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116 옴스크 - 노보시비르스크 647km

나쁜카카오 2018. 12. 1. 12:23

여자 혼자서 아침준비하랴, 문열어주랴 등등 몹시 바쁘다. 달걀후라이와 빵에 소시지 2개를 얹은 가난한 아침식사. 


8시 10분에 출발, 옴스크를 빠져나와 고속도로까지 가는 길을 구글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니 길이 정말 개판이라 1시간 반 정도 몹시 힘들고 지치는데, 고속도로에 올라서니 도로 상태는 최상이네. 날은 흐려 운전하기도 좋다. 가는 내내 여전한 벌판인데 자작나무 숲이 많아 시야를 가리고 가끔 시야가 트이면 눈에 보이는 끝까지 자작나무 숲이다. 이 많은 자작나무를 다 어디에 쓰나?


점심은 버스 정거장에서 라면으로 해결하기로 한다. 테비스(Teviss) 마을 버스정거장에서 라면을 끓이는데 마침 버스가 서서 구경거리가 되네. 버스정거장에 변소가 있는 이유를 이제서야 안다. 버섯과 감자파는 동네 사람이 와서 버섯(하나는 표고 비슷한데 하나는 모름) 2 바스켓을 산다. 묵직한 게 3kg 정도씩 되어 보이는데 각 300루블. 마눌님이 좋아할까?


노보시비르스크 180km를 앞둔 오후 4시, 하늘이 개어 해가 난다. 이 동네에 비가 오기는 했나보다 했더니 120km 앞두고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경찰은 없는 대신 카메라가 많네 했더니 경찰차가 금방 나타난다. 앞일을 말하지 않을 일이다.

수박을 가득 실은 대형 트럭 하나가 길옆에 빠져 누워 수박들이 나뒹굴고 있다. 이런 트럭들이 뭘 수송하나 궁금했는데 이렇게 수박 등등 각종 생필품들을 싣는구나. 근데 이렇게 사고가 나면 보험에서 처리되겠지? 괜한 걱정을 해본다.

노보시비르스크에 들어와 숙소를 찾아가는데 길이 많이 막힌다. 숙소 앞에 도착해서 조금 기다리니 젊은 주인 녀석이 내려와 아파트로 안내하는데 지은 지 2년된 새 아파트라 내부가 깔끔하고 좋다. 외관도 새집다운데 집도, 전체 단지도 아직 덜 지어진, 공사 중인 것 같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 변두리라 그런지 단지에 들어오는 보안시설도 없네. 여기서는 이렇게 집들을 짓나보다.


바로 앞의 대형마트에 가니 마트 앞에 잡다한 가게들이 같이 있다. 그래도 장사가 되나보다. 하긴 우리도 마트 볼일을 보고는 반찬가게에서 채소반찬을 사기는 했지. 생선, 소고기 잡뼈(1.2kg에 97루블), 물, 술, 그리고 배추가 보여서 김치를 담궈보려고 조그만 놈 하나를 샀는데 김치가 잘 될까 모르겠다. 앞 반찬가게에서 각종채소무침? 볶음?, 고사리무침, 싸리버섯 같은 거 등을 사니 여자아이가 덤으로 당근무침을 준다. 귀엽다. 김치는 담그기로 했거니와 블라디보스톡의 그것처럼 쉬어빠져 보여서 사지 않는다. 음식이 모두 새콤달콤하네.


배추는 소금에 절여놓고 소고기에 양파 마늘을 볶았는데 왜 이리도 맛이 없는 거냐.

버섯은 잘못 산 것 같다. 시커멓게 붙은 흙을 털어낼 수가 없네. 이러면 못 먹지. 젠장, 흙을 씻어야 한다는 생각을 왜 못 했을까?

마눌님은 29일 밤 9시 25분에 도착하고, 친구는 11시 45분 비행기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