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2017 미국 옐로스톤

6월 14일 옐로스톤 가이서의 날

나쁜카카오 2019. 1. 21. 19:30

아침에 해가 나니 정말 반갑다. 역시 레토르트 참치덮밥과 달걀후라이로 아침을 해결하는데 참치는 맛이 없다. 그러고보니 내가 식단 준비를 안 해도 지나치게 안 했구나. 캠핑을 간다면서 이렇게 준비가 소홀하다니... 눈과 비가 그치고 해가 비쳐서 맑은 대기가 더욱 빛난다.


약 2.4km와 0.8km 두 개 코스가 있는 노리스 가이서 분지로 오늘 가이서의 날을 시작한다. 옐로스톤 전체가 화산의 분화구이긴 하지만, 특히 이 지역은 분화구의 중심 가까이에 위치해서 이렇게 땅이 끓는다. 아직 화산이 살아 있다는 건데 그게 폭발하지 않고 물이나 내뿜는 이 지형이 신통하기만 하다. 그래서 참으로 다양한 형태의 간헐천들을 보여준다. 연못에서 보글보글 끓기만 하는 놈, 제멋대로의 크기로 제멋대로의 시간에 물을 내뿜는 놈 등등. 게다가 뜨거운 물 속에 사는 박테리아가 그 온도에 따라 각각 다른 색깔로 땅을 물들여 화려한 경치를 만들어 내다니 참으로 경이로울 따름이다. 땅속이 끓고 있으면 어떤 형태로 그 끓는 모습이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노리스를 마치고 혹시 먹을 곳이 있나 들린 메디슨은 볼 것도 없고 식당도 없어 통과. 안내도가 충실해서 참 부럽다. 아티스트 페인트 팟은 땅의 색깔도 색깔이지만 고사목의 분위기가 훨씬 볼 만 하다.

이어서 미드웨이 가이서를 들린다. 가이서들의 형태는 각양각색이라 같은 듯 달라서 나무데크로 만든 길을 따라 걸으며 보는 재미가 매우 쏠쏠하고 감탄의 연속이다. 이곳을 나오면서 혹시나 하고 현숙이 물에 손을 대봤는데 나온 지 한참 되어서인지 차단다. 너른 평원을 흐르는 강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그림이고 이번에는 내가 혹시나 하고 샘에 손을 넣어봤더니 여기는 뜨겁다. 조금더 가니 Firehole 폭포 안내판이 있어 들어가봤더니 이건 조금 별로네.


이제 드디어 가장 유명하고 아름다운 Great Prismatic geyser 차례. 워낙 규모가 커서 구글 위성으로나 그 형태와 색깔을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인데, 막상 이곳에서는 평면으로 설치된 나무데크만 있어 그 전모를 볼 수가 없으니 매우 아쉽다. 가이서들을 잘 보라고 세심하게 길을 만든 미국 공원놈들이 왜 이 장관은 그냥 있다는 것만 확인하게 만드는 것일까? 조금 높은 전망대 등을 만들어 전 세계에서 몰린 관광객들을 기분좋게 황홀하게 만들면 안 되는 것일까? 뜨거운 샘이라 김이 가득차서 바람이라도 불면 잠시 가장자리나마 화려한 색깔을 보여주니 몹시 감질난다. 만일 나중에 다시 오게 되면 좀 달라질까? 


이제 며칠간 지나치기만 했던 Old Faithful이다. 제네럴 스토어에서 핫도그 하나를 사서 늦은 점심을 때우고 분출을 기다리기로 한다. 어제는 5시 27분이었는데 오늘은 5시 55분에 분출을 예고한다. 분출구를 빙 둘러싸고 있는 의자에 앉아 한국인 젊은 부부가 찍어주는 사진도 즐기며 기다리니 정확하게 시간을 맞춰 물이 솟구친다. 예전보다는 힘이 많이 약해져서 어림잡아 20m 정도? 시간도 2분 정도라 좀 싱거운데, 이걸 보려고 엄청난 인파가 몰리니 참 부럽다.

귀가하기에는 시간이 일러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기어이 왕복 4.4km의 Morning Glory를 보러 올라간다. 올라가는 중에도 수많은 종류의 분출구들이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눈을 쉬지 못 하게 한다.

모닝글로리는 작은 프리스매틱 가이서다. 색깔이나 모양은 거의 같은데, 규모만 훨씬 작네. 이런 곳에도 물 웅덩이에 동전 따위를 던져넣어 구멍을 막히게 하는 인간들이 많은가 보다. 제발 쓰레기를 던져넣지 말라는 부탁 안내판이 안쓰럽다.

모닝글로리를 보고 내려오니 길 건너편 비하이브 분출구가 세차게 물을 내뿜는데 오히려 메인보다 더 높고 오래 물을 내뿜네. 마침 메인도 다시 뿜어내는 시간이 되어 하루에 올드페이스풀 분출을 두 번이나 보는 행운을 가진다.

그나저나 아침부터 수많은 가이서들을 보느라 15km정도를 걸었네. 돌아오는 길에 옐로스톤 호수 건너 편 설산들의 웅장하고 멋진 모습들을 찍을 수 있었다. 어제 비내리는 호숫가에서는 건너편 풍광을 전혀 볼 수가 없었지. 


텐트로 돌아와 저녁을 해먹고 잔다. 우리는 어딜 가나 매일 한밤중에나 돌아온다. 해가 났는데도 하루종일 패딩을 입고 다녀도 덥지 않다. 한국에서는 산에서도 하루종일 패딩을 입고다니지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