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라시아 횡단

D+141 블라디보스톡 자동차 세관입고

나쁜카카오 2018. 12. 4. 12:45

냄비 2개가 다 호스텔의 렌지에 맞지 않아 밥하기가 매우 애매해졌다. 우선 호스텔의 냄비로 밥을 해보는데 태우지만 않으면 쓸만하다. 이제 이틀. 건조김치에 감치미를 넣어 국을 끓이고 파와 청양고추를 넣어 계란말이를 하니 먹기 좋다. 계란말이는 내일 아침 메뉴로 once more.

식당안에 신혼여행을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일주하는 젊은 친구들의 스티커가 붙어 있다. 부럽다.


통관대행 사무실에 가는데 길을 하나 놓쳐서 좀 돌아간다. 바로 옆인데 빙 돌다니 억울하네. 도착하니 오토바이가 2대 주차되어 있다. 커다랗고 하얀 박스만 뒤에 실었는데 다녀온 나라들을 다 써둬서 재밌다. 사무실에 들어가니 오토바이 팀인 듯한 젊은애들 둘과 남녀 한 쌍이 있고 좀 있다가 할리를 타고 또 한 녀석이 온다. 그런데 이 인간들 중의 누군가가 미리 서류를 준비하지 않아서 1시에 다시 오란다. 이런 젠장. 어쩔 수 없지.

뭐하고 시간을 죽이나 하다가 루스키 섬이나 한 바퀴 돌아보자 하고 사무실을 나선다. 잘라또이 다리를 건너고 유리 해변 방향으로 가다가 갈라져 루스키 섬을 건너는, 건설 당시 세계 최장의 사장교라는 루스키 다리도 건너 잘 닦인 길을 따라 한참을 간다. 비오고 추워서 벌벌 떨며 버스를 기다리던 극동대학 정거장도 반갑다. 수족관 갈림길도 지나 좀더 가니 포장도로가 끝나고 비포장이라 미련없이 돌아나온다. 러시아는 이런 길에도 조명등을 설치했는데 참 쓸데없는 낭비라 싶다. 조명등 비용으로 길이나 더 포장했으면 좋겠는데 이 멍청한 인간들은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수족관 입구로 가보니 여전히 자동차들을 열심히 수색 중이다. 거울까지 동원해 차 밑을 보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사람과 시간을 낭비하는지 알 수가 없다. 독재정치가 사람들을 멍청하게 만드는 게 아닌가 싶다. 우민정치는 정치인 놈들에게 매우 편하지. 


잠시 경치를 구경하다가 돌아와서 항구 입구의 그리드에서 케밥으로 점심. 맛없다. 누가 여기 이런 음식을 맛집이라고 소개했는지 어이없다. 배는 고프지만 반만 먹고 버린다. 사무실로 들어가 직원과 함께 세관으로 향한다. 1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할리를 탄 말많은 녀석이 또 늦다.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니 어쨌다나. 싼 기름을 채우지 못해 좀 억울하기는 하겠다. 다른 차를 보니 차가 덜 깨끗한데도 세관 직원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내가 규칙을 잘 지키는 편인가? 세차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쓴 게 좀 억울하다는 느낌도 든다. 143일 동안 붙어 다니던 내 차가 혼자 세관 마당에 있는 걸 보니 괜히 마음이 짠하다.



하역료 2800루블 내는 데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는 차가 세관으로 들어간다. 마지막 주행거리 사진을 찍고나니 뭔가 빠뜨린 듯 허전한데 빼먹은 건 없다. 기다리는 동안 DBS Eastern Dream호가 들어온다. 접안하고 40분이나 지나서야 승객들이 하선하네. 무지 오래 걸린다 했는데, 찾아보니 우리도 그 정도 걸렸구나. 어쨌든 어디서든 많이 기다려야 하는 러시아다.

여권확인하는 세관 사무실 가는 길은 지난 번에는 비오고 춥고 더러웠는데 날씨가 좋으니 좋아졌다. 사무실에 도착해서도 또 한참을 기다린다. 하는 짓은 겨우 여권 확인만 하는 것. 끝이다. 3시 조금 못 되었으니 그래도 빨리 끝난 편이라 생각하기로 한다. 대행사 직원 아이가 블라디보스톡 사람들은 모두 이 세관에 대해 불만이란다. 일은 많은데 직원이 모자라서 그렇다네. 

당초는 오전 중에 세관이 끝나면 킹크랩축제 맛이나 볼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늦어져 버리고 점심도 대충 때웠으니 할일이 없다. DBS Ferry 사무실에 가서 신태희 지사장 얼굴을 확인하고 좋은 방 배정을 위한 뇌물이라고 생각해주기를 바라면서 부탄가스를 주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오니 시간이 매우 애매해서 할 일이 없다. 그렇다고 시내에 나가 또 그 아르바뜨 거리를 다니기도 싫고. 

일단 침대에 누워본다. 저녁에 술을 마실 예정이니 지금 좀 자둬도 밤에 자는 데는 지장이 없다 싶다. 잠이 살포시 드는 참인데 로만 녀석이 손님을 끌고 소개하는 소리에 잠이 깬다. 겨우 20분 정도 잤나? 주방에 가서 하릴없이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때운다. 인도 이야기를 많이하는 늙은이가 러시아에서 당한 몇 가지 사건 때문에 러시아가 싫다고 말하는 걸 좀 들어준다. 여행을 하다보면 그런 일을 당할 수도 있는 거지, 어떻게 좋은 일만 있나? 여행을 오래 했다면서, 대한민국이 옛날에 매우 가난한 나라였다는 걸 다 까먹은 것처럼 말하는 게 좀 낯설다.

유튜브를 보다보니 7시다. 어제와 똑같은 재료, 양파 마늘 토마토에 오늘은 안주로 햄. 로만이 한국요리냐고 묻는데 딱히 대답하기가 애매하네. 그냥 내 요리라고 해둔다. 햄이 짜다. 이틀만에 마신 술에 기분이 좋다. 중국 남매 아이들이 킹크랩을 사와서 찌는데 kg에 900루블주고 시장에서 샀단다. 시장도 싸게 파나 싶다. 술이 좀 취해서 괜히 이 아이들에게 라면을 3개나 주고 김치도 하나 준다. 보드카 맛도 보여주면서 말을 좀 많이 한다.술이 좀 취한 게 아니고 많이 취한 거다. 덕분에 잘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