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115 쿠르간 - 옴스크 675km

나쁜카카오 2018. 12. 1. 12:15

일어나 밖에 나가보니 넓은 마당이 밤을 지샌 트럭들로 가득하다. 아마 주차료 정도를 받고 밤을 보내게 하나보다. 방에만 들어가면 그 이상한 냄새 때문에 기분이 상한다. 샤워도 하지 않고 면도만 하고 밥은 가면서 주유소에서 해결할 예정으로 8시에 출발.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긴 옷으로 다 갈아입는다.


망한 주유소 2개를 지나고 나니 가도가도 주유소가 보이지 않는다. 100km 정도에서 나타난 주유소에서 기름 50리터를 넣고 햄버거와 커피로 아침. 맞은 편 주유소 앞에는 경찰차 하나가 숨어 있다. 오늘은 경찰차를 또 얼마나 보게 될까? 역시 어제 오후, 우랄을 벗어난 이후와 변함없이 끝없는 벌판에 자작나무 숲만 보이는 풍경. 앞으로 이런 풍경을 닷새 정도 계속 보겠지.


길이 나쁘지 않았는데 베르듀제까지는 거의 걸레더니 지나고서 이쉼까지는 좋아보이다가도 느닷없이 구멍들이 나타나서 차가 무쟈게 고생한다. 집에 가서 차를 얼마나 손봐야 할지 걱정이다. 모처럼 비도 내린다. 반갑다. 얼마만에 보는 비냐.

점심 때가 되었는데 길가 식당에서 먹자 하고 찾아보다가 하나 나온 카페. 트럭들이 많이 몰려 있어 다음에 또 나오겠지 했는데 1시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고 그새 옴스크 주로 들어와 시간이 1시간 빨라졌다. 배가 너무 고파다. 결국 길가 스트로바냐에서 4시 30분에 점심을 먹는다. 생선전처럼 생긴 음식을 담아왔더니 돼지고기에 감자전을 붙인 건데 고기가 정말 맛이 없어 감자만 몇 점 먹고 버린다. 보르쉬도 속에 든 소고기만 맛있다. 볶음밥으로 겨우 배를 채운다. 음식이 정말 큰일이네.


오후 내내 비는 세게 오지도 않고 질금거리기만 하더니 저녁 무렵 옴스크에 도착하니 그친다. 내일 가는 길에는 비를 좀 맞을 거라는 예보고 모레 노보시비르스크는 날이 갠다네. 빨래하기 좋겠다.

아파트 1층과 지하를 세내어 호텔로 만든 Donb I Noch 호텔. 여자 혼자서 꾸려나가느라 밖에서 들어올 때는 초인종을 눌러야 하게 만들어서 다니기 매우 불편하다. 방은 나름 인도풍으로 꾸미고 깔끔해서 좋다.

나중에 보니 담배피우는 곳이 바로 옆에 있어서 편하긴 하다. 마트에서 사온 소시지 등으로 저녁을 간신히 때운다. 호텔에서 자면 저녁식사가 가장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