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118 노보시비르스크 - 아친스크 630km

나쁜카카오 2018. 12. 1. 13:04

4시에 눈이 떠져 오늘 갈 길을 걱정했는데 다행히 다시 잠들어 7시에 일어난다. 잡뼈국은 거의 곰탕 맛이 나네. 다음에 또 사먹어야지. 김치는 비슷한 맛은 나는데 짜다. 일단 다 잘라서 봉지에 넣는다. 짐을 정리하고 준비가 끝나니 9시 10분 전. 청소 아줌마도 마침 그 시간에 와서 키를 넘긴다. 혹시 버섯을 먹나 물어보니 버섯은 먹지 않고 자기가 버리겠다네. 아깝다. 

출발 전에 아파트 1층의 마가진에 들러 담배 13갑. 던힐이 좀 비싸지만 사봤는데 너무 순해서 돈이 아깝다. 1755루블 29,000원. 앞으로라고 해봐야 이제 며칠 남지 않았지만 키큰 던힐은 사지 않을 것이다.

노보시비르스크 시내를 관통해서 고속도로?로 접어든다. 이 길을 5월 11일에 통과했는데 마트같은 시장만 기억난다. 길의 세세한 부분을 기억하지 못 하는 걸 애석해 하지 말자.

고속도로나 그 비스무리 길의 노면은 좋은데 공사구간이 많아 교행 대기를 자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리네. 풍경이야 변하겠어?


지난 번에 올 때는 길가에 박제 등을 파는 노점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보이지 않는다. 혹시 내가 자는 동안에 지나쳐 버린 걸까? 아니면 이제 시기가 지난 걸까? 어떻게 알겠어?

케메로보 20km 전 도로는 자작나무 숲이 길 양쪽에서 가로수 역할을 하는데 벌써 단풍이 지려는지 색깔이 벌겋다.

케메로보를 지나니 가면서 지나갔던 시내 동네가 눈에 익다. 도시를 벗어나 점심을 먹으려는데 마땅한 장소가 참 없다. 이놈들이 제공하는 주행 편의는 오로지 주유소나 가끔 보이는 버스정거장 정도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어제 산 빵과 우유로 점심을 간신히 해결한다. 햄과 치즈가 든 빵은 맛은 있는데 너무 짜서 먹다 남긴다.

한참을 가다보니 이 가을 초입에 유채꽃이 활짝 핀 끝없이 넓은 유채밭이 나오네. 시베리아는 이해할 수 없는 동네가 맞다. 지난 번에 오면서 기름을 채웠던 주유소에 다시 들러 기름을 가득 60리터 채운다. 리터에 44.85루블. 루크에 비해 좀 싸다.


이번에 산 유심은 핫스팟만 켜면 바로 쓰지 말라는 투의 경고문이 메시지로 온다. 인터넷을 무제한 제공하니 그럴 만도 하다 싶지만 불쾌하네. 

이제 보니 케메로보에서 아친스크 구간은 여전히 평원이긴 하지만 고도는 높여서 평균 300이 가깝다. 워낙 넓은 지역이라 언제 올라왔는지 그리고 언제 내려가는지는 알 수가 없다.

숙소는 길가에 있다. 트럭들이 주로 하룻밤 유하는 곳이라 온통 먼지투성이다. 건물 내부는 매우 넓어서 탁구대까지 있어도 공간이 남는다.

방에서도 먼지가 가득한 것 같아 하룻밤 자는 게 겁이 날 정도지만, 어떻게 자다보면 다 잊어버리겠지. 샤워는 모처럼 공동샤워실이네. 내일 아침에 씻지 않고 바로 출발하자 했는데 굳이 그렇게 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숙소 옆 조그맣지만 있을 건 다 있는 마트에서 술과 물만 산다. 주방에서 라면 안주로 보드카 한잔. 김치가 잘 익어가는데 짜서 먹기가 좀 불편하긴 하다. 고춧가루가 없으니 어쩔 수 없긴 했다. 보드카 덕분에 일찍 10시도 되기 전에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