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 반에 잠이 깨서는 아침까지 결국 더 자지 못 하고 컴이나 한다. 5시간 정도 자고나면 밤잠은 대체로 그걸로 충분하다고 내 몸이 느끼는 것 같은데 이건 좀 문제가 있다.
오늘 밤 숙소로 니즈네우딘스크의 지난 번에 잤던 그 창고같은 가스티니차를 예약한다. 겉보기는 창고같아도 내부는 깔끔하니 괜찮았지. 세월이 그리 많이 흐른 것도 아니니 그 할배가 아직 있겠지?
이르쿠츠크 날씨를 알아보니 29일과 30일에 비가 온다네. 많이 오는 비는 아니라도 알혼섬 가는 도로가 개판이 될 텐데 알혼섬을 어떻게 해야 하나? 내년 적당한 시기에 이르쿠츠크에 비행기타고 와서 느긋하게 2-3일 쉬면서 트레킹도 하며 즐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세수만 하고 7시에 출발한다. 아침은 가면서 주유소 등에서 해결하기로 하는데 마땅한 주유소가 있을지... 아친스크 시내도 먼지가 엄청나다. 우리도 옛날에 이러고 살았겠지? 아친스크 동네 자체가 러시아 중부에서는 높은 고도인 300 정도에 위치해 있구나. 이 정도 고도는 이후 산이라고 할 만한 언덕이 있는 크로스노야르스크를 지나서는 400 정도로 높이면서 꾸준히 유지된다.
크라스노야르스크의 비싼 커피집 Traveller's Coffee에서 커피와 크로와상, 호두파이 등으로 아침을 때운다. 772루블이니 상당히 비싼 아침이지? 깔끔한 인테리어가 러시아에서는 꽤 고급에 속하는 커피집인지 젊은 애들이 아침 그 시간에 많이 모인다. 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예니세이 강 덕분에 도시 경관이 좋다. 모처럼 산과 강이 있는 풍경이 나오니 눈이 즐겁네. 지난 번에는 이 도시를 크게 우회하느라 이런 경치를 볼 수 없었지. 도시가 예쁘다는 느낌은 참 오랜만이다. 예니세이 강을 내가 어디서 익숙해졌나 알아봐야겠다.
도시를 빠져나오면서 마트에 들러 점심 저녁, 그리고 내일 아침거리를 준비할 생각이었는데 마트를 지나쳐서 다음 도시 칸스크에서나 마트에 들리게 생겼다.
칸스크 가는 중에도 유채밭이 넓어서 활짝 핀 유채꽃이 장관이다. 칸스크에서도 제대로 된 마트를 찾지 못 해 저녁과 내일 아침 반찬이 걱정이다. 출발하는데 짜증이 나서 조금 밟았는데 바로 앞에 카메라가 있네. 90이면 되는데 혹시 70이면 찍힌 거다. 모르겠다. 도로는 여전히 노면이 양호해서 속도가 올라가지만 참는다. 소들이 도로를 유유히 지나다니는 통에 매우 조심스럽다. 다른 곳에서는 소가 도로에 나오지 못 하도록 울타리도 있는데 여기는 전혀 무방비네. 그러다가 사고가 나면 소는 물론이고 차나 사람이 많이 다치게 되는데, 도대체 이 인간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차가 소를 치어주면 보상금이 두둑할 수도 있으니 그걸 기대하나?
이르쿠츠크 주로 들어오면서 다시 1시간 줄어 이제 한국과 1시간 차이다. 다음은 치타를 지나면서 1시간 줄어 한국과 같아지지. 그때는 마눌님과 같이 있을 테니 아무래도 상관없다. 기름이 달랑거리는데 현금 주유소를 그냥 나오니 40km나 지나서야 주유소가 나온다. 여기도 지난 번에 가면서 들린 곳이 아닌가 싶다. 시골인데도 46루블씩이나 하는 기름을 60리터 주유하고 바로 옆 카페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맛없는 소시지빵 1개 반과 커피.
이르쿠츠크 주에 들어와서도 이르쿠츠크까지 700km정도다. 이 놈의 땅이 도대체 얼마나 큰 거냐... 이르쿠츠크까지는 680km 정도 남았으니 내일은 500km만 달리면 되네. 여유가 좀 있겠다.
이르쿠츠크 주에 들어와서는 공사구간이 많아 교행대기가 잦다.
니즈네우딘스크에 들어와 마트 3군데를 들어가봐도 역시 반찬거리가 없다. 결국 닭날개 3개만 안주로 산다. 지난 번에 예약했다가, 영업을 하지 않아 황당하게 했던 그 호텔이 부킹닷컴에 또 올라 있어 확인하러 갔더니 역시 그 상태 그대로 폐업 중이다. 이 골짜기 동네에 부킹닷컴으로 숙소를 예약하는 사람이 얼마나 없으면 몇 개월이 지나도록 고쳐지지 않는 거냐...
내 숙소 위치도 지도와 다르다.
지난 번 그 할배는 보이지 않고 젊은 것들이 손님을 맞는데 여전히 주방딸린 방은 없다네. 한참을 실랑이하다가 내가 진다. 이것도 부킹닷컴에 항의해서 환불받을까? 밥하고 닭날개 데우고 김치 꺼내고 기타 반찬 꺼내고 하니 상은 푸짐한데 먹을 게 없네. 결국 컵라면 하나를 더 채운다. 내일 운전을 많이 할 예정이니 술 좀 많이 마시고 푹 자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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