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밖에 나가니 서늘한 느낌인데 마침 별똥별 하나가 꼬리를 길게 남기며 떨어진다. 오늘부터 일이 잘 풀리려나 기대를 해본다. 하긴 그동안 잘 풀리지 않은 것도 아니지.
일단 가는 데까지 가보기로 하는데 유심이 없어 호텔잡는 게 좀 힘들긴 할 것이다. 전에 쓰다 남은 러시아 유심이 어딘가에 있을 텐데 보이질 않네. 하긴 찾는다 해도 기한이 지나서 쓸 수 없기도 할 터다. 5월 18일인가에 산 놈이니 벌써 3달이 다 되어간다.
호텔 아침은 continental style인데 달걀후라이거나 오트밀을 주문하게 되어 있다. 처음엔 그냥 빵과 치즈, 햄 등을 가져와 먹다가 나중에 누가 알려줘서 달걀후라이를 주문하니 소시지, 달걀후라이, 구운 빵 등을 한 접시에 담아온다. 커피는 나중에. 커피가 진하다. 사과 한 알을 가져온다. 프런트 여자 아이가 하는 영어를 잘 알아먹지 못 하겠다.
출발은 8시 50분. 30분만에 졸음이 몰려와 핸들을 넘기고 1시간 정도 잘 자다가 개판인 도로 때문에 잠에서 깬다. 길 양옆으로는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 해바라기 밭. 해바라기들이 키가 가지런해서 기계로 수확하기는 편하겠다만, 이 많은 해바라기를 어디에 쓸까?
공사구간을 지나 좀 편하게 가나 했더니 구글이 또 엉망인 도로로 안내한다. 이건 길이 아니다. 그냥 길게 뻗은 구멍투성이 공터일 뿐이다. 세상에 이런 걸 길이라고... 그래도 이 길이 빠른 길이겠지 했는데 지도를 보니 다른 길은 또 몰도바를 통과해야 하네.
길은 흑해 연안으로 이어지는구나. 흑해는 이스탄불 보스포르스 해협을 지나며 약간 맛을 본 게 전부이지? Zakota에 도착하니 여기는 휴양도시다. 해수욕을 즐기는 인파로 동네가 북적거리고, 아마도 빈 방이 있음을 알리는 표지일 CDAM광고가 길거리를 메운다. 철로만 건너면 바로 바다인 장소가 나타나서 차를 세우고 흑해 바다에 발을 담궈본다. 사진을 찍었는데 물에 잠긴 내 발은 보이지 않게 찍었네. 내일 마리우폴 근처 바다에서 다시 찍어야겠다.
흑해라는 이름은 터키의 북쪽이라는 뜻에서 옛날 오스만 터키 시절에 붙여졌을 가능성이 많다네. 검다는 말은 북쪽이라는 말과도 통한다니...
오데사에 들어가니 도시가 매우 크다. 오로지 포템킨 계단만 보러온 거라, 계단이 마주 보이는 곳에 올라 사진만 찍고 바로 출발한다. 시간이 있으면 계단을 오르내리며 즐기기도 하겠는데 오늘 갈 길이 멀다. 다음에 올 기회가 있을까? 만일 다시 온다면 자동차로 이 나라들의 국경을 지나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점심시간이 많이 지나 맵스미의 도움으로 맥도날드를 찾아 들어간다. 아마도 오데사 외곽의 Kortuntsi라는 마을 같은데 가게 안에 사람들이 매우 많다. 이 동네는 거의 전부 아파트다. 더블치즈와 채소버거를 주문해서(나온 물건을 보니 북유럽에서 먹던 싼 메뉴인데 170흐르비나, 7천원 정도면 이 동네 물가에 비교해서 비싼 거다) 점심을 때운다. 버거가 가장 편하긴 하다.
미콜라이프를 지나면서 길은 고속도로다워지고 노면도 좋아지는데 금방 왕복 2차선으로 돌아간다. 아직은 주유소가 자주 나와 휴게소 역할도 하는구나. 경유는 DP와 DT를 혼용한다.
차에 앉아 있는 것 자체를 운동으로 만드는 우크라이나의 도로. 수박 노점이 매우 많다. 양파, 멜론 등을 함께 파는데 사는 사람들이 많네. 특히 수박은 이 동네에서 매우 중요한 작물인 듯, 파는 사람도 많고 사는 사람도 많은 것 같은데 차에서 볼 수밖에 없으니 확인은 안 된다. 아깝다.
루마니아나 우크라이나에서 과속단속 카메라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통행료를 받을 고속도로도 거의 없으니 통과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키예프 근처에는 고속도로가 있으려나?
멜리토플 근처에 와서는 겉보기엔 멀쩡한 도로가 가까이 가면 곳곳에 구멍이 패어 운전을 힘들게 한다. 그러더니 급기야 커다란 구멍들이 도로를 점령해 버린다. 참 기막힌 길이다. 어렵게 멜리토폴에 도착해서 우선 기름을 채운다. 러시아보다는 비싸니 국경을 통과할 정도만 넣어야지. 40리터. 8시 조금 지났는데 이제는 어둠이 짙어진 길을 구글을 따라 시내 호텔 부근에 오니 길이 공사로 막혔다. 베오그라드에서도 그러더니 여기서도 구글은 막힌 길로 잘도 안내하는구나. 동네가 간단해서 지도를 보고 잘 찾았는데 호텔이 보이지 않아 좀 헤맨다. 부킹닷컴의 사진으로는 간판이 거창해보여서 더욱 헷갈렸다. 입구가 초라하고 프런트도 형편없는데 이게 별 3개라니 한심하다. 프런트 여자가 처음에는 아침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우기다가 예약확인서를 러시아어로 보여주니 그제서야 내일 아침 7시에 식사를 할 수 있단다. 얼마나 시원찮을까? 방은 4층인데 옛날 건물인지 층고가 매우 높아 실제로는 6층 높이라 오르기 힘든데 그만큼 방이 시원스럽기는 하다. 베란다도 있어서 좋다.
우선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호텔 주변은 깜깜해서 아무 것도 없네. 차를 가지고 번화가로 가서 식당에 자리잡고 연어와 닭고기 스테이크를 주문했는데 닭고기는 가슴살이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건 정말 지겨운 일이다. 샐러드 하나를 추가해서 그야말로 다이어트 식단으로 저녁을 때운다. 맥주만 아니면 정말 다이어트 식단이다. 카드는 안 된다네. 근처 ATM에 젊은 직원과 같이 가서 200UAH만 뽑는데 수수료가 20.33이다. 징그러운 기계네. 다른 남자 애 하나가 뭐라 이야기를 하고 싶은 모양인데 왜 그런지 알 수가 없다. 내일이면 우크라이나를 떠날 것이니 많은 돈이 필요없지. 호텔로 돌아와 이만 닦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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