 일부로 차를 뒤로 갖다대고 보여줘도 심드렁하네. 이런 퍼밋을 왜 만드는 걸까? 고갯마루에 도착하니 여기도 역시 자동차와 오토바이들이 난리다. 자전거는 트레 치메 쪽보다 더 많아보인다. 신통하게도 버스가 다녀서 배차시간이나 구간을 알면 대중교통으로도 오를 수 있겠네. 어제 Giau에도 버스가 있었다.
여기도 트레 치메 정도의 봉우리가 솟아 있고, 사방으로 높은 산들의 연봉이 멋진데 거의 비슷한 풍경이라 어제같은 감흥은 없지만 그래도 정신줄을 놓을 만큼은 멋지다. 고갯마루 호텔 겸 식당에서 스파게티와 피자로 점심을 먹는데 정말 맛이 없어서 배가 고픈데도 다들 남긴다. 22유로나 받으면서 이따위를 음식이라고 내놓다니. 이런 걸 맛있게 먹는 사람들도 참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
소들이 이 2244 고개까지 올라와서 풀을 뜯다가 도로를 가로질러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매우 재밌다.
이제는 파소 Podroi다. 꼬불길을 내려왔다가 다시 꼬불길로 올라가 2239 포드로이 고갯마루에 올라선다. 여기는 2950 절벽 봉우리의 낭떠러지에 걸린 곤돌라가 있다. 마눌님이 타고 올라가보고 싶어하는데 내가 미적거리다가 타기로 한다. 내일 떠나는 마눌님 선물이라는 생각은 나중에 했다. 직벽을 타고오르는 곤돌라가 좀 무섭긴 하지. 우리 셋만 탔는데 기사 녀석이 서비스하느라고 잠시 세운다. 무서워 죽겠는데 이런 서비스까지는 참 싫다.
정상에 오르니 풀 한 포기없는 삭막한 지형과 또 사방을 둘러싼 산들. 구름이 꼭대기를 가린 산은 높이가 얼마일지 궁금한데, 마눌님 왈 돌로미티에 4천 짜리는 없다네. 곤돌라 아래에서 위까지 고도차가 720 정도인데 트레일을 만들어서 매우 많은 사람들이 이 길로 걸어 올라온다. 막바지 구간은 거의 직벽인데도 남녀노소할 것 없이 잘도 올라오네. 신통하다. 정상에서 한참을 놀다가 내려와 숙소로 돌아온다. 만일 다음에 오게 된다면, 그때는 곳곳에 보이는 크레일을 따라 제대로 트레킹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 고개에서 Agirdino로 가는 길이 있어 그 길로 오면서, 왜 구글은 처음에 이 길을 알려주지 않았을까 원망을 한다. 그랬으면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마눌님이 원하는 Urtijei의 Seceda에 갈 수 있었을 텐데...
그래도 일찍 8시도 되기 전에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정리하고 독일에서 산 싸고 맛있는 와인으로 마눌님 송별파티를 간략하게 한다. 집에 가는 마눌님이 부럽기도 하고, 이 좋은 경치를 두고 서울에서 더위에 시달릴 걸 생각하니 좀 안 됐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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