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2017 미국 옐로스톤

6월 10일 스노퀄미 - 팔루스 - 미줄라 811km

나쁜카카오 2018. 12. 13. 12:02

밤에 잠을 거의 자지 못해 오늘 이동이 매우 걱정된다. 스노퀄미 인의 아침식사는 도너츠 비스무리한 빵과 커피가 전부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어젯밤 늦게 그놈의 크랩으로 배를 채웠으니 간단하게 아침을 때우고 오늘 일정을 시작한다.

콜롬비아강을 건너 26번 도로로 접어들어 팔루스로 향해 가다보니 역시나 졸려서 현숙에게 핸들을 넘긴다. Othello라는 동네 버거킹에서 햄버거로 점심. 햄버거가 너무 커서 일단 저녁을 위해 남기는데, 결과적으로 잘한 짓이었다. 동네 꼬마들이 여럿 모여 세차를 해주는 풍경이 매우 인상적이다. 이 동네는 이렇게 어릴 때부터 일하고 돈을 버는 걸 자연스럽게 익히는데 나는 우리 아이들을 너무 곱게만 키운 것 같다.


팔루스를 향해 열심히 가는데 갑자기 노란 꽃밭이 황홀하다. 아직 팔루스는 멀었는데 이렇게 화려한 카놀라 꽃과 파란 하늘, 그리고 부드러운 능선이라니.


팔루스로 들어서니 나지막한 구릉들이 끝없이 이어지는 환상적인 경치를 만난다. 화산활동의 결과라는데 이러 지형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매우 신통하고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냥 감탄만으로 만족하기로 한다. 팔루스를 지나가는 내내 이런 지형이 이어져서 이제서야 미국에 온 보람을 느낀다. 중국인 등의 외국인 찍사들이 이 동네에 몰려들어 와서 난리를 친다는 현숙의 부연. 뭐 한국 찍사들도 이런 난리통에 빠지면 절대로 안 되지.


코어들린 통과하기 전에 Plummer에서 잠시 쉬며 기름을 채운다. 소나타의 연비가 대충 계산해도 20 정도가 나온다. 믿을 수가 없는데 자동차 컴퓨터는 그런 계산결과를 모니터로 보여주니 믿어야겠지? 

끝없이 이어지는 지평선. 몬태나로 들어오면서 고속도로 노면도 좋아지고 제한속도도 80마일까지 올라가서 마음 편하게 속도를 낸다. 매우 짜증이 나는 건 부러운 마음의 다른 표현이다. 지평선이 끝나면 산 동네. 무지개가 뜬다.


미줄라에 들어가 월마트에서 저녁거리를 준비하고 호텔 앞에 도착했는데 문이 닫혀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하고 자세히 살펴보니 호텔이 망해구나.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어제에 이은 숙소 참사다. 급히 호텔스닷컴에 전화했는데 전화한다고 산악시간으로 바뀌어 다시 1시간이 빨라져서 11시 반이 된 그 늦은 밤에 무슨 대책이 있을 리가 없지. 다행히 마침 건너 편 모텔에서 방을 구한다. 기막힌 날이다. 

아무리 여행에서는 해프닝이 있어야 더 재밌다는 게 우리의 여행 신조이기는 하지만 이틀 연속 숙소 때문에 이런 황당함을 겪는 건 정말 어이없다. 이런 일이 내 불찰로 인한 게 아니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숙소 자체의 사정 때문이라는 건 정말 아니다.

늦었지만 밥은 먹어야 하기에 12시가 다 된 시간에 밥을 하고 월마트에서 사온 상추, 소시지 등과 낮에 남긴 햄버거 등으로 쌈을 싼다. 소시지를 굽느라 연기를 피웠더니 연기감지기가 난리를 치는데 프론트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다. 감지기 센서를 비닐로 막아서 소리를 죽였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과 모레 옐로스톤 지역에는 뇌우에 기온이 0도까지 떨어진단다. 그래서 12일과 13일의 옐로스톤 캠프예약을 취소하고 어디 다른 한적한 시골에서 내리는 비를 보며 멍때리고 있자 하다가 마음이 다시 변해 취소한 예약을 다시 취소하는 해프닝. 대신 내일 티튼에서의 캠핑은 포기, 아이다호폴스의 호텔을 예약하고 새벽 2시나 되어 잠이 든다.

운행거리 5,428-5,726(주유 13.747갤런)-5,928 마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