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2017 미국 옐로스톤

6월 16일 옐로스톤을 떠나 캐나다 레스브리지로

나쁜카카오 2019. 3. 21. 18:22

심한 가려움증으로 새벽 2시 정도까지 괴롭게 잠을 못 자고 헤매다가 겨우 잠이 들어 5시 반에 잠을 깬다. 아침을 먹지 않기로 했으니 그쳐가는 빗속에서 바로 짐을 싸고 샤워 후에 떠난 시간이 8시 반. 텐트를 치고 걷는 게 몹시 힘들고 제대로 설치되지 못 한 텐트생활이 너무 성가시고 옹색해서 밴프 캠핑은 취소하기로 한다. 현숙이 제대로 된 캠핑을 즐기지 못 하고 추위에 떨게만 하게 한 것 같아 매우 미안하다.


비가 와서 와슈번산 도로가 얼었을까봐 걱정을 좀 했는데 기온이 낮지 않아 걱정할 일이 아니다. 어제 이곳 구경을 다 했으니 오늘은 왠만하면 그냥 지나치기로 했지만 그래도 경치를 두고갈 수만은 없다. 전망 사진을 다시 찍고 열심히 가다가 타워 부근에 가니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보니 엄마곰과 아기곰이 잘 놀고 있다. 

맘모스 온천지역에서 길을 잠시 헤매고 북쪽 출구로 나가니 이곳에 루즈벨트 아치가 있네. 42마일 거리를 딱 2시간 걸렸다. 옐로스톤 안녕. 다시 오게 될까?  4박5일이지만 실제로 구경하는 기간은 3일. 워낙 넓어서 3일로는 모자라지만 어쩔 수 없지.



재작년 캐년 동네를 돌아보고, 이제 옐로스톤을 대충 훑었으니 이로써 미국 서부지역의 명승은 거의다 끝낸 셈이다. 엄청난 크기의 자연경관에는 그저 입만 벌리고 있을 수밖에 없지만,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호감도는 더욱더 나빠져만 가는 느낌이다. 어디든 사람들 자체는 다 좋은데 그 사람들이 정치 또는 이념, 그외 여러 이유로 껍데기를 쓰게 되면 전혀 다른 종류의 인간이 되는 건 어쩔 수 없겠지.

사람들이 사는 지역, 옐로스톤 덕분에 먹고 사는 동네 Gardiner에서 아침먹을 곳, 즉 와이파이가 터지는 맥도날드 등이 있을까 기대했는데 그런 건 없다. 옐로스톤, 경치는 기막히고 그 안에서 인터넷 세상을 무시하는 게 이해는 되지만 밖에 나와서까지 그 불편을 겪게 하는 건 좀 불쾌하다.

가다가 곧 나오겠지 했는데 결국 100km 남짓 떨어진 리빙스톤이라는 마을의 맥도날드에서 11시 반에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인터넷이 터지니 살 것 같다. 나도 인터넷 중독인가? 밴프 캠핑과 레벨스톡 모텔 취소, 골든 모텔 예약 등 숙소 문제를 해결하고 카톡도 하는 등 사람이 되어본다.

리빙스톤을 떠나 Greatfalls로 열심히 달리는데 갑자기 오른 쪽에 보라색 꽃이 만발한 평원이 나타난다. 해발 1100정도의 끝없은 평원에 이런 꽃밭이 있구나. 아마 무슨 식용식물일 텐데, 이름이나 용도는 당연히 모르지.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출발해서 10여분 가다 보니 줌2를 차 트렁크에 얹어놓고는 그냥 출발한 걸 발견한다. 차를 돌려 다시 그 자리에 가니 땅에 떨어져 배터리는 분리되었지만 이상없이 작동하는 폰을 잘 찾는다. 어차피 사람 구경을 하지 못 하는 동네라 분실염려는 없었는데, 혹시 떨어져서 고장이라도 났으면 어떡하나 걱정만 했다.


그레이트폴스 동네에 들어가서는 15번 고속도로를 찾느라 좀 헤맨다. 가민도 안 되고 구글 안내도 좀 헷갈린 탓이다. 교차로만 나오면 헤매는구나.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다시 평원인데 자전거 서너 대가 고속도로를 유유히 달리고 있네. 여러 번 본 광경이라 놀랍지는 않고 부럽기만 하다.


현숙에게 잠시 핸들을 맡겼다가 눈을 뜨니 국경으로 가는 길이다. 그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이 수백km나 뻗어 있다. 처음에 현숙이 하늘이 크다라고 했을 때 무슨 그런 말이 있나 했는데 지평선밖에 보이지 않는 하늘은 정말 크고 넓다. 이런 땅에서 사는 사람들이 부럽지만은 않은 게 당연하지. 보기는 좋지만 얼마나 지겨울까? 땅이 넓고 공기가 맑으니 저멀리, 적어도 100km는 떨어진 듯 보이는 산 위에 쏟아지는 비도 보인다.


국경인 Sweetgrass 면세점에서 맥주만 한 박스 산다. 출국심사는 아예 없고 캐나다 입국심사만 하는 이 신통한 국경 통과에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절차는 매우 간단하다.

캐나다에 들어와서도 지형은 변하지 않아 여전히 지평선만으로 눈부시다. 기름을 가득 채우고 지평선밖에 없는 경치를 보며 레스브리지 도착해서 민박집을 어렵지 않게 찾아 짐을 푼다. 예쁘게 지은 집에서 노인네 부부가 민박업을 하는데 깔끔하다. 민박이라 해서 주방시설이 있나 했더니 말 그대로 B&B라 아침식사만 제공하고 방에는 세면대만 있다. 저녁식당을 찾아 밖으로 나가 KEG라는 체인식당에서 스테이크 등으로 비싼 저녁을 먹는다. 둘이서 맥주 2잔 포함해서 115C$(계산이 잘 되지 않아 팁을 20달러나 줬다)인데 돈값을 하는 곳이라 괜찮다.