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당치가 높아서 오늘부터 맥주는 마시지 않는다. 그래도 반주는 있어야 하니 보드카로 때울 텐데 물론 좋은 건 아니겠지. 아침을 해먹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 샤워만 하고 바로 출발. 그래도 8시 10분이다.
카잔 시내로 들어간다. 갈길이 바쁘다는 핑계로 크렘린 구경을 잠깐 시키고, 카잔 시내를 벗어나는 M7 타느라 길을 좀 헤매긴 했지만 나중에 맵스미 덕을 본다.
주유소에서 기름 넣고 어제 남은 도너츠와 주유소 커피로 간단하게 아침 식사. 규모가 큰 주유소는 휴게소 역할을 제대로 한다. 와이파이도 잘 연결돼서 경로를 잘 잡는다. 기름을 가득 채우려 했는데, 가득이란 손짓을 이해하지 못 해서 2천 루블만 넣는다. 지난 번에 가득이란 말을 배웠는데 그새 까먹었지.
오늘은 1시간 빨라지는 게 확실한데 2시간이 빨라질지도 모른다. 길이 참 좋은데 전보다 좋아진 건지, 전에도 좋았던 길을 내가 기억하지 못 하는 건지는 모른다. 지난 번에 왔던 길과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구나. 길이 너무 좋아서 이렇게 좋은 길을 두고 그때 그 개고생을 했구나 싶어 새삼 억울하다. 그런데 어차피 예카트린부르그, 숙순 등지를 갈 생각이었으니 그 개고생은 옴스크에서 예카트린부르그로 방향을 정했을 때 이미 예고된 것이었겠지.
점심은 나베레츠니첼리란 도시에 들어가서 찾아보기로 한다. 매우 큰 도시인 것 같다. 전차가 많이 다니는데 운전기사가거의 여자라 매우 이채롭다. 여자들의 사회적 활동이 많다는 건 공산주의 국가들에서 일반적으로 보이는 현상이지? 찾아보니 초밥과 캘리포니아 롤 등을 파는 일식집이 있네. 이 동네에서 스시는 거의 초밥이고 생선초밥은 귀하다. 러시아에서 왜놈 음식을 먹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6개가 1세트인데 그걸로는 양이 모자라 2세트를 또 주문한다. 국물용으로 라면도 하나 주문했는데 라면은 아니네. 국물 맛도 이상하고 면발은 퍼진 듯 아닌 듯 이상한 맛이다. 국물만 먹고 버린다. 와사비를 더 달랬더니 나중에 돈을 받는다. 조그만 거 1접시에 20루블. 그래서 점심값으로 1,050루블이 든다. 최근 들어 밥값으로는 가장 많이 쓴 셈인가?
어디서 시간이 바뀌나 궁금했는데 카잔이 속한 주에서 우파가 속한 주로 넘어오자 2시간이 한꺼번에 빨라진다. 어떻게 2시간을 당길 수 있는지 참 신통한 놈들이다.
가로수나 방풍림으로도 자작나무를 많이 활용한다. 저멀리 마을 옆에서 노란 색을 자랑하는 꽃이 뭔가 했더니 해바라기다. 여기 놈들도 다 해를 등지고 있네. 우크라이나보다 기온이 많이 떨어지니 여기서는 지금이 해바라기 만개시기인가 보다. 도로에서 볼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 많이 아쉽다.
모스크바에서 우파까지 M-7 도로는 1,360km정도? 그 다음 M-5 우랄로는 우파에서 첼라빈스크. 이르쿠츠크까지 P-254번 이르투쉬로(Irtysh)가 길이는 가장 길까?
숙소 동네에 오니 유심 가게가 보인다. 들어가니 대기 줄이 길어서 많이 기다려야 하나보다 했는데 의외로 일찍 끝난다. 러시아 친구 하나가 차 번호판을 보고는 한국에서 왔냐며 매우 반가워 한다. 도로가 어떠냐고 내 생각을 궁금해 해서 오기 전에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매우 좋다 했더니 되게 좋아하네. 사람들도 참 좋다고 한 마디 덧붙였더니 여자 친구 얼굴이 환해진다. 칭찬은 역시 고래를 춤추게 한다.
그 친구의 도움으로 인터넷 무제한에 통화 500분인가의 유심을 500루블에 산다. 그런데 정말로 인테넷이 무제한일지는 써봐야 아는 것이겠지? 500루블이면 되는 걸 블라디보스톡에서는 천 루블이나 줬지. 어쩌면 250루블은 GBM 직원 녀석의 커미션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제대로 된 유심으로 인터넷을 편하게 할 수 있게 되니 마음도 매우 편해진다.
숙소는 허름한 아파트 단지의 1층. 여기 1층은 늘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2층인데 그걸 늘 까먹는다. 구글이 잘 찾아줘서 말이 통하지 않는 주인과 연락이 그런대로 되어서 1층 방에 들어온다. 할매가 나름 열심히 설명하려고 애쓴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손짓 발짓 표정 등으로 의사소통은 잘 되지. 단지는 허름하고 아파트 외관도 허름하지만 방도 깔끔하고 부엌도 좋다. 소파가 불편하네. 남은 오겹살를 양파 마늘과 매운 고춧가루에 볶았더니 훨씬 먹을 만 하다.
이르쿠츠크에서 8월 29일 밤 11시 45분 비행기로 친구 귀국 예약을 한다. 마눌님이 타고오는 비행기가 다시 돌아가나 보다.
2시간이 빨라졌는데 내 폰은 자동으로 시간이 바뀌지 않아 12시가 넘은 것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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